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천재’인가 ‘종말의 바보’인가…유아인 리스크 안고 가는 넷플릭스의 전략[스경X이슈]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가 결국 ‘유아인 리스크’를 안고 가는 분위기다. 그들의 표현처럼 과연 ‘종말의 천재’가 될지 ‘종말의 바보’가 될지 판단은 공개 이후에 결판난다.
‘종말의 바보’는 오는 26일 공개에 앞서 19일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연출자 김진민PD와 주연배우 안은진, 전성우 그리고 김윤혜가 참석했다. 마약 상습투약 정황으로 마약법위반(향정) 혐의와 함께 지인에게 마약을 권유한 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아인은 참석하지 않았다.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종말의 바보’는 근미래인 2025년을 배경으로 소행성의 지구 충돌이 현실화되고,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이 종말에 가까운 피해를 본다는 설정이다. 어떠한 이유로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일상을 연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이야기의 축이 진세경-하윤상-우성재-강인아로 이어지는 네 친구의 서사다. 특히 유아인이 맡은 하윤상은 주인공 진세경(안은진)의 연인이자 세경이 어려움에 처할 때 달려와서 우군이 돼주는 캐릭터다. 주인공으로서 극한의 상황에 마주치는 세경의 입장에서는 윤상의 서사도 굉장히 중요한 셈이다.
하지만 촬영까지 다 끝낸 상황에서 유아인의 마약관련 이슈가 터졌다. 김진민 감독 역시 “3회 편집을 할 때 이슈가 생겼다. 초반은 복잡한 상황이 아니라 지나가겠거니 생각했지만 문제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처음 ‘하겠지 하겠지’하는 생각은 ‘안 하네 안 하네’로 바뀌어갔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공개가 예정됐던 작품은 1년이 미뤄졌다. 지난해 초 유아인의 상습투약이 만들어낸 리스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기소가 되지 않았다면 희망을 걸 수 있었지만 결국 재판이 시작됐고, 결국 제작진은 최종 판결이 나기 전인 시점을 택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아직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시기를 택한 셈이다.
이는 ‘종말의 천재’급의 전략이었다. 일단 모든 공개가 끝나더라도 유아인의 판결은 끝나지 않는다. 선고가 되는 때의 후폭풍을 고려하면 차라리 재판이 낫다고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 현장에서도 이러한 전략이 드러났는데, MC 박경림이 유아인에 대한 질문을 하기 전 미리 사전질문으로 김 감독에게 유아인과 관련한 심경과 편집방침에 대한 대답을 이어갔다.
이러한 상황은 보통 주최 측에서 피하고 싶어하는 질문으로 결국 기자들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마련인데, 넷플릭스 측은 사전질문으로 기자들을 김을 뺀 것이다. 결국 김 감독은 심경을 전했고, 이후 질의응답 상황에서 유아인에 대한 추가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유아인의 모습은 여전히 드라마에 등장할 전망이다. 이 역시 어떤 판단이 따를지 알 수 없다. 김 감독은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편집했으며, 꼭 필요한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이 등장해야 했다”고 말했다. 결국 공개된 이후 대중심리에 기댄 판단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역시도 유아인 리스크로 선택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종말의 천재’ 전략은 공개 이후 뒤집힐 수 있다. 유아인 리스크는 더욱 부각될 수 있으며, 여론은 나빠질 수 있다. 게다가 이후 공개를 기다리고 있는 영화 ‘승부’ 등의 작품에 시그널을 전할 수도 있다. 이후에도 유쾌하지 않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최대한 재판과 선고 사이의 시점을 이용하라’는 잘못된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종말의 바보’는 여러 리스크를 안고 간다. 유아인의 존재뿐 아니라, 12회로 일반적인 OTT 플랫폼의 작품보다 긴 서사를 자랑한다. 그리고 전 지구적인 위기를 CG와 특수효과로 표현해야 하는 완성도의 리스크도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대한 유아인의 리스크를 제작진은 안고 가는 방식을 택했다. 지금까지 여러 물의를 일으킨 인물들의 출연에 대한 작품들의 대응이 있었지만, 재판까지 진행 중인 주연 배우가 있는 작품이 작품공개를 강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유아인은 연예인으로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제작사와 넷플릭스 등은 ‘종말의 천재’를 연상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같은 묘수가 ‘종말의 천재’를 만들 것인지, 정말 작품을 ‘종말로 이끄는 바보’가 될 것인지. 모든 이의 눈은 26일 공개로 쏠리게 됐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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