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나자마자 수사·재판행…‘의원직 상실’에 떠는 당선자들

김현지 기자 2024. 4. 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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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당선자만 21명…‘자녀 입시비리 의혹’ 조국, 대법원 판단 연내 전망
‘불법 대출·재산 축소 신고’ 양문석. ‘막말’ 김준혁 등 무더기 수사 선상에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22대 국회의원 당선자 21명이 의정활동 시작과 동시에 재판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급심에서 이미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 당선된 사례도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고발당한 당선자도 여럿이다. 검찰·경찰이 총선 과정에서 입건한 선거사범만 2000명이 넘는다. 선거범죄는 선거일 후 6개월이면 공소시효가 완성된다. 오는 10월까지는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은 당선자도 의원직 박탈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

10월까진 선거범 수사 유효…가시방석 앉은 당선인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이번 총선 당선자 21명은 현재 형사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전체 당선자(300명)의 10%에 이른다. 재선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인천 계양을)는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사건,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등 3건으로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허종식 민주당 당선자(인천 동·미추홀갑)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졌다. 허 당선자를 비롯해 일부 민주당 의원의 연루 의혹은 지난해부터 법조계에서 거론돼 왔다.

공천 과정에서부터 '피고인' 신분인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수진 민주당 당선자(경기 성남중원)는 라임 사건의 주범 김봉현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문진석 민주당 당선자(충남 천안갑)는 농사지을 의지가 없음에도 농지를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다(☞1월29일 ""재판 지연의 최대 수혜자" 21대 의원 28명 아직도 재판받는다" 참조).

박지원 민주당 당선자(전남 해남·완도·진도)는 비공개 재판을 받고 있다. 2020년 9월 북한군이 고(故) 이대준씨를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서다. 박 당선자는 당시 국가정보원장으로서 직원들에게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부승찬 민주당 당선자(경기 용인병)는 저서에 국방부 재직 중 얻은 군사기밀을 담았다는 의혹으로, 전종덕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자는 민주노총 사무총장 시절 코로나 방역수칙을 어기고 노동자 추모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하급심에서 당선 무효형 판단을 받고 당선된 이들도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등 의혹과 관련해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대법원 판단만 앞두고 있는데, 징역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에 처해진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당선자 역시 선거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해당 의혹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청와대가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황 당선자는 당시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상대 후보에 대한 비위 정보를 전달받아 수사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2019년 발생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은 1심에 머물러 있다. 2019년 4월 여야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충돌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당선자 6명, 민주당 2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표 참고).

경찰, 한동훈 비서실장 압수수색…"尹의 견제 아니냐"

선거사범 수사도 본격화했다. '불법 대출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킨 양문석 민주당 당선자(경기 안산갑)가 대표적이다. 양 당선자는 '재산 축소 신고' 의혹으로 안산상록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그는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의 재산을 매입가격(31억2000만원) 대신 공시가격(21억5600만원)으로 신고한 의혹을 받는다. 또 아파트 매입 당시 대학생 딸 명의로 사업자 대출을 받아 대환했다는 의혹으로도 논란을 일으켰다.

수사기관이 강제 수사에 나선 경우도 있다. 경북경찰청은 유사 선거사무소 설치 혐의로 김형동 국민의힘 당선자(경북 안동·예천)의 지역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경북 안동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김 당선자는 현직 의원으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일각에선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견제심리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준호 민주당 당선자(광주 북구갑)는 예비후보 시절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는다. 광주 북구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에 따라 광주지검 공공수사부가 3월6일 지역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선관위는 이들을 포함해 215건(고발 184건, 수사의뢰 31건)을 수사기관에 넘긴 상황이다.

'막말 논란'의 김준혁 민주당 당선자(경기 수원정)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그는 2022년 8월 한 유튜브 방송에서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총장이 미군정 시기에 이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됐다. 사건은 수원지검에 이첩됐지만, 수원지검 관할 경찰이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명예훼손죄는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외에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구자근 국민의힘 당선자(경북 구미갑)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를 포함해 시민단체 고발 등으로 인해 수사 선상에 오른 이들만 20명이 넘는다.

수사기관은 선거사범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거범죄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다. 선거범죄와 관련해 1심 재판부는 공소가 제기된 때로부터 6개월 내에 선고해야 한다. 2심과 3심도 각각 3개월 안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 선거일 기준 경찰청은 선거사범 4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1468명에 대해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허위사실 유포, 현수막·벽보 훼손, 금품수수 등을 수사하고 있다. 기부행위나 공무원 선거 관여 등은 검찰의 1차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선거사범 765명을 입건하고 709명을 수사 중이다. "추가 고소·고발이나 수사 의뢰 가능성이 있는 만큼 송치 건수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수사기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법무연수원의 '2022 범죄백서'에 따르면, 선거사범 기소율은 매년 약 50%다. 21대 총선 당선자 27명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당선 무효형이 확정된 21대 국회의원은 4월18일 기준 8명이다. 정정순 전 민주당 의원은 회계책임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으면서 2021년 8월28일 퇴직했다.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도 회계책임자의 벌금형으로 2023년 5월18일 직을 내려놨다. 다만 그 자신은 무죄를 확정받았고, 이번 총선에서 경기 여주·양평에서 당선됐다. 민주당 소속이던 이규민·이상직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각각 2021년 9월30일, 2022년 5월12일 퇴직했다.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은 2월8일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확정받았다.

"의원님은 재판 중" 이재명·허종식·조국·황운하

이은주 전 정의당 의원은 대법원 확정 직전인 지난 1월 스스로 직을 내려놨다. '의원 임기 종료 120일 전(1월30일)'에 사직해야 비례대표 후순위에게 직을 승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이미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터였다. 이 전 의원은 사직 직후인 2월15일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을 확정받았다.

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023년 8월18일 용인시장 재직 당시 개발업자에게 인허가 편의를 제공하고 제3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2023년 9월18일 조국 대표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각각 당선 무효형을 확정받았다.

당선 무효형이 내려진 국회의원은 선거비 등을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의원 지원 예산을 뱉어낼 의무는 없다. 열린국회정보에 따르면,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각종 수당 등은 연 1억5600여만원이다. 여기에 입법 및 정책개발비, 의원 차량유지비와 유류비 등 지원도 연 최대 1억500여만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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