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리 “내년 의대 자율 모집 허용… 증원된 인원의 50~100% 범위”

김경필 기자 2024. 4. 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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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총장 건의 수용… 전공의·의대생 하루빨리 복귀를”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과대학 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에서 거점 국립대 총장들이 건의한 의대 정원 조정 건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지난달 정부가 배분한 대학별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기로 19일 결정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한 만큼, 각 대학의 선택에 따라 내년도에 증원되는 인원은 모두 합해 1000명 이상, 2000명 이하 범위에서 정해진다.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을 유지하되, 내년도에 한해 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전날 국립대 총장들이 정부에 건의한 사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8일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 등 6개 거점 국립대 총장들은 정부가 지난달 20일 각 대학에 배분한 의대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내년도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보냈다. 총장들은 건의문에서 “의·정(醫政) 갈등으로 개강 연기와 수업 거부 등이 이어지며 의대 학사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일정과 관련해 남은 시간이 길지 않아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총장들이 현 상황을 풀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을 정리해 정부에 연명으로 전달해왔다”며 “정부는 의료계의 단일화된 대안 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으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민과 환자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정부는 국립대 총장님들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수용해, 의대생을 적극 보호하고 의대 교육이 정상화돼 의료 현장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하나의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결단을 했다”며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금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했다. 증원 조정을 직접 건의한 6개 국립대뿐 아니라 증원이 된 32개 국립·사립대 전체에 조정을 허용한 것이다.

한 총리는 다만 이런 조정은 내년도 입학 정원에 국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각 대학은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 계획을 변경해, 허용된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모집 인원을 4월 말까지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4월 말까지 2026학년도 대입전형 시행 계획도 2000명 증원 내용을 반영해 확정·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2035년부터 의사가 1만명 이상 부족해진다고 보고 의대 증원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내년도 증원분을 축소하면서 의사 부족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번 대학별 모집 인원 조정으로 발생하는 공급 축소분이 얼마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정부는 건강보험 의료 수가 정상화와 재정의 적극적인 투입을 통해 필수 의료 분야로 인력이 추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의료 현장을 이탈한 의사들은 2000명 증원 계획을 완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내년도 증원 축소만으로 이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것이냐는 지적에 대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조정이 마지막은 아니다. 정원에 대한 부분은 의료계에서 과학적 근거에 의한 통일된 안을 가져온다면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며 “그 부분은 항상 열려 있다”고 했다. 다만 조 장관은 “원점 재검토 또는 증원 1년 유예는 필수 의료 확충의 시급성, 2025년도 입시 일정의 급박성 등을 감안해 현재로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해 의사 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는 상태에서 처분을 보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전공의에 대한 처분과 관련해 정부는 3월 말부터 당(국민의힘)의 건의에 따라 처분 절차를 유보하고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처분 절차 재개는 현재로는 미정이지만, 향후 의료계와의 협의 과정 등 상황 변화를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은 한 총리의 발표문 전문.

한덕수 국무총리 국민 여러분, 어제 여섯 개 거점 국립대학 총장님들께서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각 대학 안팎의 갈등에 대해 장시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논의 결과, 현 상황을 풀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을 정리해 정부에 연명으로 전달해오셨습니다. 환자와 의사, 입시생과 의대생, 나아가 각 대학이 있는 지역 주민과 대한민국 전체를 위하여 우리 사회의 어른이신 총장님들께서 그동안 수렴한 여론을 바탕으로 가장 합리적인 해법이라 생각하시는 방안을 전해오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정부는 오늘 중대본에서 총장님들이 보내주신 건의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였습니다. 건의안에서 총장님들은 개강 연기와 수업 거부가 이어지며 의대 학사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일정과 관련해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을 걱정하셨습니다. 또한, 더 이상 집단행동이 길어지면 2025학년도뿐 아니라 이후까지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셨습니다. 총장님들께서는,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의대 정원 2000명을 증원하되 각 대학이 처한 교육 여건에 따라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한하여, 정원 증원분의 50% 이상 100% 범위 내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속히 조치해 줄 것을 건의하셨습니다. 또한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의대 교육의 질이 우수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재정을 지원하고 의학 교육 선진화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국민 여러분,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로서 저는 우선, 건의안을 보내주신 총장님들의 지혜와 선의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회적 갈등이 극심한 사안에 대해 다양한 집단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현명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해주신 데 감사드립니다.

