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된 의대 정원…“임시방편에 불과” [밀착 취재]
정부 “국립대 건의 수용…내년 의대 신입생 자율모집 허용”
의료현장 갈등 해결 실마리 기대…대학들 “좀 더 지켜봐야”
국립·사립대, 지역별 분위기 갈려…일부 “정부 방침 따를 것”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놓고 두 달 넘게 이어져 온 의·정 갈등이 ‘대학 자율 조정’이란 해법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란 숫자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거점 지방국립대를 제외한 대다수 대학은 의견 개진 없이 구체적 중재안이 나올 때까지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날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50% 자율모집’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경북대와 논의기구를 구성 중인 부산대를 제외하면 대다수 국립·사립대학들은 의대 증원 조정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자율 조정안을 주도한 경북대는 의대 신입생 모집과 관련해 교육부에서 배정받은 정원(200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의대 교수 등의 의견을 참고해 50%가량은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북대는 자율 조정안을 정부에 건의하기에 앞서 의대학장을 비롯해 경북대병원장, 학생 등과 논의를 거쳤다.
같은 국립대인 전북대의 경우 증원규모 유지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대는 의·정협의 결과가 도출되면 의대와 협의해 최선의 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대구가톨릭대와 동국대 경주캠퍼스 등은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고 긍정했다.
이처럼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난 가운데 의대를 가진 대다수 대학들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급격한 의대 정원 증원이 가져올 후폭풍을 고민하며 말을 아꼈다.
정원이 2∼3배씩 불어난 경기·인천지역 대학들은 증원규모가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조정안을 언급하는 게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수도권의 한 의대 관계자는 “의과대학과 병원마다 전공의 사태로 고군분투하며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이라며 “증원 재조정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다”고 토로했다.
강원지역의 한 사립대 의대 관계자도 “다음 주쯤 회의를 열어 논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국립대인 강원대 관계자는 “교육시설 부족과 같은 여건 때문에 정원 감축을 건의한 건 아니다”라며 “의대생들이 의대 정원에 반발해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하는 상황 등을 빠르게 해결하자는 취지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대학 관계자들은 경북대, 충남대, 충북대 등 6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들이 증원된 의대 정원의 자율 조정을 건의한 것을 두고 ‘중재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으로 해석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6곳의 국립대 의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방사립대 관계자는 “내년 입학 정원에 한해 증원규모를 한 번만 감축해 선발한다는 것인데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수용한다”며 “의대생을 적극 보호하고, 의대 교육이 정상화돼 의료현장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하나의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결단을 했다"고 밝혔다.
수원·춘천·광주·대구·대전=오상도·배상철·김선덕·김덕용·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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