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계속된 죽음…진상조사 절실

안서연,고성호 2024. 4. 1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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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탐사K는 그동안 4·3당시 군경이 두고 간 폭발물로 희생된 어린이들을 발굴해 보도해드렸습니다.

이미 알려진 옛 표선국민학교 외에도 서귀국민학교와 북촌국민학교 인근, 그리고 제주보육원의 사례를 처음으로 확인했는데요.

하지만 이들 폭발사고로 희생된 어린이들 가운데 지금까지 단 4명 만이 4·3희생자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만큼 남겨진 과제가 크다는 거겠죠.

안서연, 고성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올해로 여든이 된 김기만 할아버지는 68년 전 숨진 당시 13살 형과 10살 조카를 잊지 못합니다.

1956년 5월 2일 서귀포 남원 하례리의 한 목장에 심부름 가던 두 사람은 수류탄을 밟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기만/남원 폭발사고 희생자 故 김동만 동생 : "같이 앉아 있다가 그것(수류탄)이 폭발되니까 이 몸 네 몸 서로 섞어졌을 거고. 참 이루 말할 수가 없는데. 살점이 여기저기 날아가고 그러니까 그걸 수습해서 그걸 부모님네가 직접 두 눈으로 봤으니까."]

김 할아버지 가족은 폭발했던 수류탄이 4·3 때 설치된 것으로 보고 3년 전 두 사람을 희생자로 신청했지만, 특별법에 명시된 4·3 기간을 지난 사례라는 이유로 심사가 보류됐습니다.

[현승만/김기만 씨 가족 : "이것은 4·3사건이 끝나도, 끝났다고 해도 이러한 인명 살상 무기를 국가는 반드시 수거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돼서 그러한 내용을 국무총리한테 정말 눈물로 호소하는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지난해 취재진은 이 사연을 전했고, 정부는 결국 군부대 설치 여부를 따져볼 때 4·3 피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지난 1월 이들을 희생자로 결정했습니다.

[김기만/남원 폭발사고 희생자 故 김동만 동생 : "좋은 데로 가게 됐으니 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이제 동생이랑 만나 맨날 술도 한 잔씩하고 이젠 만날 거 아닙니까 형님. 꼭 만나서 포옹하고 같이 안아서 즐겁게 생활했으면 좋겠습니다."]

4·3 기간을 지나 숨진 피해자를 희생자로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

심사 당시 한 4·3 중앙위원의 관심으로 재개된 제주도의 인과관계 조사가 큰 힘이 됐습니다.

[김종민/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4·3중앙위원 : "4·3사건이 아니었다면 왜 그때 거기에 폭발물이 있었겠는가. 따라서 이분들은 희생자로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계속 주장을 했던 것이죠. 그래서 이렇게 기계적으로 따질 거라면 AI 인공지능 컴퓨터에다 맡기지 뭐 하러 사람이 그렇게 심사를 합니까?"]

4·3이 아니었더라면, 어린 생명들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더 적극적인 심사가 요구되는 이윱니다.

[김종민/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4·3중앙위원 : "대대본부나 중대본부 같은 경우는 해안마을에 있는 각 국민학교, 초등학교를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그곳에서 군 또는 경이 주둔함으로써 거기서 무기를 유실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거죠. 그래서 어린이 폭사(폭발로 사망) 사건들이 그렇게 연이어서 발생했던 겁니다. 4·3 기간이 설령 지났다 할지라도 어린이들이 신기해서 쇠뭉치를 갖고 놀다가 폭발을 했다면 그것은 4·3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이렇게 볼 수가 있죠."]

KBS 취재로 확인된 폭발사고 피해 어린이들.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진상 조사도 더는 미뤄선 안 될 과제입니다.

KBS 뉴스 안서연 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고준용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고성호 기자 (rumpiu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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