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버스킹 공연’과 ‘거리 공연’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2024. 4. 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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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버스킹'이라는 말을 우리말처럼 쓰고 있다.

대부분은 '버스킹 공연'이라는 말로 쓰이고 있지만 짧은 말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인지라 그냥 '버스킹'이라는 말로 대신할 때도 많다.

'버스킹'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여는 공연"이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우리말 규범 표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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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버스킹’이라는 말을 우리말처럼 쓰고 있다. ‘버스킹’으로만 쓸 때도 있고, ‘버스킹공연’이라고 쓰일 때도 있다. 신문도 제 각각이다. 대부분은 ‘버스킹 공연’이라는 말로 쓰이고 있지만 짧은 말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인지라 그냥 ‘버스킹’이라는 말로 대신할 때도 많다.

‘버스킹’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여는 공연”이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우리말 규범 표기는 없다. 일종의 신조어라고 하는 것이 좋다. 영어로 ‘busking’라고 하면 “길거리 라이브”라고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 ‘버스킹’이라는 말을 영문으로 찾아보면

The term busking refers to the practice of performing music in a public place and asking for money from people passing by.
(‘버스킹’이라는 용어는 공공 장소에서 연주를 하며 행인에게 돈을 요구하는 뜨내기 악사의 연주 행위를 의미한다.)(<다음 백과>에서 재인용)

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정의로는 “(통행인들에게 돈을 얻으며) 길거리에서 연주하다”라고 하는 것이 적당하다. 서양에 가면 모자나 깡통을 앞에 놓고 바이올린을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며 구걸(?)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런 것을 일컬어 ‘버스킹’이라고 해야 맞다. 그러나 이 단어가 우리나라에 오면서 그냥 일반적인 거리 공연을 일컬는 말로 둔갑하였다. 그러니까 ‘버스킹’과 ‘거리 공연’은 사실상 다른 의미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공연하는 것을 모두 ‘버스킹 공연’이라고 하다 보니 단어의 의미에 혼란이 야기되었다.

사실 ‘busk’라는 동사 안에 공연이라는 의미가 이미 들어 있는데, 우리는 버스킹 공연이라고 하고 있으며, 돈을 구하기 위하여 공연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우리는 돈이 많은 민족이라 그런지 돈을 받지 않고, 그냥 거리에서 무료로 공연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자. ‘가수 서수남. 깜짝 버스킹 공연’이라는 문구가 올라와 있다. 또 ‘인천국제공항 무료 버스킹 공연’, ‘석촌호수 벚꽃축제 버스킹 공연’이라는 기사도 눈에 띈다. 이런 공연은 모두 관에서 주도하거나 방송사 주관으로 무료로 볼 수 있는 공연이다. 그러니 원래 ‘busk’의 의미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예문을 보자.

어제, 벚꽃 흐드러진 석촌호수 동호 수변 무대에서 해와나무, 에이스불루의 버스킹공연이 있었습니다.(송**, 다음 카페에서 재인용)
버스킹공연 관람하는 유인촌 장관(뉴시스 4.18)

등과 같이 다양하게 나타나 있다. 이러한 공연들이 서양에서 말하는 ‘버스킹’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그냥 ‘거리 공연’이라고 하지 왜 굳이 버스킹이라는 용어를 고집할까 의문이다.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예능인답다는 것인가, 아니면 외국어를 순화해서 우리말라 바꾸는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궁금하다. 우리말 규범 표기가 없다는 것은 ‘구걸하는 공연’에 대한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냥 거리에서 공연하는 것이면 ‘거리 공연’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떤가?
좋은 우리말을 두고 원래의 의미와도 다른 말을 방송가에서 일상적인 단어로 활용하고 있는 것에 마음이 상한다. ‘거리 공연’이라고 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데, 굳이 ‘버스킹공연’이라고 해야 하는가?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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