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거 없어"…증원 규모 줄었지만 충북의대 교수들 냉담(종합)

천경환 2024. 4. 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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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125명 마지노선에 교수들 "적정선 70∼80명, 최대 100명까지만"
'총장 소통 부재' 비판속 22일 비대위 임시총회 고창섭 총장 참석키로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정부가 6개 국립대 총장의 건의안을 받아들여 내년도 대입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게 허용했으나 충북대 의대 교수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르더라도 충북대 경우 최소 120여명을 선발해야 하는데 교수들은 의학교육의 질을 저하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창섭 총장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교육 당사자인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는 '불통'의 모습을 보였을 뿐 아니라, 특정 언론 인터뷰에서 200명 증원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가 갑자기 100명 증원으로 돌아서는 등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고창섭 총장 사퇴 촉구 현수막 [독자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특별브리핑을 통해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금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충북대 등 6개 국립대 총장은 내년도 대학 입학 전형 때 증원된 의과대학 정원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기존 정부안에 따르면 충북대 의대 정원은 기존 49명에서 200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증원 폭으로는 전국 의대 중에서 가장 크다.

이에 따라 충북대 의대는 최소 125명의 신입생을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학교 의대 교수들은 70∼80명 정원이 적정 수준이며 최대로 계산하더라도 100명까지만 수용이 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배장환 비대위원장은 "125명을 받으려면 충북대병원은 현재보다 두배 이상인 1500개 병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실현될지 의문"이라며 "오늘 결정된 내용으로 학칙을 개정한다면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은 더욱 심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대의대 학장단 학칙 개정 반발 기자회견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기에 고 총장이 교수들과 소통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모든 걸 결정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충북대 의대의 한 교수는 "고 총장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200명으로 늘려도 충분한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해놓고 왜 또 말을 바꾸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교수들과 소통 자체를 안 하니 앞으로 어떤 식으로 모집할지 예상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 "정원 배정 발표 이후 몇주 지나 보니 총장도 우리 대학 교육 여건이 200명을 수용하기엔 열악하다는 것을 파악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신입생 모집 방침 결정 과정에서도 의대 교수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교수들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회유책인 건지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는 걸 보여주려는 면피용 행동인 건지 의도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학과의 한 교수는 "총장이 고집이 세서 소통이 잘 안된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총장 입장에선 학교 발전을 위해 재정 지원 문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테지만 소통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학내 여론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학내 곳곳에는 고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린 상태다.

전날 충북대학교 의대 학장단은 이 학교 의대 건물 1층 첨단강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당할 수 없는 증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학장단 전원이 보직에서 사퇴하고 학생들 또한 수업을 거부하는 등 의대 교육이 파행을 맞고 있지만 대학 측은 23일 교무회의를 계획하는 등 학칙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충북대학교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고 총장은 오는 22일 오후로 예정된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임시총회에 참석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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