[책의 향기]강요된 ‘정치적 올바름’도 신념일까

최지선 기자 2024. 4. 20.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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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성 정체성, 젠더 문제에서 '정치적 올바름(PC)'을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가 광기라고 지적하는 문제작이다.

영국 언론인인 저자는 동등한 기회와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백인보다 유색 인종이, 이성애자보다 동성애자가, 남성보다 여성이 대우받는 현실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의 백인 남성으로 전통 기득권 집단에 속한 저자가 펴는 소수자 담론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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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의 광기/더글러스 머리 지음·유강은 옮김/440쪽·2만8000원·열린책들
인종, 성 정체성, 젠더 문제에서 ‘정치적 올바름(PC)’을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가 광기라고 지적하는 문제작이다. 영국 언론인인 저자는 동등한 기회와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백인보다 유색 인종이, 이성애자보다 동성애자가, 남성보다 여성이 대우받는 현실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소수자의 권리에 대해 작은 의문을 표하기만 해도 주홍글씨가 붙는 오늘날의 현실이 대중의 정신착란에 가깝다는 것이다.

저자는 “언젠가 자녀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성격으로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리라”고 했던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외침이 빛을 바랬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1960년대 시작된 흑인 연구가 처음에는 흑인의 역사와 특수성에 집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백인들의 특권의식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손쉬운 비난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백인 남자 배우가 잘못하면 가혹하게 비난받지만, 흑인 배우는 상대적으로 너그럽게 용서해 주는 사회 분위기를 그 예로 들고 있다.

동성애자와 여성에 대해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정치화하고 있다는 것. 예컨대 동성 결혼과 성적 정체성을 바꾸는 ‘전환 치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비이성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침묵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성 이슈에서는 ‘미투 사태’ 이후 여성이 남성의 성을 희화화하는 것은 유머로 받아들여지는 데 반해 남성은 성적 농담을 하기만 해도 사회적으로 비난받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같은 분위기에서 군중이 벗어나려면 수용을 강요하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의 백인 남성으로 전통 기득권 집단에 속한 저자가 펴는 소수자 담론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책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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