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무기 주며 팔레스타인 유엔 가입 '거부'하는 미국이 '두 국가 해법' 지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가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투표에 상정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이에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하는 이스라엘 정권에 계속 무기를 지원하는 미국이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도 막아선 셈이다.
18일(이하 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총회에 추천하는 결의안을 논의했다. <AP> 통신은 안보리 15개 국가 중 미국이 거부권을 사용해 부결됐으며, 영국과 스위스가 기권했고 미국의 동맹국인 프랑스,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은 찬성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유엔 가입을 위한 길을 열어주는 것과 함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유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은) 팔레스타인이 오랫동안 추구해왔고 이스라엘은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팔레스타인이 받은 강력한 지지는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국가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과 7개월 째를 맞은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해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세계적인 지지를 거의 확실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엔 총회에는 거부권이 없는데, 이 결의안은 193국이 참가하는 유엔 총회가 팔레스타인이 유엔의 194번째 회원국이 되는 것을 승인하라고 권고했을 것"이라며 "약 140개국이 이미 팔레스타인을 인정했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가입을 승인을 했을 것"이라고 보도해 미국이 국제사회 여론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이번 거부권에 대해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당사자 간 직접 협상을 통해서 나와야 한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해 이스라엘도 동의해야 팔레스타인의 국가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이 국가로 간주되는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에 대해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이 있다면서 가자지구를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안보 및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모든 아랍 이웃 국가들과 관계를 맺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안보리 표결을 앞두고 "미국은 안보리에서의 섣부른 행동이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매우 일관되게 분명히 말해왔다"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데 대해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의 (정회원국 가입 및 국가 지위 획득) 의지를 깨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결의안 부결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이번 안건이 "현실과 단절된 것이다. 앞으로 수 년 간 파괴를 가져오고 향후 대화 기회도 해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해 "테러 지원 단체"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뿐만 아니라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 시도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2011년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신청 당시에도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후 팔레스타인은 다음해인 2012년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 자신들의 지위를 옵서버 단체(entity)에서 옵서버 국가(state)로 승격하는 데 성공해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아마르 벤자마 주유엔 알제리 대사는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을 "오랫동안 이어져온 잘못된 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중대한 조치"라며 "평화는 팔레스타인을 배제하는 것이 아닌, 이들에 대한 포용으로부터 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결의안 거부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도 지속적으로 실행할 뜻을 분명히했다. 17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하마스와 전쟁 속에서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는 분명히 했지만, 여기에는 이란이나 그 밖의 어떤 상대국에 대해서도 군사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장기적 방어 필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예산을 통과시켜달라고 하원에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3만 3970명이 사망했고 7만 6770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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