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패싱'하고 "신용사면·전기료 인하"...이재명 '처분적 법률'이란?

김성은 기자 2024. 4. 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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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4.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처분적 법률'을 통해 국회가 정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행정적 권한을 행사하자는 의견을 제시하자 당이 본격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압승하며 과반 의석을 확보한 만큼 22대 국회에서 실제 이를 활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원회(정책위)는 최근 처분적 법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처분적 법률이란 행정 집행이나 사법 절차 등을 통하지 않고 국회 입법만으로도 자동으로 집행력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일정한 범위의 국민을 대상으로 권리·의무를 발생하게 한다.

정책위가 검토작업에 착수한 것은 이 대표가 직접 처분적 법률을 거론하면서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긴급 경제 상황 점검 회의'에서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고 입법만 하다보니 답답한 것이 정부에 촉구만 한다. 국회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발굴하면 좋겠다"며 "예를 들면 논란이 있는 부분인데 '처분적 법률'을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신용사면 등은 정부가 당장 해야 하는데 안 하니 입법으로 신용사면 조치해도 될 것"이라며 "서민 금융 지원도 의무적으로 일정 정도 제도화하는 등 입법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회가 제안한 것을) 받아주면 좋은데 이 정부는 마이동풍"이라며 "처분적 법률을 통해서라도 실질적 조치를 취하면 좋겠다.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의심스러운 경제당국에 믿고 맡기기에 상황이 심각하고 국민 고통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이 대표 모두발언 이후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는 처분적 법률을 활용할 수 있는 사례들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직접 예를 든 신용사면이나 서민 금융지원 외에도 소상공인에 대한 전기료 인하, 간편 결제 수수료 인하 등이다. 또 이 대표가 총선 당시 제시한 전국민 25만원 지급안도 적용이 가능할지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최근에 당 차원에서 '처분적 법률'을 먼저 검토한 적은 없었다"며 "아직은 아이디어 제시 차원으로 알고 있고 이 대표의 이날 제안이 있은 뒤 정책위원회에서도 실제 입법에 적용이 가능할지 여부, 적용이 가능한 분야 등 전반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직접 말했듯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도 있다. 특정한 집단에만 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평등권 침해 등 위헌 논란이 일 수 있다. 또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성교 건국대 특임 교수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1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입법부의 권한을 확장하고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이 대표의 발언에 담긴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처분적 법률을 기반으로 이 대표가 추구하고 있는 포퓰리스트적이고 시혜적인 대국민 정책을 행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직접 시행하겠다는 뜻, 또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이나 부족한 면을 야권이 보완하면서 치고 들어가겠단 뜻도 담겼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민생이 너무 어려운데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국회도 답답한 게 아니겠는가"라며 "국회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민주당 측은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라며 신중한 입장이지만 만일 처분적 법률이 실제 활용되기 시작하면 22대 국회에서 정부와 국회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15년 국회가 정부 시행령 개정을 사실상 강제토록 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 당시와 비슷한 논란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법 개정 전제조건으로 '시행령 수정'이 가능한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행정부 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 이 개정안은 표결 정족수 미달로 사실상 폐기됐다.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여당이면서도 개정안에 합의해 박 전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라 비판했고 당정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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