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KBO, '오심→은폐 시도' 이민호 심판과 계약해지 철퇴... 문승훈 심판은 3개월 무급 징계→추가인사 조치

[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오심에 이어 이를 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야구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KBO 심판진이 강력한 징계를 받았다.

KBO는 19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중 ABS 판정 관련 실수 및 부적절한 언행으로 리그 공정성을 훼손한 심판위원 3명에 대한 징계를 심의했다.

KBO는 이례적인 중징계를 내렸다. 오심 이후 4심 합의 과정에서 은폐를 주도했던 이민호 심판위원과는 계약해지를 했다.

주심을 봤던 문승훈 심판위원과는 규정이 정한 정직 기간 최대 기간인 3개월 정직(무급) 징계를 하고 정직이 종료 되면 추가인사 조치를 하기로 했다. 추평호 심판위원에겐 정직 기간 최대 기간인 3개월 정직(무급) 징계를 내렸다.

KBO는 "이번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했고 위와 같이 징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NC 강인권 감독(왼쪽)이 14일 대구 삼성전 3회말 2사 2루에서 ABS 관련 항의를 하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14일 삼성과 NC의 경기 3회말에 나왔다.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2사 2루 이재현의 타석에서 나왔다. 앞서 김지찬이 이재학의 공에 맞아 1루에 출루했고 볼카운트 0-1에서 김지찬이 도루를 시도했다. 카운트보다는 도루 여부 자체에 더 관심이 쏠린 건 사실이었지만 이때 카운트가 ABS 판정과 달리 볼로 기록됐다.

이를 뒤늦게 확인한 강인권 NC 감독이 항의 의사를 전했고 심판진은 4심 합의를 거쳤으나 어필 시효가 지났다며 본심대로 진행을 시켰다.

이 공은 분명히 스트라이크였다. KBO 관계자는 14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해당 공은 ABS 상 스트라이크로 판정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오심보다 더 충격을 안겨준 건 4심 합의 과정에서 이들이 나눈 대화였다. 1루심을 맡았던 이민호 심판 팀장은 "안 들렸으면 안 들렸다고 사인을 주고 해야 되는데 그냥 넘어가버린 거잖아"라고 주심의 잘못에 대해 지적했다. 이에 문승훈 주심은 "지나간 건 지나간 걸로 해야지"라며 상황을 무마하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어 이민호 심판은 "음성에는 볼로 나왔는데 모니터에는 스트라이크가 찍혔다"며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하세요). 아셨죠?"라며 자신들의 잘못을 정정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져야 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조작을 권유하는 듯한 발언이다.

14일 대구 삼성-NC 경기에서 3회말 ABS 판정에 대한 항의에 4심이 모여 합의를 거치고 있는 장면.

그럼에도 이민호 심판은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갈 궁리는 그거 밖에 없는 거에요"라며 재차 "음성은 볼이야. 알았죠?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라고 동료 심판들을 설득했다. 자신들의 잘못을 감춰 넘어가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문승훈 주심이 "지직 거리고 볼 같았다..."라고 설명하겠다는 식으로 말하자 이민호 심판은 "'같았다'가 아니라 볼이라고 나왔다고 그렇게 하시라고 우리가 안 깨지려면"이라고 심판진의 입장을 통일시키는 장면까지 중계화면을 통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야구 팬들을 분개했다.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사태가 '승부 조작'으로까지 번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KBO는 하루 만에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15일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진행하고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NC-삼성 경기의 심판 팀장 이민호 심판위원, 주심 문승훈 심판위원,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에 대해 이날 부로 직무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거 야구 팬들을 실망시키는 논란이 나온 뒤에도 심판진들에 엄중경고 조치를 내리며 '갓중경고'라며 야구 팬들의 비아냥을 샀던 KBO다. 그러나 이번엔 어느 때보다 사태의 심각성을 중하게 봤고 강력한 철퇴를 내렸다.

더불어 KBO는 재발 방지에도 나섰다. 지난 15일 허구연 총재 주재로 ABS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고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

KBO 심판들이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경기 3회말 2사 2루에서 나온 ABS 관련 NC 측의 항의에 모여 논의하고 있다. /사진=SBS 뉴스 캡처

또한 양 팀 더그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

올 시즌 도입된 ABS는 야구 팬들로부터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스트라이크-볼 판정 시비로 경기 시간이 지연되는 일도 확 줄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불만이 제기되는 등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ABS의 공정성에 의구심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심판진에 강력한 징계를 내린 KBO가 향후 현장과는 어떻게 소통하며 잡음을 줄여갈지 과제를 떠안았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