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이 실제로 붙으면 누가 이길까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4. 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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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20]

최근 중동 정세가 매우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을 넘어서 전선을 넓히는 모습이다. 이란은 지난 13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에 걸쳐 약 300기의 자폭 드론과 탄도·순항 미사일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 공습을 감행했다.

이는 앞서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 지휘관들을 살해한 데 대한 무력 보복이다. 양국의 직접 충돌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중동지역 전운이 고조되자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 이어 또 다른 전쟁이 추가로 벌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생각보다 심각해 보이는 상황에 중동 전체가 휘말려 들어가는게 아닌지 걱정된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됐을까.

이란과 이스라엘, 뿌리깊은 반목
14일 이스라엘 남부 아스켈론에서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맞서 이스라엘 방어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사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서로 붙어 있는 나라도 아니고 서로 거리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사이가 나쁠 이유가 별로 없는 곳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중국, 일본, 러시아에 대한 호불호를 물으면 애정과 증오가 동시에 나오겠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에 대한 호불호를 물으면 다른 대답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심지어 과거 팔레비 왕조때는 이스라엘과 이란은 서로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현재 이란 사람들에게 가장 싫어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십중팔구는 ‘이스라엘’이라고 대답한다. 필자 주위 이란 국적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전통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수니파의 사우디가 밉지 않냐고 묻자 (이란은 시아파다), “그래도 거기는 같은 이슬람을 믿잖아”란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단순히 종교적인 문제인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실 정치적으로는 이란에게 있어 이스라엘은 ‘꼭 있어야만 하는 적’이기도 하다. 반미국가의 선봉장 중 하나인 이란은 현재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가 이스라엘 뿐만이 아니다.

이란은 중동지역의 맹주를 경쟁하고 있는 사우디와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정통성으로 인해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이고 미국이랑은 말할 것도 없다. 한때 미국에게서 ‘악의 축’이란 말까지 들었던 이란이다.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의 오랜 경제제재로 인해 현재 나라 경제도 많이 피폐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정치인들에게 이스라엘의 존재는 국민들의 불만을 돌릴 수 있는 좋은 소재인 것이다. 여기에는 수니파-시아파의 전통적인 반목도 잠시 접고 간다. 대표적으로 이란은 시아파지만 이란이 지원하는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는 수니파다. 종교보다는 정치가 앞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스라엘에게도 이란은 주적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이스라엘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집단은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시리아 아사드 정권, 레바논 헤즈볼라 등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국가와 단체란 점이다. 일종의 ‘이란-이스라엘 대리전’을 치르게 하는 셈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란이 자국 주위의 국경 분쟁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예전부터 잔뜩 약이 올라 있는 상태고,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해서 이란과 전면전을 일으킬 만한 명분이 없었는데, 이번 팔레스타인 전쟁이 그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기왕 대규모 군사를 동원한 김에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그치지 않고 그 ‘물주’인 이란까지 초토화 시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란은 하마스와는 다르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가한 후 14일 이란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관 앞에 모인 시위대들이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그렇다고 이란이 호락호락하게 이스라엘에게 당할 나라인가 하는건 또 다른 문제다. 둘 사이에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승패와 상관없이 이스라엘은 나라의 존망을 걸어야 한다. 아마 이기더라도 궤멸적 수준의 타격을 받고 난 뒤의 ‘상처뿐인 승리’일 수도 있다.

우선 국력은 그 나라의 인구수와 국토크기로 일차적으로 정해지는데 이란의 국토면적 (164만8000km²)은 이스라엘(2만2072km²)의 무려 75배에 이른다. 그리고 이란의 인구는 약 8900만명으로 곧 1억명을 내다보고 있다. 고작 950만명인 이스라엘로는 매우 버거운 체급이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으로 치면 시작할 때부터 앞마당을 먹은 상대와 상대하는 격이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하마스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다. 정규군과 혁명수비대를 보유한 이란의 군사력은 인적구성과 전술 능력 그리고 실전경험을 종합했을 때 중동지역 탑수준이며, 무기가 노후화됐다고 하지만 미국의 최신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사우디보다도 월등히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이스라엘이 세계최강 미국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지만 이란의 무기성능도 그렇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으로 인해 이란의 미사일 기술이 생각보다 매우 정교하고 세밀하다는 것을 세계에 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사일 기술이 왜 중요하냐면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이 일어난다면 영토가 떨어져 있는 두 나라가 지상전으로 싸우기는 어렵기에 공중 미사일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미사일이 왔다갔다 한 뒤 결국에는 육군이 들어와 상대국 수도에 깃발을 꽂고 점령을 해야 전쟁이 끝나는데 이것도 이스라엘에 불리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멀리 떨어져 있는 이란 영토에 직접 군대를 투입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지만 이란은 이스라엘과 국경선을 맞댄 시리아나 레바논 헤즈볼라 같은 전위부대를 앞세워 얼마든지 이스라엘 영토 내에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선이 넓어지는 것도 문제다. 이스라엘과 국경선을 맞댄 인접국에는 요르단, 팔레스타인, 이집트, 레바논, 시리아가 있다. 요르단, 이집트, 시리아는 과거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나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지금도 이스라엘과 전쟁 중이다. 전선이 넓어지면 전쟁에서 패한다는 사실은 역사에서 수 없이 증명된 명제중 하나다.

물론 여기에 미국이 얼마정도로 개입하나, 이스라엘이 과연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까지 핵무기가 없다고 계속 말해온 이란도 사실은 핵무기가 있었고 그 핵무기를 이스라엘에 쏠 것인가 등의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일단은 여기까지만 생각하도록 하겠다.

지난 14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쏘고 난 뒤 중동에서는 수 많은 비행이 지연되고 취소되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당시 필자 역시 안전문제로 인해 공항에서 이륙을 반나절 넘게 못하고 비행기 안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만약 실제 전쟁이 일어난다면 단순히 비행을 못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인류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양국 갈등이 어서 해결되기를 바란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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