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중인 이스라엘, 서방제재 중인 이란…5차 중동전 힘들 것”

최익재 2024. 4. 2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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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도 교수
중동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19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 때문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은 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란의 군사시설을 제한적으로 타격했다. 핵 시설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배제해 5차 중동전쟁 발발 우려는 줄었지만, 이란의 재보복 가능성으로 인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동 전문가인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박현도(사진) 교수를 만나 중동 정세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들었다.

Q :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했는데.
A : “이미 이스라엘 정부는 전면전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에서 고통스러운 보복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거론됐는데, 이스라엘은 이란과 유사한 방법을 선택했다. 전투기에서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공격이었다. 공격 대상도 핵 및 민간인 시설을 피해 군사시설을 목표로 삼았다. 확전을 피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Q :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에 대해 이란 정부가 재보복을 천명했는데.
A : “현재로썬 이와 관련해 정확한 답변이 어렵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의 피해 규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가 작을 경우 이란의 재보복이 없을 수도 있다. 이란 수뇌부도 이를 두고 많은 고심을 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이를 위해 이란에 줄 당근책을 준비할 수도 있다. 만약 이란이 다시 공격할 경우엔, 지난 공격보다 훨씬 강력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지난 공격에서 구형 미사일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의 공격에는 신형 미사일을 쓰겠다는 엄포로 해석될 수 있다.”

Q : 5차 중동전쟁의 발발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A : “현재로썬 거의 없다고 본다. 양국 모두 확전을 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등 서방은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확전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 강한 응징을 주장하는 이스라엘 연립정부 내의 초강경파도 있지만, 하마스와 가자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 입장에서 확전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선택이다. 이란의 입장에서도 서방의 경제 제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다. 게다가 이스라엘과 확전을 할 경우 미국과 영국과도 전선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들도 자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이웃들 간의 전쟁을 원치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확전을 어려울 것이다.”

Q : 지난 13~14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피해와 관련해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데.
A : “개인적으로 당시 이스라엘의 발표를 100% 신뢰하기 어렵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 공격의 99%를 막았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 매체의 보도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란 매체들은 극초음속 미사일 10여 발이 목표물인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사막에 있는 네바팀 공군기지에 대한 타격에 성공했고, 이로 인해 모사드 요원 44명이 죽고 18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또 공군 기지와 정보센터를 무력화시켰다고도 했다. 실제 네바팀 공군기지는 지난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F-35 전투기가 주둔하고 있는 군 기지로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정보센터가 있는 곳이다.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밝히지 않는 이상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기는 어렵지만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Q :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 이유는.
A : “이스라엘 본토가 테러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의 공격을 받은 것은 1991년 1~2월 걸프전 때 사담 후세인이 통치했던 이라크로부터 스커드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후 처음이다. 당연히 이란도 이전에는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적이 없다. 이란이 이런 공격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은 러시아가 뒤를 봐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은 구축함을 중동에 파견했다. 이외에도 러시아는 공군력이 약한 이란에 첨단 전투기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이란은 러시아산 방공망인 S400 개량형으로 미사일 방어망도 강화했다. 이런 러시아의 지원에 힘입어 자신감을 갖고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 같다. 현재 이란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에 드론과 미사일을 지원하는 등 양국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밀착돼 있다.”

Q : 일각에선 이란 측이 공습 정보를 미리 흘리는 등 ‘약속 대련’을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A : “짜고 치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이란은 이스라엘 및 미국과 서로 짬짜미를 할 만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이란이 미군 기지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고 3일 전에 알려준 것을 두고 짬짜미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이란도 사우디 등에 정보를 제공할 경우 미국에 전달될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슬람권 내부의 충돌과 오해를 막기 위해 조치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발 미사일이 미군 기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미리 알림으로써 우발적인 충돌을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다.”

Q : 그렇다면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충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A : “일단 지난 1일 발생한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공격 문제부터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빈 협약에 따르면 타국 영토로 간주되는 외교 공관에 대해선 이유 불문하고 공격해선 안된다. 이스라엘이 이를 무시한 만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명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다. 이는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미국의 편파적인 중동 정책 때문일 것이다. 영사관 공습 문제부터 해결하고 당사국들의 자제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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