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목표는 삼성 추월 아닌 국산화"…한국의 전략은?

정은지 특파원 2024. 4. 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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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첨단기술 경쟁력과 미래 전략 세미나' 개최
"기술은 초격차 유지, 시장은 반격차 전략으로 가야"
이우근 칭화대 직접회로학과 교수가 19일 '중국 첨단기술 경쟁력과 미래전략 세미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한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위한 '반(半)격차' 전략이 중국 시장 공략에 효과적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우근 칭화대 집적회로학과 교수는 19일 중국 베이징 포스코빌딩에서 열린 '중국 첨단기술 경쟁력과 미래 전략 세미나'에서 "중국의 반도체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격차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자체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우근 교수는 중국 칭화대 종신교수로 있는 반도체 전문가다.

이우근 교수는 "중국은 삼성, 인텔 등과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게 아니라 전 세계 반도체의 절반 정도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가용 범용 반도체부터 국산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이미 거대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그는 우리의 대응 전략에 대해 "기술은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시장은 반격차 전략으로 가야야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 중국의 경제체제가 개선되면서 2013년부터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석유의 수입액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 초격차 기술력의 확보보다는 국산화가 우선으로 고려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AI 반도체용 신메모리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국내의 수요를 기반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중국 내에서만 3500개가 넘는 팹리스 회사가 있어 진화하는 과정에 진입했으며, 후공정 산업에선 전통적인 강세를 기반으로 첨단기술 연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중이다. 소부장에선 연구 및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중국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재 중국에는 3500개가 넘는 팹리스 회사가 있는데 이는 시스템 반도체 역량이 개선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22년 '반도체 설계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채택된 중국 논문 수는 한국, 일본, 대만을 제쳤다. 이 교수는 "2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에서 채택되는 논문이 한 편이 나올까 말까 했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빠른 속도로 성장한 중국과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은 있을까. 우선 한국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분야를 제외한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교수는 "반도체의 '소프트웨어'라고 평가받는 팹리그 분야에서는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이 분야에서 한중간 표준화가 된다면 미국은 아니더라도 최소 동남아 시장에서는 사업을 할 수 있고, 여기서 IP가 창출되면 이를 중국과 공유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파운드리 분야에선 중국의 3000개가 넘는 팹리스 회사를 유치하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며 "레거시공정 파운드리 및 후공정 협력과 첨단공정을 배제하더라도 협력할 수 있는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협력과 기술 유출의 경계선에서 상호가 윈윈할 수 있는 사업이 제한되어 있고, 미·중 간 갈등에서의 제약이 존재한다는 것은 여전히 난관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중국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실패할 기회를 갖고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간 경쟁력을 공정하게 비교할 수 없다"면서 "지금의 상황으로 봤을 때 중국이 수년 내에 급성장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해 중국 경제를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9일 중국 첨단기술 경쟁력과 미래전략 세미나가 개최됐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한국이 12대 전략기술을 발표한 가운데 중국에서의 관련된 기술에 대한 동향을 조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위해 반도체(이우근 교수), 이차전지(김종명 상해과기대 화학과 교수), 첨단바이오(정용삼 남경농업대 동물의학과 교수), 수소(김정식 북경항공항천대 중국-프랑스 공학부 교수), 양자 기술(김기환 칭화대 물리학과 교수) 등 5개 분야를 선정했다.

이와 함께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는 '중국 첨단기술 경쟁력과 미래전략- 중국 현직 교수들의 분석과 제안'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서행아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센터장은 "대부분 산업 및 응용 기술에서는 한국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신산업 분야는 이미 많은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고, 이차전지와 양자 통신 영역에서는 미국을 추월했다"며 "중국과 협력할 분야에서는 협력하고 경쟁할 것은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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