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나의 부모님

2024. 4. 19. 17:2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 나와 동생들은 시장 가는 엄마를 따라간다고 떼썼다.

엄마는 집에서 동생 보면서 놀고 있으면 맛있는 것 많이 사오마라고 하셨다.

나와 동생은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안간힘을 쓰며 엄마를 따랐다.

나와 연년생 동생은 엄마를 놓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시장바구니를 들고 끙끙대며 집으로 돌아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나와 동생들은 시장 가는 엄마를 따라간다고 떼썼다. 엄마는 집에서 동생 보면서 놀고 있으면 맛있는 것 많이 사오마라고 하셨다. 그러나 우리는 싫다고 했다. 따라가겠다고 했다. 엄마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그래 가자"라고 하셨다. 우리 셋은 좋아라 하며 엄마를 졸졸 따라나섰다. 서로 엄마 손을 잡으려고 했다. 나는 맏이니까 엄마 손을 잡지 못했지만 기분 좋게 엄마를 따라갔다.

엄마는 장바구니 두 개를 가져가셨다. 빨리 걸어다니시며 장을 보시더니 장바구니에 물건을 가득 담았다. 나와 동생에게 들라고 하셨다. 엄마 자신도 장바구니 가득 시장에서 산 것들을 담았다. 엄마는 뒤처지지 말고 잘 따라오라고 하시며 빠른 걸음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가셨다. 나와 동생은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안간힘을 쓰며 엄마를 따랐다.

장바구니는 거의 바닥에 닿을 듯 말 듯했다. 동생과 나는 장바구니가 땅에 끌릴까봐 팔꿈치를 약간 구부려야 했다. 장바구니는 나와 동생이 들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셋째 동생은 얼른 뛰어가서 엄마 손을 잡았다. 나와 연년생 동생은 엄마를 놓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시장바구니를 들고 끙끙대며 집으로 돌아왔다.

손바닥에 장바구니 자국이 생겨 오랫동안 손이 잘 펴지지 않았다. 엄마는 장바구니에 든 물건을 꺼내놓았다. 살 것이 더 있으니 또 시장에 같이 가자고 했다. 우리 셋은 동시에 "싫어요. 시장 안 가요. 맛있는 거 많이 사오세요" 하며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우리는 그 후 시장 가는 엄마를 따라가지 않았다.

도둑이 들었다. 좁은 동네고 다 아는 사람들이라 대문을 잠그지 않았었다. 엄마는 도둑이 들었다고 했다. 나는 너무 무서웠다. 남의 집에 들어가서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는 옆집에 가서 혹시 이 집도 도둑이 들었는지를 묻고 우리 집에 누가 온 것을 봤는지도 물었다. 집 안에 없어진 물건이 더 있는지를 살폈다. 엄마는 걱정을 하고, 없어진 물건들의 값도 따졌다. 나는 언제 도둑맞았느냐고 물었다. 엄마는 한숨만 쉬셨다.

"당장 재봉틀로 일을 해야 하는데"라며 걱정하셨다. 다음날 아침 없어졌던 물건들이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있었다. 재봉틀도 돌아왔다. 엄마가 집 비우는 것을 알고 아버지는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숨겼었다. 엄마는 웃으셨다. 안도의 숨을 쉬셨고 재봉틀에서 일하셨다. 그 후 엄마는 집을 비우지 않으셨고 외출할 때면 우리들에게 집 잘 보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나의 아버지와 엄마는 단 한 번도 늦잠이 없으셨다. 낮잠도 단 한 번 없으셨다. 아버지는 지물포가 문을 열기 전에 종이를 배달해야 했기 때문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 전 배달하셨다. 그날 배달해야 하는 종이를 생산공장에서 받고 종이를 부리고 소분해서 배달하며 밤늦게까지 일하셨다. 엄마도 늦게 일어나는 일은 결코 없었다.

내가 어른이 되어 늦잠 잤을 때, 게을러질 때면 어찌 내 부모님은 한 번도 늦잠을 주무시지 않았는지, 하루 종일 일하셨는지를 생각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무랐다. 우리 집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나는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셨던 부모님을 직접 보았기 때문에 불만이 거의 없었다. 부모님이 안쓰럽고 많이 배우시지 못한 것에 가슴이 아팠다.

[권명희 소설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