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혼자 사니 원룸에만 살아라?”…뿔난 1인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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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생활은 단칸방에서 시작한다는 얘기는 부모 세대에나 통하는 옛말이 됐다.
오히려 요즘은 혼자 살아도 방이 2개 이상은 필요하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주거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더 넓은 공간에 대한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취미 활동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진 생활가전을 넣다 보면 집이 꽉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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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영구임대·국민임대·행복주택을 공급할 때 가구원 수에 따라 공급할 수 있는 적정 면적(전용면적 기준)을 새로 정했다. 1명은 35㎡ 이하, 2명은 26∼44㎡, 3명은 36∼50㎡, 4명은 44㎡ 초과 식이다. 지금까지는 1인 가구에만 전용 40㎡ 이하라는 제한을 뒀는데, 1인 가구의 상한선은 낮추고 별도 기준이 없던 2∼4인 가구는 세분화했다.
▷공공임대 입주 희망자들은 선택권이 크게 제약돼 주거의 질이 떨어지게 됐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예전 기준대로면 방 1개에 거실이 있는 36㎡형까지 선택할 수 있었지만, 이젠 단 1㎡ 차이로 불가능해졌다. 그 아래 타입인 26㎡형, 29㎡형 등은 원룸 형태뿐이다. 2인 가구의 경우는 방 2개인 46㎡형 대신 그보다 작은 1.5룸 타입만 들어갈 수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현실에 맞지 않는 면적 제한을 폐지해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면적 기준을 만든 이유에 대해 국토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자녀가 많은 가구가 넓은 면적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내 1, 2인 가구에 해당되는 주택이 없는 경우에는 기준보다 더 넓은 주택에 입주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정된 임대주택을 더 필요한 곳에 배분하겠다는 취지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달라진 주거 수요에 비해 면적 기준 자체가 지나치게 낮다는 게 문제다. 수요자 눈높이에 맞지 않는 초소형 임대주택을 무턱대고 지었다가 빈집으로 비어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주거의 질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1인당 주거 면적은 2006년 26.2㎡에서 2022년 34.8㎡로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엔 미치지 못한다. 미국(65.0㎡)의 절반에 불과하고 일본(40.2㎡)이나 영국(42.2㎡)보다도 좁다. 혼자 살면, 임대주택에 살면 비좁게 살아도 된다고 정부 당국자들이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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