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도 우는 것도 똑같아"…딥보이스 사기 피해 잇따라
【 앵커멘트 】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사람과 유사한 목소리로 피해자를 속이는 일명 '딥보이스'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사법 당국은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박혜빈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지난달 말 80대 임 모 씨는 납치됐다는 딸의 전화를 받고, 500만 원을 뽑아 충남 당진에서 서울까지 택시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딸이 아닌 보이스피싱이었습니다.
▶ 인터뷰 : 임소영 / 보이스피싱 피해자 가족 - "목소리도, 우는 것도 다 너랑 똑같았다는 거예요. 아빠랑 통화하는 것이 해킹됐거나 이런 것들로 사용할 수 있잖아요."
인공지능이 사람의 목소리를 학습해 똑같이 내는 이른바 '딥보이스' 기술을 범죄에 활용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현장음) "저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팀의 김석민 수사관입니다. 직급은 계장입니다."
최근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건의 실제 통화 녹음인데, 이 역시 '딥보이스' 기술로 만든 기계음이었습니다.
MBN 취재진은 딥보이스 기술이 얼마나 쉽고 빠르게 활용 가능한지 직접 실험해봤습니다.
▶ 스탠딩 : 박혜빈 / 기자 - "(엄마, 좋은 투자처를 알았는데 1천만 원만 빌려주면 내가 두 배로 갚아줄게.) 방금 들으신 건 전화 통화하는 제 음성을 학습한 인공지능의 목소리입니다. 30초밖에 학습하지 않았는데 실제 제 목소리와 구별이 안 될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서둘러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는 탐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인터뷰 : 정수환 /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 - "AI들끼리의 싸움이라고 볼 수가 있는데요. 더 많은 샘플 데이터를 갖고 훈련을 해야 되고…."
검찰도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은 첫발을 떼는 수준입니다.
▶ 인터뷰 : 김경화 / 대검찰청 음성감정관·언어학 박사 - "연구비는 확보했는데 정작 저희가 증거물 의뢰가 왔을 때 그걸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고 분석 장비나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으로는 딥보이스 범죄를 막기 어려운 만큼,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의 빠른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MBN뉴스 박혜빈입니다. [park.hyebin@mbn.co.kr]
영상취재: 이동학 기자·이성민 기자 영상편집: 이재형 그래픽: 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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