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유가 오르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중장기적으로 정상화될 수밖에”

워싱턴DC=김민정 기자 2024. 4. 1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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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정상화해 소비량 줄이는쪽으로 갈 수밖에”
“환율 움직임, 어떤 측정 방법으로도 과도했다”
통화스와프 가능성 일축 “일본은 우리보다 더 절하”
“농산물 공급 충격 반복적… 수입으로 유연성 갖춰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유가가 오르면 전기요금이 전반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요금이 정상화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총재는 18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주요 20개국(G20) 동행기자단 조찬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취약계층이 어려워 재정으로 도움을 주는 일은 필요하다고 본다”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을 정상화해 소비량을 줄이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최근 ‘강달러’ 현상으로 인한 원화 가치 절하에 대해 “어떠한 측정 방법으로도 과도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개입을 시사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간 뒤로 연일 구두 개입성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 총재는 “(환율이) 벗어나는 정도가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비해 확실히 벗어났다는 확신이 있을 때 메시지를 줘야 한다”라며 “환율 수준이 펀더멘털에서 벗어난 정도가 클수록 개입이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웨스틴 호텔에서 기자단 조찬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G20재무장관회의 공동취재단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될 것으로 보이는데, 공공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경제 예측을 할 땐 룰이 있다. 정부가 이미 발표한 정책을 반영하는 것이다. 발표되지 않은 정책을 예측해 경제 예측에 반영할 수는 없다. 다만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정부 정책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전기요금은 당장 유가가 오르면 전반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여러 취약 계층이 어려워져 재정으로 도움을 주는 일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이 정상화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이 오르며 소비가 줄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한전 채권발행도 문제지만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국내 농수산물과 집값은 비싸고 공공요금과 교통비, 전기요금은 저렴하다. 정부가 어디에 보조를 주는지 드러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서 소비량을 줄이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중장기가 언제이고, 언제 해야 할지는 다른 결정이 필요하다.”

―외환 상황에 대응할 수단이 있나.

“여러 리포트가 있어서 어떤 수단인지 자세히 말하긴 어렵다. 개입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카운터파트도 있어서 (한은이)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이런 얘기를 강하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환율 수준이 펀더멘털(기초 체력)에서 벗어난 정도가 클 수록 개입이 효과가 있다.

일시적이지만 크게 안 벗어났을 때는 개입한다고 할 수 없는데, 최근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터진 후 며칠간 환율 움직임은 어떠한 측정 방법으로 봐도 과도하다. 개입을 시사한 것도 그런 이유다. 개입에 대해 얘기할 때는 학술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벗어나는 정도가 펀더멘털에 비해 확실히 벗어났다는 인식이 있을 때 메시지를 주고, 그래야만 성공한다.”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에 대해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는 주요국 통화정책보다 유가가 어떻게 될지가 더 문제다. 근원물가에 비해 소비자물가(CPI)가 끈적해서 다른 나라 통화 정책은 환율을 통해 영향을 주지만, (우리나라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밑으로 있을지 더 오를지가 가장 문제다.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요인이다. 전제를 말하자면 유가가 가장 큰 전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과 만났나.

“오늘 저녁에 만난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선 봤다. (오늘 저녁에) 얘기할 예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웨스틴 호텔에서 기자단 조찬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G20재무장관회의 공동취재단

―금리 인하에 대한 깜빡이를 켤 시점은 후퇴되나.

“통화정책 금리 결정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견을 전달한다. 금통위원 중 저를 제외한 다섯 분은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게 성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분은 내려도 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제가 깜빡이를 켤 상태가 아니다.

언제 결정할지는 한 두 달 더 소비자물가가 어떻게 가는지 봐야 금통위원 의견도 알 수 있다. 이번에 새로운 금통위원 두 분이 바뀐다. 그분들 의견도 봐야 한다. 여러 요인을 통해 깜빡이를 얘기하려면 1~2개월은 최소한 봐야 한다.”

―총선 이후 생필품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근원물가 상승 가능성은?

“지금은 수출이 잘되고, 내수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다. 유가가 오르면 2차로 서비스나 다른 가격으로 전이될지 유심히 보고 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 있다.”

―통화정책 방향을 예상할 수 있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와 관련해 진전된 건 있나.

“현재 내부 스터디를 하고 있고, (하반기부터는) 분기별 자료를 발표할 것이다. 금통위원이 새로 오면 연습하고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내부 테스트를 어떻게 할지 내부안을 마련 중이다. 1년간 여러 면을 점검해 보겠다는 게 현재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웨스틴 호텔에서 기자단 조찬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G20재무장관회의 공동취재단

―통화스와프는 필요하다고 보나.

“통화스와프에 대해 얘기하자면 지금 일본은 (미국과) 상시적 통화스와프를 가지고 있다. 영국도 상시적 통화스와프를 가지고 있는데 (최근 환율이) 우리만큼 절하됐다. 통화스와프는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도움을 주는 건 맞다. 우리만 절하될 때 도움이 되는 건 맞는데 달러 문제로 전 세계적으로 환율이 변할 때는 (우리만) 받아봐야 소용이 없다. (미국 측에 통화스와프를 달라고) 얘기할 조건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환율 변동 때마다 통화스와프 얘기가 나온다. 국민이 (통화스와프에) 익숙해져서 그런데 환율이 왜 움직이는지 생각해야 한다. 일본은 통화스와프가 있는데도 우리보다 더 많이 절하됐다. (지금은 통화스와프의) 효과도 없을 뿐 (당장) 가져올 필요는 없다.”

―유가를 감안하면 물가상승률이 3%로 유지될 가능성은.

“한은이 하반기 소비자물가 2.3%를 전망한 배경에는 유가가 (최소한) 80달러 후반에는 머무른다는 전제가 있었다. 유가가 평균 100달러 이상 되면 상당 수준 물가가 높아질 수 있다. 한두 달 뒤면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결과가 나오니 지금 당장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할 수도 없다.”

―농산물 수입 개방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나.

“농산물을 완전히 개방하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일어나는 공급 충격을 그때그때 재정으로 도와주는 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데 공급 충격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걸 뻔히 알면서 둘 거냐,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방면에서 다른 방식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과는 병충해 문제 등으로 전면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당장 해결하자는 건 아니지만 그런 문제를 갖고만 있을 것인가 싶다. 국민 공감대가 농산물이나 과일만큼은 국가안보처럼 중요해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소비자도 한 축이니 수입 물량을 확보하고 공급 유연성을 갖출 때가 됐다는 것이다. 여러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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