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호 [詩의 뜨락]

2024. 4. 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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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혼자 살았다.

늙은 고양이와 싸움질을 하면서 어머니가 아이에게 그러하듯이 끌어안고 볼을 비비기도 하면서 그녀는 혼자서 살았다.

그녀의 시체는 사흘 만에 발견되었다.

어디선가 그녀의 아들들이 나타나고 생전 보기 힘든 성대한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차츰 불행해졌고 그녀의 고양이가 아파트 단지를 나다니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불쾌한 이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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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표

그녀는 혼자 살았다.
늙은 고양이와 싸움질을 하면서
어머니가 아이에게 그러하듯이
끌어안고 볼을 비비기도 하면서
그녀는 혼자서 살았다.

그녀는 좋은 이웃이었다.
대개의 노인처럼 말이 많지도 않고
동정을 구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시체는 사흘 만에 발견되었다.

어디선가 그녀의 아들들이 나타나고
생전 보기 힘든 성대한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차츰 불행해졌고
그녀의 고양이가 아파트 단지를 나다니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불쾌한 이웃이 되었다.

-시집 ‘사랑하냐고 묻고 그립다고 대답했다’(달아실) 수록

●이능표 약력

△198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이상한 나라’, ‘슬픈 암살’ 등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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