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패배 후 입장 선회?…尹 ‘여소야대 정국’ 돌파 vs 李 ‘대안 야당’ 강화

김현주 2024. 4. 19. 21: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야 간 ‘협치’ 계기 마련되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거부감을 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담을 열기로 했다. 4·10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받들기 위해 야권과 협치할 뜻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또 이날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국립대 총장들의 제안도 수용했다. 현재 2000명 증원안은 과학적인 것이며 최소한의 숫자라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간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요구하던 이른바 '영수회담'이라는 용어 자체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 제1야당 당수의 단독 만남을 일컫는 영수회담은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잔재에 불과하다는 게 표면적 이유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장동 의혹 등 각종 형사사건 피의자인 이 대표와 의도적으로 머리를 맞대려 하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동안 이 대표의 거듭된 요구에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먼저 전화를 걸어 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여당 지도부가 구성되기를 기다려 함께 보는 형식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날 전격적으로 대화가 이뤄졌다.

◆尹 지지율, 취임 후 최저치 20%대

결정적 계기는 4·10 총선 패배다.

집권 여당의 참패 이후 국정 운영 최고 책임자인 윤 대통령이 거대 야당을 이끄는 이 대표와 만나야 한다는 정치권 안팎의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으로서는 냉엄한 정치 여건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총선 전이나 총선 전이나 총선 후나 여야 의석 숫자는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총선 전까지는 윤 대통령이 물려받은 의석이었다. 자신이 만든 정치적 환경이 아닌만큼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거대 야당의 입법을 거부권으로 홀로 막아설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20%대를 기록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지지율 하락이나 거대 야당만 상대하기 어려운 게 아니다. 임기 중반으로 향해가는 지금은 여당의 원심력도 강화되는 시기다. 협치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당장 새 국무총리 임명을 위한 국회 인준에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 정부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 중인 교육·연금·노동 개혁 등도 마찬가지다.

◆李 입장에서도 제안 마다할 이유 없어

이 대표로서도 대통령실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년 전 취임 당시부터 야당 본연의 역할을 하면서도 국회 다수당으로서 국정에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총선 직후인 지난 12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한 기자회견에서도 "지난 2년간 대화와 협치, 상생이 실종된 정치로 많은 국민께서 실망하셨다며 정부·여당과 야당 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계기로 향후 제1야당 대표 내지 국정 파트너로서의 존재감을 키우고자 할 것으로 점쳐진다.

협치를 통해 민생 문제를 해결하며 '발목 잡는 야당'을 넘어서서 진정한 대안 야당으로서의 면모를 강화하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회담이 성사까지 선결돼야 할 조건들이 많다는 게 변수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은 과거 영수회담과 같은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단독 회담을 최우선 고려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실이 여야 대표들을 한꺼번에 초청하고자 한다면 형식을 두고 밀고 당기기가 길어질 수 있다.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별도 만남 형식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회담 형식·의제, 향후 변수일 듯

회담 의제도 마찬가지로 변수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등 진상을 규명할 특별검사법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 처리를 공언했다.

이 대표가 이 문제를 윤 대통령과 논의하고자 한다면 회담 의제 선정 단계에서부터 진통을 겪을 확률이 높다.

이 대표는 총선에서 내놓은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 제안도 회담에서 논의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유튜브로 중계된 '당원과의 만남' 생방송에서 "전국민 지원금 문제도 얘기해야 한다"며 "민생 개선책, 제도 개혁, 개헌 문제도 최대한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만남을 제안한 데 대해 "여·야 간에 오직 국민을 위한 건설적인 정책논의와 초당적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대화의 물꼬를 튼 점에 대해 집권 여당으로서 환영하고 적극 공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본격 ‘소통’ 나선 尹…의대증원·영수회담 꼬인 실타래 푸나?

영수회담과 함께 의료개혁을 둘러싼 의정 갈등 이슈는 윤석열 정부가 꼭 풀어야 하는 난제였다.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 각자의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이날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당초 계획의 50~100% 범위에서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특별 브리핑을 통해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금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2000명으로 확정된 의대 정원 증원 규모가 1000명대까지 축소될 여지를 갖게 됐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계가 통일된 합리적 안을 가져오면 2000명 증원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증원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해 양측이 협상할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적었다.

정부가 의대생과, 내년 신입생을 고려한 조처라는 점을 내세워 조정의 여지를 주고, 2000명 증원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줌으로써 향후 의정 갈등 사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