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완의 주말경제산책] 소란스럽던 보복소비, 어디로 사라졌나

2024. 4. 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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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때 보복소비 끝나며
소매판매지수 마이너스 성장
작년·올해 소득증가 미미 영향
최근 리스·렌트 늘어났지만
고금리에 내구재 소비 위축
서비스 지출 늘어난 건 희망적

소비는 정말로 중요하다. 모든 경제활동의 마지막 종착지이기 때문이다. 소득이 증가하거나 주식과 집의 가격이 상승하면 모두가 좋아하는데 그 이유도 결국 소비를 더 할 수 있어서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선진국들의 경우 소비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약간 낮아서 GDP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어느 나라에서나 소비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경제 성장이나 회복은 어려워진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이 소비가 약하다는 것이다. 백화점과 슈퍼마켓의 매출을 반영한 소매판매지수는 작년과 올해 계속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다. 코로나 기간에 그렇게 시끄러웠던 보복소비는 어디로 간 것일까? 보복소비라도 있어준다면 전체 소비에 도움이 될 텐데 말이다. 보복소비는 많은 사람들이 명품 가방과 옷을 사는 것이었는데 이런 아이템을 준내구재(semi durable goods)라고 한다. 위의 그래프에는 2019년 코로나 이전부터 작년까지 준내구재 지출의 증가율을 그려 놓았다. 준내구재는 코로나 첫해인 2020년에 -15%까지 감소하였지만 2021년이 시작되자마자 급속히 솟구치는 모습을 보인다. 바로 보복소비의 시작이다. 그러다가 2021년 말에는 15% 수준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준내구재 지출의 증가는 2022년 말까지 계속되는데 전년 대비 5% 이상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뜨거웠던 준내구재는 2023년에 진입하면서 순식간에 식어 버린다. 보복소비는 2021년에서 2022년까지 화려한 짧은 생을 마감한 것이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지금 보복소비를 살리기도 어렵고 바람직한 소비도 아니다. 그렇다면 소비를 증가시킬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것이 쉽지가 않은데 소비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있어야 생겨나기 때문이다. 작년과 올해 소득 증가가 미미한 것이 소비가 증가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다. 소비를 더 늘리기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은 이미 합리적으로 소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소비행위가 하루 세 번의 식사인데 소득이 증가한다고 하루 네 끼를 먹고 소득이 감소한다고 두 끼를 먹기는 어렵다.

그런데 소비의 항목들 중에서 투자와 같은 성격을 가지는 것들이 있다. 내구재(durable goods)가 그 영역인데 오래 쓰는 물건들이 해당된다. 자동차나 가구 등이 내구재에 포함되는데 국내 소비를 살리는 데는 자동차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자동차는 일반인이 평생 구입하는 것들 중에서 집 다음으로 비싼 물건인데 투자의 성격이 있어서 수요 변동이 심하다. 정부가 자동차 세금을 면제해 주거나 현대자동차에서 새로운 모델이 나오는 경우 신차 구입 증가로 소비 전체가 증가하기도 한다. 최근 자동차 구입은 거의 예외 없이 자동차 대출이나 리스, 장기 렌트와 같은 금융상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자율의 역할이 중요하다. 작년 국내 자동차 판매는 174만대인데 자동차 할부액 24조원, 자동차 대출 5조원, 자동차 리스 14조원, 장기 렌터카 20조원이 지불되었다. 모두 합치면 무려 63조원이 이자율에 따라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공유경제의 확대로 가구나 가전제품도 렌트가 가능한데 소비를 살리려면 이자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의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회복을 유도하려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이자율을 내리고 내구재를 통해 전체 소비를 살리는 길이 있다. 하지만 아직 3%대에 머물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미국과 금리 차이 증가로 인한 환율 상승, 그리고 가계부채 증가가 걱정이다.

이렇게 소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 서비스 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코로나를 겪으면서 서비스 수요가 영원히 감소해 버린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Economist)지 추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 서비스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0%를 훌쩍 넘었는데 코로나 이후 50% 초반으로 낮아졌고 아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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