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당 보면 찍어줄 수 없다더라”…‘총선 낙선’ 與원외위원장들 성토

2024. 4. 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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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주재 원외위원장 간담회…당정 변화 촉구 쏟아져
오신환 “공감능력·유능함·당 내 민주주의 상실했다”
“이대로면 지선·대선 필패” “집단지도체제 재검토해야”
영남 지도부 인식 비판도…“영남 자민련으로 남을 거냐”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지난 4·10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국민의힘 낙선인들이 대통령실과 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총선 참패 열흘 만인 19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 약 4시간 동안 당정의 전향적 변화를 요구하는 성토가 이어졌다. 특히 수도권 낙선인들은 보수정당의 ‘텃밭’인 영남권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지도부의 선거 결과 인식을 비판하며 “안 바뀌면 영남당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 광진을에 출마했던 오신환 전 의원은 이날 간담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저는 세 가지 정도를 이야기했는데, 일단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감능력을 상실했다”며 “두 번째는 유능한 정당으로서, 집권당으로서 국민들께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던 유능함의 상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 번째가 당 내 민주주의 상실”이라며 “용산과의 관계, 또 지난번 이준석 대표가 당대표에서 쫓겨나는 과정, 지난 전당대회 과정 속에서의 어떤 비민주성 등 여러가지 부분들이 집권 이후 우리 당과 용산(대통령실)과 관계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들이 결과적으로 누적되고 쌓였고, 그것이 국민들한테 이번에 심판받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노원을에 출마했던 보좌진 출신의 김준호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황상무 수석이나 이종섭 대사 사건 이후로 그 때부터는 절 노원을의 김준호로 바라보는 게 아니더라”며 “몇몇분들이 이 말씀을 했다. ‘대통령실, 너네 당을 볼 때 너를 절대 찍어줄 수 없다’, ‘젊은 후보가 올바른 이야기하니까 찍어주고 싶은데, 미안한데 이번에 표가 안 갈 것 같다. 담에 다시 나오라’더라”고 말했다. 이어 “송사리가 아무리 열심히 꼬리쳐도, 고래가 잘못된 꼬리짓을 하면 송사리가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간담회에서는 선거 전후 대통령실의 태도, 영남권 중심 지도부의 현실 인식 등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재영 서울 강동을 후보는 “민심이 반영되지 않는 당정 관계라든지, 민심이 반영되지 않는 당 모습은 2년 후 있을 지방선거, 3년 후 있을 대선에 분명 필패를 가져올 거란 말씀을 몇 분이 해주셨다”며 “수도권에서 당연히 목소리 낼 수 있고, 당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당 지도부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총선 참패 관련 메시지를 내놓은 것과 관련해 “어떻게 모두발언을 통해서 하느냐. 더 성의있게 기자회견을 통하든지, 대국민 간담회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신 혁신형 비대위를 세워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게 나왔다.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 100%’인 현행 룰을 개정하고, 당대표 중심의 단일지도체제가 아닌 과거의 ‘다두(多頭)’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내쳤던 동지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 후보는 비대위 형태와 관련한 취재진 물음에 “지금과 같은 민심의 괴리는 영남 중심의 지도부가 느끼는 민심하고 너무나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그냥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변화나 혁신 정도로는 당의 미래를 계획하기 어렵다”며 관리형 비대위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승환 서울 중랑을 후보는 전당대회 룰 변경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일반국민 비율을 늘려야 되고, 지금 단일지도체제로 돼 있는데 당의 다양성 좀 더 늘리기 위해 집단지도체제를 다시 검토해야 된다”고 말했다. 비윤계 포용 주장과 관련해서도 “지금 우리가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로) 박영선에 양정철까지 얘기가 나올 정도”라며 “함께 정권을 만들었고, 함께 보수당을 지켜왔던 사람들을 배제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했다.

간담회가 진행되는 도중 대구시장 출신의 권영진 대구 달서병 당선인이 “무슨 문제만 생기면 영남 탓을 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오 후보는 “영남에 있는 우리 유권자들이나, 지지했던 분들을 탓하는 게 아니다”라며 “지도부들이 수도권 민심을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전략을 짜고, 비전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당이 가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소위 영남의 자민련으로 계속 남아서, 이런 위기들을 계속 갖고 갈 것인지 저는 그게 의문”이라고 했다.

이승환 후보도 “영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누가 있나. 다만 수도권과 전체 민심을 읽지 못했던 영남 위주 지도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외조직위원장들은 이날 윤 권한대행 등 지도부가 퇴장한 이후에도 토론을 이어갔고, 오후 2시쯤 결의문을 발표하고 추가 행보를 예고했다. 결의문에는 ‘원외위원장 회의 정례화’가 포함됐다. 임시 대변인을 맡은 전주혜 의원은 “당헌·당규엔 당협위원장 협의체가 있지만 아직까지 구성된 적도 없고, 앞으로 이런 공식적인 협의체 여부를 떠나서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며 TF(태스크포스) 결성을 알렸다.

전 의원은 “오늘 모인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앞으로 있을 당대표 선출에도 당연히 당원으로서 (역할을) 하시기 때문에, 당대표 선출에 있어서도 수도권 민심 전달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이런 여러 의미에서 TF가 꾸려졌다”고 했다.

한편 윤 권한대행은 이날 간담회를 나선 뒤 기자들과 만나 “상당히 좀 절박한 이야기들 많이 있었다. 그 내용들 잘 녹여서 당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 성격과 관련해서는 “22일 당선자 총회를 한 번 더 하니까, 그 때 또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어떤 결정도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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