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 위에서 펼치는 여성들의 곡예 … 자유를 향한 갈망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4. 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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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한가운데일까.

구릿빛 피부의 가벼운 옷차림을 한 여성들이 거칠게 나룻배를 몰고 있다.

밀림을 배경으로 한 것도 여성이 가진 강인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1975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스포츠 담당 각료회의에서 "모든 개인은 스포츠에 참가할 권리를 가진다"는 'Sport for All(모두를 위한 스포츠)' 헌장이 채택된 이후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기회는 제한적인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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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서울서 키에르고르 개인전
북유럽 작가 특유의 위트 선보이며
사회에 만연한 편견·차별 꼬집어
섬유공예 인영혜 개인전도 열어
미에 올리세 키에르고르 'Playing Ship'(캔버스에 유채, 220×195㎝, 2023). 파운드리 서울

아마존 한가운데일까. 구릿빛 피부의 가벼운 옷차림을 한 여성들이 거칠게 나룻배를 몰고 있다. 언뜻 보면 제3세계 작가의 일상적인 풍경화 같지만 찬찬히 살펴보니 어딘가 좀 엉뚱하다. 원주민인가 싶었는데 작품 속 여성들은 하얀 탱크톱에 핫팬츠를 입었다. 이들은 노를 젓기는커녕 움직이는 배 위에서 곡예를 펼친다. 체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나무 봉에 서서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높이뛰기 자세로 기울어진 허들에 매달려 있다. 작품의 제목은 'Playing Ship(경기 중인 배)'. 편견에 도전하는 덴마크의 여성 작가 미에 올리세 키에르고르의 위트 있는 상상이다.

미에 올리세 키에르고르의 한국 첫 개인전 '게임체인저(Gamechanger)'가 서울 한남동 파운드리 서울에서 5월 11일까지 열린다. 키에르고르는 생동감 넘치는 붓질과 역동적인 구도로 화폭에 여성들을 등장시켜 여성의 주체성과 자유를 이야기한다. 밀림을 배경으로 한 것도 여성이 가진 강인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의 작품에선 인종 구분도 없다. 구릿빛으로 표현된 피부는 모든 인종의 피부색을 섞으면서 나온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균형과 연대 의식이라는 주제 아래 여러 명의 여성들이 스포츠를 즐기듯 서로 협동하는 장면을 담은 회화 신작 18점을 선보인다.

미에 올리세 키에르고르 'Tennis Trouble Makers'(캔버스에 유채, 225×585㎝, 2023). 파운드리 서울

신체 능력을 겨루는 스포츠는 오랫동안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1975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스포츠 담당 각료회의에서 "모든 개인은 스포츠에 참가할 권리를 가진다"는 'Sport for All(모두를 위한 스포츠)' 헌장이 채택된 이후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기회는 제한적인 게 현실이다. 키에르고르가 스포츠를 작업의 소재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스포츠는 하나의 단적인 예일 뿐이다. 이를 토대로 작가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편견과 차별을 꼬집는다.

이처럼 주제는 무겁지만 키에르고르는 이를 특유의 해학적인 서사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일례로 폭 5.85m의 대작 'Tennis Trouble Makers(테니스 말썽꾼들)'(2023)는 테니스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듯하지만 실은 엉망진창이다. 테니스 코트 위에 걸터앉아 있거나 올라선 여성도 있고 심판처럼 보이는 이조차 이를 관망하고 있다. 산짐승들도 테니스장을 휘젓고 다닌다. 양말도 신지 않고 빨간 구두와 슬리퍼를 신고 경기장에 들어온 여성도 있다. 기존의 룰을 어기고 있지만 하나같이 당당한 모습이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통해 작가는 여성의 모든 가능성을 시험하면서 기존 틀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밀고자 했다.

한편 파운드리 서울은 같은 기간 서브 전시공간인 바이 파운드리에서 한국의 젊은 섬유공예 작가 인영혜의 개인전 '무방비;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사람'을 진행한다. 의자·스툴·소파 등 아트 퍼니처와 오브제 등 다양한 섬유 작업을 전개해온 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 전체에 걸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벽면과 모서리, 천장을 채운 울퉁불퉁한 덩어리들은 작가 본인의 자화상인 동시에 만인의 얼굴을 연상시킨다. 부드럽고 포근한 촉각적 경험을 통해 위안을 건네면서 인간관계의 복잡한 상호작용 가운데 필요한 개인의 긍정적인 태도를 이야기한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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