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억] 새마을운동
2024. 4. 20. 00:06
새마을운동은 20대 초반의 사진가 지망생인 내게도 커다란 변곡점이었다. 급변하는 고향의 모습은 나를 소리 없이 재촉했다. 오늘 기록하지 않으면 내일이면 이미 늦는 것을 자주 목격했고 체험했다. 이날도 한 마을에 들어서자 길을 확장하기 위해서 초가지붕의 볏짚을 걷어내고 집의 한 귀퉁이를 잘라내는 중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집이 헐리는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 나무 기둥만 앙상하게 드러난 초가, 멀리 교회의 종탑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형식은 종종 내용을 지배한다. 둥근 초가지붕이 각진 슬레이트 지붕으로, 구불구불한 마을 길이 반듯한 지름길로, 곡선이 직선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의 둥글둥글한 마음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일까. 잘살아보려고 열심히 변화를 추구했건만 오히려 농촌의 젊은이들은 하나, 둘 도시로 떠났다. 나도 그때쯤 눈에 낯설어지는 고향을 떠나 서울로 왔다.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농촌은 잘살게 되었는데 속수무책 소멸 중이라는 걱정이 곳곳에서 들린다. 그렇다면 잘 산다는 의미를 다시 짚어봐야 할 때가 아닐까? 기꺼이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운동이 필요한 시점일지 모른다.
김녕만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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