정부는 의료계의 단일화된 대안 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으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민과 환자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2025학년도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예비 수험생과 학부모님들의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과 의대 학사일정의 정상화가 매우 시급하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였습니다.

이에, 정부는 국립대 총장님들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수용하여, 의대생을 적극 보호하고, 의대 교육이 정상화되어, 의료 현장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하나의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결단을 하였습니다.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금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각 대학은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 계획을 변경하여, 허용된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모집 인원을 4월 말까지 결정할 것입니다. 또한, 4월 말까지 2026학년도 대입전형 시행 계획도 2000명 증원 내용을 반영하여, 확정·발표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정부는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료계와 130회 이상 소통하며 의견을 수렴한 끝에 지난 2월 의료 개혁 4대 과제를 마련하였습니다.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전공의의 처우를 개선하며, 의료 소송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과 함께, 27년 동안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한 의대 정원을 내년부터 2000명 늘리겠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 대부분은 의료계가 오랫동안 염원해온 개혁 과제들입니다만, 이 중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반대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면서 비상 진료 체계를 차질 없이 운영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의료계 집단행동이 길어지면서 국민들과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여러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을 찾아뵈었을 때, 한 젊은 어머니께서 의료 개혁이 반갑고 고맙지만 마냥 박수칠 수 없어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2000명을 증원하면 장차 난치병을 전공하는 의사도 늘어나고, 지방에 남는 의사도 늘어나겠지만 약자인 환자에게는 당장의 의료 공백이 무섭다고 하셨습니다. 의료 개혁에서 어느새 환자는 사라지고 의료계와 정부만 남은 것 같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의료 개혁의 중심에는 항상 환자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해 드리고 싶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오로지 환자와 국민을 위해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을 추진해왔습니다. 대통령께서 지난 4월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 있다고 말씀하신 것도 그래서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대화 의지를 명확히 밝히셨고 전공의 비대위원장과의 장시간 만남을 통해 직접 행동으로도 보여주셨습니다. 다만, 이후에도 전공의 집단행동은 계속되었고, 증원 규모에 대한 의료계 내부의 견해 차이도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단일안을 제시한다면 언제라도 열린 자세로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현장에 남아 고생하는 의료진, 2025학년도 대입을 준비하는 입시생과 학부모님, 복귀 여부를 고민하는 전공의와 의대생 여러분, 그리고 몸이 편찮으신 국민들과 그 가족 분들을 생각할 때, 책임 있는 정부로서 오늘의 결단이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부디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의료계에 당부드립니다. 대학 총장님들의 충정 어린 건의에 대해, 그리고 이를 적극 수용한 정부의 결단에 대해, 의료계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복귀를 고민하는 의대생과 전공의 여러분, 하루 빨리 학교로, 하루 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십시오. 정부의 이번 결단에는 여러분과 열린 마음으로 어떤 주제든 대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전공의 여러분은 필수 의료를 선택한 분들이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의료 현장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헌신해온 분들입니다. 의대생 여러분은 미래 대한민국 의료의 주역입니다. 집단 행동을 멈추고, 정부와의 열린 대화에 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더 위급한 이웃에게 응급실과 상급병원을 양보하고, 비상 진료 체계 유지에 큰 힘이 되어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당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의료 현장을 지키며 격무를 감당하고 계신 모든 의료진에게, 국무총리로서 국민을 대표하여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와 경의의 뜻을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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