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앞두고... ‘탈시설 조례안 폐지’ 놓고 집회 현장 충돌

강우석 기자 2024. 4. 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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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돌봄보다 지역 사회 자립 강조하는 조례 폐지안 두고 반대, 찬성 집회 맞붙어

1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이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하루 앞두고 서울 시내에서 1박 2일 집회에 돌입한 가운데, ‘탈시설 조례안 폐지’를 두고 입장이 엇갈린 장애인 단체들이 집회 현장에서 맞붙었다.

19일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열린 ‘탈시설 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규탄 대회에서 장애인 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강우석 기자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 모인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 탈시설장애인연대 등 3개 단체는 ‘탈시설 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규탄 대회를 열었다. 지난 3일 서울시의회 의장 명의로 입법 예고된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부결해달라는 것이 이들 요구다.

해당 폐지안은 지난해 5월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 주민 조례 청구서가 접수됨에 따라 지난달 말 서울시의회 의장 명의로 발의된 주민청구조례안이다. 폐지안은 이날부터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앞서 2022년 6월 제10대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는 자발적 퇴소를 희망하는 시설거주 장애인에게 단계적으로 거주 전환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전문인력이 있는 시설 돌봄을 궁극적으로 없애려는 것이라며 폐지를 주장하는 측과, 장애인이 시설에 수용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근거를 폐지하면 안 된다는 반대측이 엇갈린 입장을 고수해왔다.

‘탈시설 조례’를 입안했던 서윤기 전 서울시의원은 이날 발언자로 나서 “국제사회에서 지역사회 장애인들과 함께 비장애인들이 같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한국에 요구를 해왔지만, 그간 국가와 지자체가 그것을 외면하고 시설에만 떠맡겨 왔다”면서 “조례를 발의할 때 저기에서 (반대) 시위하고 계시는 부모회와도 협의하고 간담회도 하면서 초안보다 조례를 많이 수정했다. ‘비용이 많이 든다’, ‘아직 이르다’ 등의 이유로 탈시설을 외면하고 있는데, 이것은 오세훈 시장과 공무원들의 책임”이라고 했다.

집회 현장에서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민노총 조합원들이 사회서비스원 폐지 조례안을 반대하는 집회도 같이 열렸다. 사회서비스원은 요양 보호, 장애인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으로, 서울시의회는 지난 2월 폐지 조례안을 발의했다.

같은날 서울시의회 근처 도시건축전시관 앞 인도에서는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 40명가량이 탈시설 조례안 폐지 촉구 집회를 열었다./강우석 기자

이날 같은 시각 서울시의회 근처 도시건축전시관 앞 인도에서는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가 탈시설 조례안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장애인단체들과 맞붙었다. 흰색 옷을 입고 집회에 참석한 40명가량의 회원들은 ‘중증장애인 이용하는 악덕사업자 전장연은 해체하라’ ‘누구를 위한 탈시설 조례인가?’라는 피켓을 들고, ‘서울시의회는 돌봄이 절실한 장애인을 자립으로 내모는 탈시설 조례 폐지하라’는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발언자로 나선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 대표는 “서울시 탈시설 조례안은 시설 이용 장애인의 80%에 해당하는 발달장애인을 탈시설시켜 궁극적으로 시설을 폐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탈시설 조례 폐지를 옹호했다. 김 대표는 “장애인거주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절대다수 장애인은 장애정도가 심해 가정에서도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데 이들이 하루아침에 자립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며 “의사소통조차 불편한 사람들에게 단순히 탈시설해 지역사회와 교류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8시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은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선전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서울교통공사 보안관과 물리적 충돌을 빚고 활동가들과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으나, 이로 인한 열차 지연은 발생하지 않았다.

공동투쟁단은 오후 1시부터 서울시청 서편에서 결의대회 후 혜화역으로 행진한 뒤,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집회와 문화제를 한다. 이후 혜화역 개찰구 앞에서 노숙 집회를 할 예정이다. 다음날 오전 8시부터는 서울시청역에서 승강장에 누워 장애인권리 입법을 촉구하는 ‘다이인’(die-in) 행동이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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