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e스토리] LCK CL 허만흥 해설이 보는 성장하는 선수들

박상진 2024. 4. 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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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월드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이번 LCK 결승까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를 향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활동하는 LCK는 올해도 시즌 시작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이번 결승에서는 동시 시청자 260만이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LCK 무대는 모두가 선망하는 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자리에 오른 선수들은 신인 선수 시기를 거쳤다. LCK 챌린저스 리그, LCK CL이 바로 그 무대다. 가능성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선수들을 위한 대회인 LCK CL는 정교한 플레이보다는 패기가 넘치는 신인 선수들의 열정이 더욱 뜨거운 무대고, 그 열정이 너무 뜨거워 물이 넘치고 판이 엎어지는 일이 일상사다.

하지만 이들의 이러한 열정은 당연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은 드물고, 라면을 끓일 때도 한강과 볶음면 사이를 한 번은 거쳐야 제대로 된 라면을 끓일 수 있다. LCK CL을 보는 시청자들은 물론 방송 중계진도 이러한 면을 충분히 생각하고, 선수들의 장점과 가능성을 더 높게 친다. 작년 LCK CL에 합류한 허만흥 해설 역시 선수 시절 큰 커리어는 쌓지 못했지만, 오히려 이런 면 덕분에 가능성을 가진 CL 선수들의 마음을 읽고 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허만흥 해설 역시 공식 중계 데뷔를 거쳐 아직 성장하고 있다. 성장하는 해설은 어떻게 성장하는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을까

이제 해설로 2년 차가 되었습니다. LCK CL에서 해설로 지금까지 활동한 소감은 어떤가요
확실히 해설이 어려웠습니다. 공식 방송이니 사용하는 어휘도 잘 골라 써야 하고, 억양이나 톤도 잘 조절해야 하는 게 처음에 어려웠던 기억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나름 적응이 되었죠. 제 옆에 김정민 캐스터나 심지수 캐스터, 그리고 김동준 해설이 있고, 편안한 분위기애서 저애개 많은 것을 알려주셔서 적응이 한층 쉬웠죠. 

허만흥 해설의 발성이 참 좋은데, 해설을 맡으면서 따로 연습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훈련 같은 것을 따로 하지는 않았는데, LCK를 비롯한 많은 중계를 한 다른 해설의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많이 생각을 하고 연습도 했습니다. LCK나 LCK CL에 출연하는 해설진의 발성이나 해설 방식을 많이 봤는데, 아무래도 같이 중계하는 김동준 해설의 발성이나 해설 방식에서 배운 것도 많아요. 프로게이머 활동도 하셨고, 해설 경력도 오래되어 임기응변에 강한 점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오래 리그 오브 레전드 해설을 하셔서 아는 부분이 많을 텐데, 그래도 매번 경기 해설 준비를 많이 해와요. 경기 전날부터 어떤 내용을 다룰지 미리 준비하는 걸 보고 저도 따라서 좋은 습관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했죠.
 

선수 생활을 조용히 마친 편인데, 그 부분이 아쉬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용히 은퇴한 거 보다, 선수 생활을 조금 더 해봐야 했다는 후회가 남았죠. 마지막 팀인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아쉬운 성적을 마지막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멈춘 기분이에요. 조금이라도 더 해볼까 하는 후회가 남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일찍 프로게이머 이후의 생활을 준비하면서 개인 방송을 시작해 알게 된 분들도 많고, 그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서 해설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더 합니다.
은퇴 이후 해설을 맡기까지 사이에는 어떻게 지냈을까요
개인 방송을 시작했죠. 아프리카TV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솔로 랭크 게임을 위주로 하면서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서 우승한 경험도 있죠. 그렇게 지내던 중에 예전에 같은 팀에 있다가 지금은 LoL.PS에서 일하는 강현종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어요. LCK CL 해설 자리를 구하는데 생각이 있냐는 이야기였죠.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다양하게 게임에 관해 연구하는 모습도 보였고, 덕분에 게임 전반적인 지식에 자신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개인 방송에서 보인 말솜씨를 보고 저를 추천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방송과 리그 중계는 완전히 다른데,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말을 잘하는 거와 해설을 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더라고요. 개인 방송에서는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선을 넘나들거나, 맞춤법에 맞지 않는 말을 해도 괜찮죠. 하지만 리그 방송에서는 그러면 안 되거든요. 개인 방송은 편하게 해야 시청자들도 편하지만, 리그 방송은 공식 e스포츠 중계니만큼 지켜야 하는 기준이 있죠. 저도 처음 해설 준비를 할 시기에 어떤 단어를 써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LCK 경기를 보면서 다른 해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단어를 쓰는지 듣고 최대한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처음에는 힘들 테니 따라 해보는 거부터 시작했죠.

해설로 활동하면서도 아직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편한 분위기에서 개인 방송을 하다 보니 아직도 그 분위기에서 쓰던 단어가 갑자기 나올 때가 있어요. 해설할 때 최대한 조심한다고 해도, 생중계 상황에서 말을 더듬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 급한 나머지 잘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죠. 이런 부분도 차츰 빠른 시간 내에 고치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카메라 앞에서는 긴장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긴장을 푸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다면
방송 전에 명상이나 심호흡을 하면서 긴장을 가라앉히죠. 그리고 저는 이전부터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를 거의 안 마셨는데 최근에 마시기 시작했어요.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넣어 마시면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당분 덕분에 머리 회전도 빨라지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리고 스스로 이런 식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게 자신감을 주고, 옆에서 같이 방송하는 중계진이 있다는 점이 큰 힘이 됩니다.
 

