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증시 승천하나[가깝고도 먼 아세안](28)

2024. 4. 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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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 증권거래소 전경 /유영국 제공



최근 베트남 증시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한국의 코스피 격인 호찌민 증권거래소 지수는 4월 12일 마감 기준 연초 대비 13% 상승한 1276.6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 성장에 그쳤다. 베트남 주요 종목에 투자하는 베트남 펀드와 베트남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 역시 연초 대비 12%대 수익률을 거두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증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시장에 참여해 주가가 급등했다. 2021년 베트남 개인투자자들의 신규 증권 계좌 개설 수는 매달 최고치를 경신했고, 2022년 1월에는 주가지수도 전년 대비 25% 상승한 1536.45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2년 3월 부동산 대기업이자 민간항공사 뱀부항공을 운영하던 FLC 그룹 회장의 주가 조작 사건이 터졌다. 연이어 2022년 10월 베트남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인 반 띤 팟(Van Thinh Phat)의 회장이 불법 채권 발행 사건으로 전격 체포되면서 급성장하던 베트남 증시는 한껏 움츠러들었다. 결국 2022년 11월 16일 베트남 주가지수는 최고치 대비 43% 폭락한 873.78포인트를 기록했다. 이후 베트남 증시의 탄력성으로 어느 정도 증시는 회복됐지만, 한동안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외국인 투자 자금 유치 적극 나서

베트남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최근 베트남 증시를 다시 뜨겁게 불 지피고 있다. 2023년 10월 팜민찐 총리는 전국 인구 데이터베이스와 주식거래자의 개인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일치하지 않는 데이터는 정리할 것을 국가증권위원회에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베트남 증시 활황기에 주가 조작 사례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총리의 요구에 베트남 각 증권사는 10~11월 두 달간 주가 조작에 활용될 수 있는 휴면, 중복, 고객정보 불일치 계좌 등 총 71만개를 대거 삭제했다. 또한 베트남 증권사들은 온라인 고객 인증 서비스인 eKYC(Electronic Know Your Customer)를 도입해 인증 속도를 높였다. 휴면 계정이 대대적으로 정리된 지난해 10월 한 달간 베트남 주가지수는 11%나 폭락했다. 그간 상승했던 베트남 증시가 주가 조작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증폭됐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베트남 증시는 6.4% 상승 회복하고, 12월에는 휴면 계정 정리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이에 더해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12월 13일 ‘주식시장 발전 전략’을 발표하면서 베트남 증시를 끌어 올릴 것을 천명했다. 2023년 마감 기준 베트남 증시 총액은 2400억달러로 GDP의 56% 수준인데 2025년까지 베트남 주가 총액을 GDP의 100%, 2030년에는 GDP 120%를 목표로 삼았다. 2023년 730만명인 주식 거래자 수는 2025년까지 900만명, 2030년에는 1100만명으로 늘어나리라 전망했다. 또한 외국인 투자 자금을 베트남 증시로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현재 MSCI(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와 영국 FTSE(파이낸셜 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의 프런티어 시장에 속해 있는 베트남 증시를 2025년까지 이머징 마켓으로 격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베트남 정부 희망대로 이머징 마켓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해 투자하는 수십억달러의 패시브 펀드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베트남 증시는 MSCI 시장 프런티어 지수에서 29%, FTSE 러셀 프런티어 지수에서 3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이래 FTSE는 시장 등급 평가에서 베트남을 프런티어 시장에서 이머징 시장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관찰 대상으로 유지하는 중이다. 빠르게 성장해가고 있는 베트남 증시가 프런티어 시장에 머물기에는 덩치가 커졌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2월 28일 하노이에서 열린 베트남 주식시장 발전 콘퍼런스에서 세계은행 금융, 경쟁력 혁신 그룹 책임자인 케투트 아리아디 쿠스마(Ketut Ariadi Kusuma)는 베트남 증시가 이머징 마켓으로 격상되면 2030년까지 250억달러(약 35조원)의 신규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 정부는 이러한 사항을 외국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월 베트남 재무부와 증권위원회는 한국과 일본에서 연달아 베트남 투자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베트남 정부의 주식시장 발전 전략을 홍보하며 투자를 호소했다.

외국인 지분 투자 한도 등이 걸림돌

베트남 정부의 계획이 달성되려면 해결해야 할 걸림돌이 있다. 먼저 베트남 기업들에 대한 외국인 지분 투자 한도다. 시중 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30%로 제한돼 외국인 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구조조정 중인 3개 부실 은행에 외국인 지분 한도를 49%까지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인데 전면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장기업의 외국인 지분 한도 49% 규정을 철폐했음에도 외국인 지분 한도를 0%까지 제한하는 기업이 상당수라 외국인 투자자들을 실망하게 하고 있다.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영문 공시를 내지 않는 것과 국제회계기준 IFRS 의무 적용이 2025년부터인 것도 지적되고 있다. 베트남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인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투명한 정보 제공은 당연하지만, 아직 베트남 기업들이 외국 투자를 받을 준비가 안 돼 있다.



또한 정부의 계획대로 일정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호찌민 증시는 거래시스템 노후화로 인한 과부하, 주문오류 등을 해결하기 위해 2012년 한국거래소와 2430만달러 규모의 거래시스템 도입 계약을 체결했지만, 여전히 시스템 가동이 안 되고 있다. 2023년 12월 한국거래소 시스템 운용이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예고했지만, 현지 증권사들의 준비 부족으로 시스템 가동이 안 됐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4월 11~15일 매매 주문 테스트를 통해 정산 주문 체결 여부를 확인했는데 본격적인 가동은 아직이다.

베트남이 미·중 갈등 속에서 손에 꼽히는 매력적인 투자처인 것은 분명하나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하려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규정과 실행력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무엇보다 베트남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실행력으로 증명해내야만 한다.

호찌민 | 유영국 <베트남 라이징>·<왜 베트남 시장인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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