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이스라엘의 ‘제한적’ 공격, 모사드가 수행…갈등 확대 피하기 의도”

정미하 기자 2024. 4. 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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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드론으로 이란 군 기지 겨냥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의도적으로 피해
“모사드가 수행, 군 시설 4개 정밀 타격”
은밀하게 군 시설 공격 가능 메시지 주되
이란이 ‘피해 없었다’ 발표 가능하도록
의도적으로 계획된 공격

이스라엘이 자국 영토에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300여 기를 발사한 이란을 상대로 군사 대응에 나선 가운데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고 일부러 제한적인 공격을 벌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이 공군 기지와 핵 시설이 있는 이란 중부 이스파한 주변 지역을 공격하면서도 군 기지만 겨냥했을 뿐, 이란이 보복을 경고한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월,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으로 이란 내부의 첨단 무기 생산 시설이 타격을 입은 적이 있다”며 “이번 공격 역시 모사드가 수행했으며, 이스파한의 군사 시설을 겨냥해 4개 지역의 건물을 정밀 타격했다”고 전했다.

19일(현지 시각) 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사원 단지와 도시 스카이라인이 내려다보이는 올리브 산에 이스라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 AFP 연합뉴스

앞서 미국 ABC방송은 18일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미사일이 이란의 한 장소를 타격했다”고 전했다. 이후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이스파한 북서쪽에 있는 전투기가 위치한 군사 기지 근처에서 세 차례의 폭발음이 들렸다”며 “드론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에 대응해 방어 시스템이 활성화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공격 범위와 영향에 대해선 많은 부분이 불분명한 상태로 남아있다. 이스라엘군은 지금까지 이란에서 발생한 폭발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에서 발생한 폭발과 관련해 CNN에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19일 이른 아침 “이란 어디에서도 대규모 피해나 폭발이 목격되지 않았다”며 “이란 핵 시설에서 보고된 사건은 없다”고 말했다. 이란은 밤새 유지한 비행 제한을 이날 아침 해제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라즈 짐트 선임연구원은 WSJ에 “이번 사건이 사태를 악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대규모 공격이 없었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란 국영 TV는 “세 개의 소형 비행 물체가 공 방어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다”고 반복해서 보도했다.

데이비드 바르네아 모사드 수장. / 로이터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지금까지 행한 드론 공격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WSJ는 “이번 공격으로 모사드는 이스라엘 군대나 항공기를 공개적으로 사용하지 않고도 은밀하게 핵 시설이나 군사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신호를 이란에 전달했다”며 “동시에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한 핑계로 이스라엘의 공격을 이용할 것을 우려했기에,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관련 정보 분석가인 로넨 솔로몬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메시지를 보내고,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거의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발표하도록 하는 상징적인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이날 이란을 공격한 것은 이란이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이 폭격당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급 지휘관 2명 등이 사망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13일 밤 11시에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300여 기를 이스라엘 본토로 발사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다만,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 99%는 격추됐고, 피해는 물론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아 이스라엘이 이란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아도 될 여지를 줬다.

여기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이란에 대응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고 있었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재보복에 나선다면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란은 지난 18일, 자국의 핵 시설이 표적이 될 경우 핵무기 작업을 가속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습에 대응하면서도 전면전은 피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5일 “이란에 대응하겠다고 결심했다”면서도 “무책임한 조치는 아닐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란은 물론 이스라엘 일부에서는 이스라엘의 보복 규모가 미약했다며 비꼬는 반응도 나왔다. 이스라엘의 극우 지도자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 안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이란 공습을 놓고 “약하다(Weak)”라는 단 한 단어를 남겼다. 이란 우주국의 대변인인 호세인 달리리안 역시 X에 “이스라엘이 보낸 드론이 3대”라고 주장하며 “저 사람들은 우리가 자폭 드론과 미사일 500발을 쐈다고 하면서 소형드론 3대로 대응했다. 그것들은 모두 격추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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