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은 매일 연습해야…손도 정상”

이강은 2024. 4. 1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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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클래식 음반사 데카 데뷔 앨범 ‘쇼팽: 에튀드(Chopin: Études)’ 발매
“쇼팽 에튀드는 언젠가 넘어야 했던 산, 10년 동안 제 속에 있던 용암 토해낸 느낌”
“2년 전 반 클라이번 콩쿠르 때와 음악 달라져…무리했던 손 건강 회복, 정상으로 돌아와”
6월 7일 서울 시작으로 전국 리사이틀
“쇼팽 에튀드는 제가 언젠가 넘어야 할 산이었던 데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오고 연습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뭔가 (지난) 10년 동안 제 속에 있었던 용암을 이제서야 밖으로 토해낸 것 같아요.”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19일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데카 데뷔 앨범으로 내놓은 ‘쇼팽: 에튀드(Chopin: Études)’ 앨범에 대해 밝힌 소감이다.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음악원(NEC)에 유학 중인 임윤찬은 이날 앨범 발매를 기념해 국내 언론과 한 화상인터뷰에서 러시아 피아니스트 블라드미르 소프로니츠키(1901∼1961)가 1958년 제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미국의 반 클라이번에 대해 평가하며 “진정 위대한 예술은 일곱 겹의 갑옷을 입은 뜨거운 용암과 같다”고 한 말을 인용해 얼마나 공들이고 간절하게 준비한 앨범인지를 내비쳤다. 그는 2022년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자이기도 하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유니버설뮤직 제공
리스트 ‘순례의 해’ 중 이탈리아 제7곡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단테 소나타) 연주를 위해 단테의 ‘신곡’을 외우다시피 읽었던 그는 이번엔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1877∼1962)가 쓴 ‘쇼팽을 찾아서’를 탐독했다고 한다. “쇼핑에 대한 모든 게 나와 있지는 않지만 교육자로서의 쇼팽과 쇼팽의 외모, 연주, 말년 등 (책에 소개된)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은 영감을 줬고, 내가 몰랐던 부분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임윤찬은 1833년(작품번호 10번 12곡)과 1837년(25번 12곡) 출판된 쇼팽 에튀드(연습곡) 전곡이 자식처럼 너무 소중한 곡이라면서 특히 작품 25번의 9 G장조 ‘나비’ 녹음할 때가 생각난다고 했다. 폴란드 피아니스트 이그나츠 프리드만(1882∼1948)이 과거 해당 곡을 연주할 때 왼손 음 마디를 바꿔 친 게 정말 매력적으로 들려서 자신도 그렇게 쳐봤다는 것이다. “제가 다른 음을 치면 되게 귀신 같이 잡아내는 디렉터 분(앨범 프로듀서 존 프레이저)도 ‘굉장히 매력적이고 특별한 즉흥적인 왼손 부분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부분은 아주 재미 있게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또 연주하기 어려운 쇼팽 에튀드 전곡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곡으로 알려진 작품 25번의 7 C단조 ‘첼로’의 경우 첫 두 마디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하루 종일 고민하며 연습했다고 한다. “‘고작 두 마디를 치려고 그렇게 오래 연습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첫 음을 누를 때 (제)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제대로) 연습한 게 아닌 거잖아요. 그렇게 각 음이 심장을 강타해야만 그 다음 음을 연습하고 음들을 연결해 친 게 심장을 강타할 때까지 연습했습니다.”

임윤찬은 20세기 전설적 피아니스트 호로비츠(1903∼1989)가 ‘곡을 해석하는 사람들은 음표 너머에 숨겨져 있는 내용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했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사는 연주자다. 곡을 연주하기 전에 철저하게 탐구하고 어떻게 표현할지부터 치열하게 고민한다. “음표 너머 숨겨진 내용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굉장히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곡을 치열하게 해석하지만, 연주할 때마다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고도 했다. 작품 10번의 2 (‘발레리나’)를 예로 들며 “어느 날은 나방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치고 싶을 때도 있고, 어느 날은 페달을 10분의 1만 밟으면서 치고 싶을 때도 있다”고 했다.

코르토, 요제프 레빈(1874∼1944, 러시아), 세르지오 피오렌티노(1927∼1998, 이탈리아) 등 쇼팽 에튀드를 연주해 온 거장들처럼 “어릴 때부터 근본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고 한 임윤찬은 ‘근본 있는 음악가’에 대한 나름의 두 가지 기준을 설명했다. 
“첫째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굉장히 깊게 깔려 있고 정말 두려움 없이 표현을 하는 사람, 굉장히 진실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타이밍(순간)에 가볍게 던지는 유머가 있는 음악가인 것 같습니다. 둘째는 연주한 걸 귀로 듣고 머리로 생각한 뒤 ‘정말 좋은 연주(음악)’라고 느끼게 하는 연주자가 있고, 음을 치자마자 바로 심장을 강타해버리는 연주자들이 있는데 저는 심장을 강타하는 음악을 하는 음악가들이 근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 시대가 내린 천재들만, 축복받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거죠. 저 같이 평범한 사람은 매일매일 연습하면서 진실되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는 ‘2년 전 반 클라이번 콩쿠르 때와는 전혀 다른 피아니스트가 됐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그렇다”고 인정했다. “일단 그때 연주는 제 진짜 모습이 아닙니다. 콩쿠르라는 힘든 환경에서 너무 딱딱해지고 스스로 갇혀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지금은 그때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고, 무대 위에서도 약간의 여유가 생겼어요. 그동안 연습을 더 많이 했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음악도 달라져야만 하죠. 좋게 변하고 있습니다.”(웃음)
임윤찬은 지난달 손에 무리가 와 해외 공연을 보름간 중단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나았다고 했다. 그는 “1∼2주 쉬니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이제는 피아노를 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무리하면 또 아파질 수 있어 조절하면서 연습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앨범을 준비할 때는 하루에 12시간씩 연습했지만 지금은 평균적으로 6시간 정도 연습한다”고 덧붙였다. 

임윤찬은 앨범 발매를 기념해 6월 귀국해 전국 순회 리사이틀을 연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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