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료 분쟁에…학계 "여론전에 소비자 이용"
해외 플랫폼 등 대형 CP(콘텐츠제공사업자)와 국내 ISP(인터넷제공사업자)를 중심으로 불거진 망 이용대가(사용료)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은 가운데, 망 이용대가의 부당성을 강조한 CP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론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양승희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19일 강릉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공정한 망 이용이 국내 인터넷 산업 및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CP별 트래픽 비중은 구글이 28.6%, 넷플릭스가 5.5%, 메타가 4.3%를 차지했다. 네이버·카카오는 같은 시기 자료가 없지만, 2020~2021년 4분기 자료에선 트래픽 비중이 1~2%대로 나타났다. 양 교수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들과 메타·디즈니플러스·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CP들은 국내 ISP에 직·간접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반면, 더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구글·넷플릭스 등 대형 CP들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양 교수는 "망 이용대가 지불 여부·금액·산정방식 등은 기밀유지계약(NDA)에 따라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며 "판결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국내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당시 미국 ISP에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었고, 구글도 일부 해외 ISP에 대가를 지불해왔다"고 밝혔다. 망 이용대가는 원칙적으로 무료가 아니라 지불 여부와 금액이 국가마다 다르고, 국가 내에서도 CP와 ISP의 협상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취지다. 양 교수는 또 대형 CP들이 전송하는 콘텐츠의 품질 또한 ISP에 따라 다르기도 했고, 기밀유지계약에 따라 시장에 상당한 정보비대칭이 존재한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오픈넷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 지난해 3월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62.9%는 망 사용료 법안이 통과될 경우 콘텐츠 요금이 소비자 측에 전가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양 교수는 이 같은 대중적 인식에 '망 이용대가가 대형 CP들에게 금액적으로 중요한 수준'이며 '대형 CP들이 망 이용대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소비자에게 분담시킬 것'이라는 전제가 내포됐다고 분석하면서, 실제로 망 이용대가가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여러 변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망 이용대가를 비롯한 비용의 소비자 전가는 △시장구조 △산업의 경쟁도 △CP의 사업·수익 구조와 전략 △정부 규제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양 교수는 "현재와 같은 과점 형태가 아니라 완전경쟁 형태로 콘텐츠 시장구조가 변한다면 구독자 이탈을 막기 위해 (CP들이) 망 이용대가를 이용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CP 측의 '지금까지 망 이용대가는 인터넷 이용자에게 부과되는 통신요금에 포함돼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양 교수는 "2000년대부터 국내 이동전화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 가계통신비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며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맞받았다. 이어 "통신사업자는 정부 규제로 통신요금 인상이 용이하지 않다"며 "대형 CP가 지속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분담하지 않는다면, ISP의 망 투자비용 증가로 인해 인터넷 서비스의 품질과 안정성이 저하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사업자의 입장을 내세우기 위한 도구와 여론전의 타겟으로 소비자들이 이용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망 이용대가 관련 제도나 기업 행태가 달라질 때 소비자가 누리는 제품·서비스의 양과 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해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와 유관기관에선 사업자들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합의가 어려우면 적절한 분쟁해결 메커니즘을 마련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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