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업, 딸과 여행도…'장애인 개인예산제' 준비하는 사람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 강사가 되고 싶어요."
오요셉씨(36·남) 꿈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물류 사업을 하는 것이다. 오씨는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우선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면서 현지 사정을 익힌 후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오씨는 17살 때 뇌출혈로 쓰러진 후 뇌병변장애가 생겼다.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됐다. 여전히 동작이 자유롭지 않다. 버스 탈 땐 꼭 좌석에 앉아야 하고 만원 지하철에선 승객에 밀려 넘어지기도 한다.
장애 등급과 소득 수준에 따라 주어지는 현재 복지 체계에선 꿈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오씨는 말한다. 오씨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서울형 장애인개인예산제 모의적용 사업(서울형 모의적용) 참여자로 선정되면서부터다.
고등학생때까지 수영선수로 활약한 박모씨는 2016년 갑작스런 뇌출혈로 중증 뇌병변장애가 생겼다.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왼쪽팔과 다리가 마비됐다. 왼쪽눈 시력도 잃었다. 하루 아침에 혼자선 물도 삼키기 어려운 장애인이 됐다.
혼자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던 박씨는 지난해 4월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을 알게됐다.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이곳 운동실과 수중재활센터에서 꾸준히 운동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요즘은 혼자 등산스틱을 집고 걸어 다닌다. 지난해엔 서울형 모의적용 사업에 참가해 수영심판이 되어 사회에 복귀하고 싶다는 소망도 발견했다.
서울시는 모의사업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목표를 설장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까지 지원했다. 모의 적용단계여서 실제 예산은 지급할 수 없었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모의적용 단계에서 박씨가 희망한 운동재활치료를 위해 자체 예산을 마련해 주 1회 운동재활치료를 지원했다. 박씨는 "할수만 있다면 주5회 운동치료를 받고 싶다"며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김명숙씨(64) 꿈은 대학생 딸과 바닷가로 여행을 가는 것이다. 2011년 뇌출혈 이후 중증 뇌변병 장애가 생겨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됐다. 전동휠체어가 없으면 이동하기 어렵다. 김씨에겐 다른 지원보다 여행을 동행해줄 활동보조사 등이 더 필요하지만 현행 제도에선 필요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받기 어렵다.
정부는 서울시와 별개로 모의적용 사업에 이어 2025년 시범사업을 거쳐 전국실행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급여 유연화모델 △ 필요 서비스 제공 인력 활용을 적용해 모의적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급여유연화 모델은 기존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의 일부(10% 이내)를 공공서비스(재활, 긴급돌봄 등)나 민간서비스(주택 개조, 주거환경 개선 등)에 쓸 수 있도록하는 모델이다. 필요 서비스 제공 인력 활용 모델은 기존 활동지원 급여의 20% 이내에서 간호사·물리치료사·수어통역사·보행지도사 등의 활동지원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활동지원 인력에 대한 시간당 서비스 지원단가는 지난해 기준 3만1140원 미만으로 제한된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세원 1주기에…서정희, ♥6살 연하 건축가 남친과 '불후' 출연 - 머니투데이
- "숙제 잘 안고 가겠다"…'사생활 논란' 유영재, 마지막 생방 심경고백 - 머니투데이
- '눈물의 여왕' 김지원, 논현동 '63억' 건물주였다…35억 대출 추정 - 머니투데이
- "아빠 제발" 딸 카톡 '읽씹'한 이범수…이윤진 "그 입 다물라" 또 저격 - 머니투데이
-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연애 시절땐 84분, 결혼 후엔 3초 - 머니투데이
- "돈 받고 불 붙여"…일본 자산가 부부 시신 훼손한 20대 한인 - 머니투데이
- 블핑 리사, 재벌 남친과 열애설 인정?…파리서 목격된 사진 보니 - 머니투데이
- 갑자기 '쾅', 피 냄새 진동…"대리기사가 로드킬" - 머니투데이
- "죽고싶은 마음, 음악으로 봉사" 유재환, 사기논란 사과…성희롱은 부인 - 머니투데이
- 홈캠에 외도 걸린 남편, 되레 고소…공부 뒷바라지한 아내 '분통'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