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혐의자'라며 1대1 거부했던 尹, 먼저 "만나자" 왜?

박종진 기자 2024. 4. 19. 17: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 의장실에서 김진표 의장 등 5부요인을 비롯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환담을 시작하기 전 이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2023.10.31. chocrystal@newsis.com /사진=류현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영수회담'이 전격 성사됐다. 여야 극한 대치를 이어가던 정국에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19일 오후 윤 대통령이 전화통화로 "다음 주 만나자"고 제안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받아들인 영수회담은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이 대표는 거듭 일 대 일 회담을 제안해왔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계속 거절해왔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이라는 용어 자체가 과거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겸할 때나 쓰던 단어로서 오늘날 현실에는 적합하지 않은 회담 형식이라고 밝혀왔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전체가 만나는 방식 등을 추진하되 이 대표와 일 대 일 만남은 수용하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온갖 혐의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범죄 피의자'(혹은 재판 중인 피고인)와 대통령이 얼굴을 맞대고 협상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깔렸다.

이 같은 입장이 달라진 이유는 총선 패배 때문이다. 지난 16일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비공개 시간과 참모 회의 등을 통해 총선 결과를 평가하면서 "국민을 위해서 못할 게 뭐가 있느냐"고 했는데 여기에 영수회담도 포함했다고 당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설명했다.

총선 후폭풍에 따른 지지율 급락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오전 공개된 한국갤럽의 윤 대통령 지지율(직무 수행 평가)은 23%까지 떨어졌다. 직전 조사보다 무려 11%p(포인트) 하락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신속히 국면을 전환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대통령실을 휘감았다.

총선 패배와 지지율 급락은 야당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갈 수 없게 만든다. 믿을 의석도 기댈 여론도 없는 탓이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도운 홍보수석이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통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통화에서 이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며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2024.4.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아울러 '범죄 혐의자와 마주 볼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도 돌려세운 건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동안도 계속 국회를 장악할 거대 야당이 재차 힘을 과시하고 나섰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권은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법안인 양곡법 개정안을 또 다시 발의해 전날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해버렸다. 제21대 국회 회기가 끝나기 전 이른바 '채상병 특검'을 강행처리하겠다고도 벼르고 있다.

지금껏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서왔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를 반복하기는 어렵다. 제22대 국회 108석 국민의힘 의원 중 7명만 넘게 이탈표가 나와도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따라서 이번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에서는 이런 국회 주요 현안이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 민생 우선 법안에 협조를 구하고 쟁점 사안에서는 이견을 좁혀가는 협상 통로를 구축하는 모양새다.

극명한 인식의 차이도 접점을 찾을지 관건이다. 예컨대 민생을 위한다고 하지만 방법론이 완전히 다르다. 야당은 민생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건전재정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약자 타깃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3.10.31.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당면한 인사와 개각에서도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동의가 필수적인 국무총리 인선 등에서 이 대표와 의견을 교환하고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인준을 부결하면 윤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임명할 수 없다.

독대 여부와 비공개 대화 내용도 핵심 관전 포인트다. 배석자 없이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장시간 독대를 할 경우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협상이 오갈 수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지만 각종 사법리스크에 노출된 이 대표와 무려 3년 이상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윤 대통령이 흉금을 터놓은 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두 사람의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일단 만나 소통을 시작하고 앞으로는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또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희가 대통령께서 하시는 일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