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도 원칙도 없는 의대 조정, 의료계 최후통첩 카드?

구무서 기자 2024. 4. 1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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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조정해도 의료계 복귀는 미지수
전공의 7088명, 처분 의견 제출 기한 만료
"의료계 통일안 나오면 열어놓고 논의할 것"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점국립대 총장 건의에 대한 정부입장 등 의대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4.19.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의료계 복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의대 증원 일부 조정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전히 의료계 복귀는 불투명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당초 입장에서 물러나 정원 규모를 줄인 만큼, 현장 이탈자 처분을 앞두고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정부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내년도 입시에 한해 의대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건의를 한 대학은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 등으로, 이들 대학의 내년 의대 증원분은 총 1072명이어서 최대 536명이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다른 국립대와 사립대까지 동참하면 증원 감소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정부는 지난 2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2035년까지 의사 수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라고 추계했다. 이중 1만 명은 증원을 통해 확보하고 5000명은 정책 패키지를 통해 기존 인력들이 필수의료 분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정부가 추계를 통해 산출한 숫자였기 때문에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 장기화와 환자들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통일된 의료계 제안이 있어야 증원 규모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었다.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고 말했고 지난 15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는 변함 없다.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4대 과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아닌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 총장들이 의대 정원을 줄여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취지의 건의문을 내면서 정원 조정이 급물살을 탔고 이날 중대본을 통해 일부 정원을 조정하게 됐다.

조정으로 인한 감축분은 적극적인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대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대구시내 대학병원. 2024.04.11. lmy@newsis.com


문제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조정해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의료계는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등에 따라 입장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증원 규모 원점 재검토 또는 1년 유예에 대해서는 공통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료 현장 복귀가 가장 시급한 전공의의 경우 ▲2000명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 ▲명령 철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 7대 요구사항을 내걸었고 최근에는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경질, 군의관 복무 기간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000명 증원 원안에서 일부 규모를 줄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전공의들과 협의를 해서 나온 안도 아니고, 이 정도로 전공의들이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원점 재검토를 고수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정부가 최후의 카드로 정원 조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탈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사 면허 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발송 건수는 지난 3월20일 7088건에서 추가되지 않고 있다. 현재 이들 7088명 모두 의견 제출 기한이 경과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면허 정지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행정처분 전 정부의 최후통첩이라는데 "비슷한 생각"이라면서도 "의사가 부족하다는 건 의료인 빼고는 전 국민이 공감하는 내용인데 실리도 잃고 원칙도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 정부는 최후통첩보다는 향후에도 논의의 문은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특별 브리핑에서 "과학적 근거에 의한 의료계 통일된 안이 나오면 항상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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