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은 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 아니다? 기사 삭제 요구한 광주BBS 사장

윤유경 기자 2024. 4. 19. 13: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주BBS 김대원 사장, 16일 폭언·인격모독 직장 내 괴롭힘으로 면직
반론 없는 기사에 삭제 요구…불응한 MBN에 언론중재위 조정신청 예고
"욕한 건 사실이지만 스님과 자존심 관계 때문에 해임 밀어붙여" 주장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삭제, Delete. 사진=gettyimagesbank

BBS 불교방송 본사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된 BBS 광주불교방송(광주BBS) 사장을 면직한 가운데 이 소식을 전한 기사가 삭제됐다.

MBN과 전남매일은 각각 지난 12일과 14일 김대원 전 사장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달 말부터 BBS엔 김 사장이 지난해 7월 취임 후 광주BBS 직원들을 대상으로 욕설 및 폭언, 지위를 이용한 물리적 위력행사, 강압적 부당 업무 지시 등 갑질 행위를 해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 광주불교방송 CI.

면직된 광주BBS 사장, 언론에 기사 삭제 요구

현재 전남매일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김 전 사장은 자신이 두 매체에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기사에 본인 반론이 없는 점을 지적했으며 자신은 직장 내 괴롭힘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사장 요구에도 기사를 내리지 않은 MBN 보도엔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김 전 사장은 지난 17일 통화에서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호텔 직원에게 MBN에 기사삭제를 요구하는 전화를 시켰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MBN은) 나한테 전화 한 통, 확인도 없었다”며 “불자로서 공격할 생각은 없지만 면직을 당했으니 MBN엔 언론중재위 제소를 하고 상황에 따라 명예훼손 (법적대응) 등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그는 전남매일 사장에겐 반론을 받지 않은 MBN에 법적 대응을 시사한 점을 설명하며 전남매일 역시 기사를 삭제하지 않을시 언론중재위에 조정 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취재를 한 다른 언론사들은 기사를 쓰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삭제된 기사를 작성한 전남매일 기자는 지난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려갔다고 얘기만 들었다”며 “왜 내려갔는지는 아직 본사에 물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전남매일 편집국장은 지난 18일 삭제 경위를 묻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지금 말씀드리긴 좀 그렇다”며 답을 일축했다.

▲ 삭제된 전남매일 기사. 기사를 클릭하면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광주BBS 직장 내 괴롭힘, 어떤 사건이었나

김 전 사장이 가해자로 지목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광주BBS 직원 4명이 지난달 20일부터 김 사장을 신고하면서 사내 조사가 이뤄졌다. 사측은 조사 기간 피해자 분리 및 보호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29일 김 사장에게 직무정지를 통보했다.

외부 공인노무사와 내부 특별조사팀이 참여한 진상조사는 김 전 사장의 행위 대다수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결론 났다. 아울러 그가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조치를 관리·감독했어야 할 사장이란 점에서 엄중한 처분은 불가피하다고 판단됐다. 조사 보고서는 지난 11일 외부 노무사가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A씨는 김 사장에게 “너가 일을 못해서 다쳤다”, “멍충(멍청)해서 벌어진 일이다” 등 인격모독 발언을 들었다. B씨는 김 전 사장이 자신에게 모멸적 언행을 하고 광주불교연합회 운영위원회 개최 관련 차량운전 업무를 지시하는 등 업무 외적인 부당지시를 했다고 진술했다. C씨는 “야 이 새끼야” 등의 폭언을, D씨는 “○○○도 프락치니 데리고 가지 말라” 등 험담을 들었다고 했다.

▲ 광주BBS 김대원 사장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보도한 MBN 기사 갈무리.

김 전 사장은 괴롭힘 진위를 확인하려는 서면조사에 답하지 않고, 진상조사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 전 사장은 의견서에서 “질의서엔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에 대한 기재가 없고 질의사항만 있다”며 “조사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BBS지부는 지난 11일 “이번 사안을 심각한 노동인권침해로 보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강력한 후속조치를 사측에 요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광주BBS 운영위원회는 지난 15일 회의를 열어 김 사장의 거취 문제를 본사 사장과 이사장 스님에게 위임하기로 결의했고, BBS 본사는 이튿날인 16일 오후 김 사장을 면직했다.

김 전 사장은 욕한 건 맞지만 나머지 직장 내 괴롭힘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본인 면직 처분에 대해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했다. 그는 통화에서 “사람이 그냥 욕을 하겠냐”면서 “일부러 다른 것까지 끼워 넣어서 (본사 이사장) 스님과의 자존심 관계 때문에 본사에서 (해임을) 밀어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스튜디오 신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류 파일을 보내라고 했는데 계속 못 보낸다고 해 욱해서 욕을 하는 등의 상황이 있었던 것”이라며 “(차량 운전 지시는) '스님들에게 어떻게 다 인사 다니지'했더니 직원이 본인이 모신다고 한 것”이라 주장했다. 프락치 발언을 두고는 “프락치라는 단어도 처음 알았다”며 “써본 적도 없다”고 했다.

서면조사에 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8일까지 답을 주기로 했는데 서울에 있어서 못 보냈다. 9일 아침에 '오늘 늦게라도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공인노무사가) 조사반응이 불량하다고 답했다”며 “노무사한테 물어보는 등의 과정이 필요한데 날짜를 못박아서 보내는 건 아니다. 성질이 나서 조사과정에 대한 의견서를 보냈더니 그 뒤로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