방송을 앞두고 경기 중계 준비도 해야 하는데, 특별히 하는 준비가 있을 지 궁금합니다
방송을 앞두고 작가분들이 준비해 주는 정보도 있고, 여전히 솔로 랭크를 하는 만큼 거기서 보였던 플레이나 성향을 중계에 더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적 사이트를 참고해 선수들이 연습 때 어떤 챔피언을 쓰고,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하는지 체크도 많이 하죠.

선수 시절 LCK에서 경기했는데, 지금은 CL에서 해설을 맡았죠.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LCK CL의 경기 특징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CL은 완성된 리그가 아니라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무대입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경기 내용이 뒤집히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잠시만 다른 일을 하고 오면 경기 분위기가 완전 바뀌는 일이 허다하죠. LCK 처럼 상황을 만들고 정돈해서 이후 플레이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화끈한 열기로 판들 뒤집어 버리는 것이 CL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CL를 보는 분들도 이런 분위기를 보는 맛에 끌려 계속 시청하게 된다고 하죠.

열심히 잘 해설하고 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면 본인도 당황스러울 듯 합니다. 5초 전과 완전 달라진 상황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물이 흐르는 듯한 경기 내용이 이어지면 저도 예상하기 쉽고, 이전까지의 경기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죠.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설명합니다. 지금 당장 A팀이 유리하더라도 B팀에게 이러한 가능성이 있다. 여기는 챌린저스라서 더 많은 상황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저도 언제나 생각하는 거죠.

선수들 역시 성장하는 선수이기에 실수를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도 고려해서 선수들을 소개하고 있을 거 같고요
중계를 하면서 플레이를 풀어주고, 이 과정에서 나온 좋은 면과 아쉬운 면을 짚어주는 게 해설의 역할이죠. CL에서는 선수들이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무대인 만큼 최대한 잘하는 플레이를 바탕으로 선수의 장점을 소개하려고 해요. 저도 선수였기에 지금 경기하는 선수들이 어떤 마음에서 이런 플레이를 했는지 전해줘야 하거든요. 선수들이 실수를 해서 나쁜 결과를 만들더라도 왜 선수들이 이런 플레이를 했는지, 그리고 어떤 아쉬움을 가지고 있을지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1년 반 가까이 CL 경기를 중계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을지
작년 디플러스 기아에서 활동했던 '루시드' 최용혁 선수가 기억에 남아요. 플레이를 보면서 이 선수는 무조건 LCK 주전 정글로 활약할 수 있고, 거기서도 경험을 쌓으면 정말 좋은 경기력을 보일 선수라고 생각했거든요. CL 방송을 제작하는 모든 사람이 루시드의 가능성과 실력에는 모두 동의했죠.

반면 최근에는 LCK에서 활동하다가 샌드다운으로 CL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도 많죠. 이 선수들의 경기를 중계할 때에는 어떤 면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을까요
같이 해설하는 김동준 해설은 이 선수들을 볼 때마다 '담금질을 하러 왔다'는 표현을 하죠.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예전처럼 한 번 내려오면 한참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경기력이나 팀의 상황에 따라 다시 LCK에 콜업될 수 있는 선수니까요. 본인의 경기력을 점검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환경에서 본인의 생각이나 실력을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려 하죠.

또한, 이번 스플릿에 레클레스가 T1 서포터로 합류하면서 CL 경기장이 인파로 북적이기도 했습니다. 해설이지만 새로운 경험을 했을 거 같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죠. 레클레스가 서포터로 한국에 온다는 걸 누가 믿었겠어요? 저도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외국인 선수가 한국에는 거의 없다시피 한데, CL에 오면서 관심을 갖는 팬들도 늘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저도 챌린저스 경기를 중계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거 같아요. LCK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이고, 지금도 재미있는 경기를 보이는 만큼 저는 이 선수들의 경기가 더 주목받았으면 합니다. 여러 이유로 CL의 관심도가 올라가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걸 너희만 보고 있었냐는 이야기를 볼 때마다 저도 같이 기분이 좋아지죠.
 

LCK CL은 LCK 경기가 없는 월요일과 화요일, 특히 월요일은 오후 2시부터 경기가 있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경기장이 3, 4호선 충무로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고, 극장으로 활용한 스튜디오라는 점이 장점이죠. 지하철을 이용해 편리하게 와서 편한 극장 의자에 앉아 넓은 스크린으로 경기를 볼 수 있는 곳은 아마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월요일, 그것도 오후 2시에 경기장을 찾는 것은 정말 리그에 관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2시 경기에는 선수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정말 많이 보이거든요. 정말 그 경기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치어풀과 리액션을 볼 때마다 저도 대단하고, 가끔 감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허만흥 해설은 앞으로 어떤 해설이 되고 싶으실까요
제 해설을 좋아하는 분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아직 군 복무를 마치기 전이거든요. 입대 전까지 좋은 중계를 하는 해설로 모두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고, 입대 후에는 사람들이 모두 기다리는 해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응원해 주시는 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중계 채팅에서도, 개인 방송에서도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금의 저를 움직이는 동력이죠. 그렇다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깔끔하고 좋은 해설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날카롭고 깔끔한 허만흥 해설만의 아메리카노 시럽은 몇 펌프일까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시럽은 세 펌프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상진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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