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리는데 10분도 안걸려"…안갚으면 신상공개하고 협박도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최예빈 기자(yb12@mk.co.kr),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2024. 4. 19. 17: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A씨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대부업체 등록을 하지 않고 338명에게 2억9000만원을 대출해 주면서 수고비(사례비), 지각비(연체 이자) 명목으로 이자와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10만원 미만의 금액을 빌려준 A씨는 연간 최고 2만9200%에 이르는 이자율을 적용했다.

실제 대부업자 C씨는 480여 명의 청소년에게 5억3000만여 원을 대출해주고 상환이 지연되자 학생증, 연락처 등을 SNS에 올려 당국에 적발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소액대출 비상
SNS서 수백개 대리입금 검색
수고·지각비로 초고금리 챙겨
청소년들 돈 빌려 도박에 탕진
휴대폰깡 대출 피해도 10배↑

A씨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대부업체 등록을 하지 않고 338명에게 2억9000만원을 대출해 주면서 수고비(사례비), 지각비(연체 이자) 명목으로 이자와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10만원 미만의 금액을 빌려준 A씨는 연간 최고 2만9200%에 이르는 이자율을 적용했다.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전화나 메신저로 욕설을 하고 학교와 집에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B군은 올해 3월에만 도박으로 1600만원에 이르는 돈을 탕진했다. 대리 입금을 통해 300만원을 마련했지만 쌓이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오토바이를 훔치는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송치됐다.

매일경제 취재진이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 '대리 입금'을 검색하자 370개 이상의 계정이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대리 입금이 해시태그된 게시 글이 2만8000개를 넘었다. 이들 계정은 소개 글에 '미자(미성년자) 환영' '학생 우대'라고 명시해 놓으며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청소년을 가장해 대리 입금을 해준다는 계정에 접촉하니 돈을 빌리기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한 대리 입금 업자는 "대출금의 20~50%를 수고비로 내야 하고, 늦게 갚을 경우 지각비가 붙는다"고 설명했다. 법으로 정해놓은 연간 최고 금리(연 20%)와는 비교가 안 되는 초고금리 사채를 쓰게 되는 것이다.

특히 본인 인증 절차에 필요하다며 학생증, 주민등록등본, 휴대폰 번호, 학교명, 부모님 휴대폰 번호 같은 중요한 신상정보를 보내라고 했다. 본인 인증 때문에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이는 돈을 갚지 못할 때 독촉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 여성만 대출 가능 대상이라고 안내하는 곳도 눈에 띄었다.

실제 대리 입금을 통해 대출받은 후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하면 사진과 전화번호, 주소, 학교 같은 신상정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한다는 식의 협박을 받는 일이 늘고 있다. 야간 협박 전화나 불법 추심에 시달렸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도 적지 않다.

대리 입금 업자들은 대출 상환이 지연되면 시간당 1만원의 연체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업자들은 이를 '지각비'라는 은어로 부르고 있다. 청소년들이 돈을 갚지 못하면 개인정보를 유출하겠다는 식의 협박을 일삼는다. 실제 대부업자 C씨는 480여 명의 청소년에게 5억3000만여 원을 대출해주고 상환이 지연되자 학생증, 연락처 등을 SNS에 올려 당국에 적발됐다.

대리 입금과 더불어 청소년에게 휴대폰을 개통하게 하고 그 대가로 현금을 주는 '내구제대출'(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 여기서는 휴대폰깡을 의미)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출받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휴대폰을 개통해 얻은 단말기를 업자에게 넘기고 현금을 받는 대출 사기 방식이다. 피해자는 과도한 휴대폰 요금을 납부해야 할 뿐만 아니라 휴대폰이 대포폰으로 악용되면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도 있다.

피해 신고도 크게 늘고 있다.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실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내구제대출로 피해를 보고 상담한 인원은 2021년 10명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06명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김정범 기자 / 최예빈 기자 / 지혜진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