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와인·치즈보다 LVMH 명품 더 많이 수출됐다는데… 우려 커지는 이유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만든 명품이 와인과 카망베르 등 프랑스 유명 농산물보다 더 많이 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LVMH 그룹의 영향력이 명품 업계를 넘어 프랑스 경제 전반에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LVMH 그룹이 아시아 매출 감소와 승계를 둘러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프랑스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18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컨설팅 기업 아스테르(Asterès)의 연구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LVMH의 제품이 프랑스 전체 수출의 4%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총 235억 유로(약 34조5000억원)의 명품 가방과 향수 등이 프랑스에서 수출된 건데, 이는 전체 농업 부문(3.2%)의 수출 비중보다 높다. FT는 “프랑스 무역 수지에서 명품 부문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라고 평가했다.
LVMH는 루이뷔통과 디올, 셀린느, 티파니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대거 가지고 있다. LVMH는 프리미엄 가격을 위한 품질 유지를 위해 대부분의 제품을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최근 분기에서는 미국이 LVMH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했으며 아시아는 거의 40%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전체 LVMH 매출의 10% 미만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는 LVMH 그룹이 프랑스 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발표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FT는 아스테르의 분석 자료가 ‘LVMH 그룹을 위한 것’이라며 “LVMH 전체 매출에서 프랑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적지만, 회사의 리더십이 바뀌는 상황에서 프랑스 경제에 대한 기여를 알리고 싶어 한다”라고 전했다.
최근 LVMH 그룹을 둘러싼 우려는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계기로 촉발됐던 ‘럭셔리 붐’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며 중국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가 승계를 둘러싼 시선도 곱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LVMH의 올해 1~3월 매출은 206억9400만 유로(약 30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비저블알파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211억4000만 유로)를 밑돌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 줄어든 수준이다. 미국·유럽에서는 매출이 2% 늘었지만, 아시아(일본 제외)에선 6% 감소했다. 일본에서는 엔저(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매출이 32%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세계 최대 명품 시장이던 중국은 부동산 부문의 장기 침체와 수출, 소비자 수요 악화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주에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셋째 아들인 알렉상드르와 넷째 아들 프레데릭까지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그룹 승계를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르노 회장의 다섯 자녀 중 막내 아들 장을 제외한 4명의 자녀가 이사회 구성원이 됐다. 업계에서는 막내도 조만간 이사회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노 회장의 승계 작업은 지난해 1월 인사에서 맏딸 델핀을 디올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아르노 회장은 친구였던 미디어 재벌 장뤼크 라가르데르가 갑작스레 사망한 후 준비 안 된 후계자가 기업을 매각하는 걸 보고 승계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력한 후계자 후보는 델핀이지만, 두 명 이상의 자녀가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20년 넘게 아르노 회장 옆에서 LVMH 그룹의 성장을 도운 안토니오 벨로니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자녀들이 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키우면서 승계를 둘러싼 기대보다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영국 매체 텔레그라프는 “대부분 위대한 기업 뒤에는 모든 일을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게 조력을 주는 2인자가 있었다”면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거대 기업은 오로지 능력만으로 선발된 전문 경영인들이 경영권을 장악했는데 아르노 가문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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