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채 상병 특검’ 거부만 할 건가

엄지원 기자 2024. 4. 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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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에서 대승한 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별검사법안'(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한달 남은 21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재의결 정족수(200석)를 넘기지 못하거나 임기 만료로 폐기되더라도 22대 국회는 채 상병, 김건희 특검법 등으로 윤 대통령의 임기 3년을 뒤흔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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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 기념탑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대승한 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별검사법안’(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명분은 뚜렷하다. 야권에 192석을 몰아준 총선 민심은 지난달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에 임명하고 출국시킨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했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전 장관을 무리하게 출국시키며 불거진 ‘도주 대사’ 논란은, ‘공천 파동’으로 민주당이 홍역을 앓던 시기 총선 민심을 급반전시킨 계기 중 하나로 꼽힌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일 “21대 국회 남은 임기 중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며 군불을 때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9월 사건의 은폐 및 진상규명 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내용을 담은 특검법을 발의했고, 이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뒀다. 이제 본회의 상정·표결 절차만 남겨둔 것이다. 법안을 상정하려면 여당이 동의하거나 김진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에 나서야 한다. 21대 국회의 임기는 5월29일까지로, 여야는 5월2일과 28일 본회의 개의를 조율 중이다.

변수는 여당과 대통령실이다. 선거에 참패한 여권은 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듯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는 사실상 착수했다고 보기에도 애매할 정도의 단계”라며 특검법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여당이 끝내 안건 상정에 합의해주지 않는 경우에도 야당엔 ‘의사일정 변경’이란 우회로가 있다. 국회법 77조에 따라 의원 20명 이상이 동의해 본회의에서 의결하면, 본회의에 안건을 추가할 수 있다. 180석이 넘는 야권의 의석 구조를 고려하면 채 상병 특검법의 본회의 처리는 어렵지 않다.

해병대 예비역 연대가 지난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윤 대통령은 이를 수용할까. 통상 민심이 크게 출렁이면 역대 대통령들은 특검 수용 등을 통해 정국을 돌파해왔지만, 그의 보법은 달라 보인다. 총선 패배를 두고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내놓은 입장은 사실상 ‘해온 대로 해나가겠다’는 것에 가까웠다. 비공개회의에서 국민에게 사과했다지만, 국민은 사실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니 특검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더라도 21대 국회 후반기 2년 내내 반복된 ‘재의요구권’(거부권) 국면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시간은 야당의 편이다. 한달 남은 21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재의결 정족수(200석)를 넘기지 못하거나 임기 만료로 폐기되더라도 22대 국회는 채 상병, 김건희 특검법 등으로 윤 대통령의 임기 3년을 뒤흔들 것이다. 192석 야권에 더해, 총선 민의를 무겁게 받아들인 여당 의원 8명이 합류하면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21대 잔여 임기는 여권이 특검 규모와 범위를 놓고 협상에 나설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수도 있다. 야권에 ‘개헌 선’이자 ‘탄핵 선’인 200석을 내어주지 않은 민심은 윤 대통령에게 딱 ‘8석’만큼의 정치력이라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대통령에게 등 돌린 200석이 완성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멀지 않은 과거를 통해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다행히 윤 대통령은 다음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난다. 양보 없던 대결 정치에 새 국면이 열릴까. 우리는 급류에 휩쓸려 간 채 상병 순직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까.

엄지원 정치팀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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