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화장실 청소도구 가득… ‘배리어 프리 사후관리’ 엉망

김린아 기자 2024. 4. 19. 12:0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배리어 프리) 인증 제도'가 허술한 사후 관리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근육 장애로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조봉현(65) 씨는 "점검을 하러 올 때만 관리하는 것 같다"며 "BF 인증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동안 BF 인증 시설을 포함해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민원을 넣은 것만 150개가 넘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리어 프리’인증 실효성 논란
공공기관·시설 의무화 해놓고는
10년간 ‘현장점검 1번’ 등 부실
인증 석달된 건물도 장애물 천지
점자블록 막고 호출벨 응답 없어
“법적으로 관리규정 모호한 탓”
지난 18일 찾은 서울 강북구 한 공공시설의 장애인 화장실이 청소도구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변기 주변으로 대걸레와 빨래 건조대가 놓여 있어 실제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이를 이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글·사진=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배리어 프리) 인증 제도’가 허술한 사후 관리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부터 지어진 공공시설은 장애인들이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의무적으로 BF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인증 이후에는 장애인 편의 시설물들이 사실상 방치되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장애인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화일보가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BF 인증을 받은 서울 시내 공공시설 10곳을 찾아 직접 살펴본 결과 이 중 7곳은 ‘무늬만 배리어 프리’에 가까웠다. 서울 강북구 보훈회관 장애인 화장실에는 커다란 세탁기가 위치해 있었고, 변기 주변과 안전 손잡이에는 빨래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 건물 6개의 장애인 화장실 모두 각종 장애물이 있었다. 지난 1월 BF 인증을 받은 중랑구 방정환교육지원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인증받은 지 3개월밖에 안 됐지만 장애인 화장실은 청소도구로 가득했고 입구 점자블록도 발판으로 덮여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청소도구함이 지하에 있는데 편의상 (청소용품을) 여기에 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진구 자양공공힐링센터는 5층짜리 건물에 유일하게 있는 여자 장애인 화장실의 변기 물 내림 센서가 테이프로 뒤덮여 있었다. 센터 입구의 ‘시청각장애인 안내판’은 화분으로 가려져 있었다. 안내판의 ‘음성 안내 버튼’은 고장 상태였고, ‘직원 호출 버튼’은 여러 차례 눌러도 응답이 없었다.

근육 장애로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조봉현(65) 씨는 “점검을 하러 올 때만 관리하는 것 같다”며 “BF 인증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동안 BF 인증 시설을 포함해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민원을 넣은 것만 150개가 넘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각장애인 류창동(34) 씨는 “점자블록을 가리는 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눈을 가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사후 관리 규정이 부재한 탓이 크다. 관련 법률인 ‘장애인편의법’에는 BF 인증 기관에 대해 ‘유지·관리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고만 돼 있지, 어떻게 관리·점검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증 발급 기관들에 인증 유효기간인 10년 내에 시설을 1회 이상 점검하라고 하고 있지만, 명시적인 페널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BF 인증 발급 기관의 사후 관리 주기는 제각각이다. A 기관은 “10년에 한 번”이라 했고, B 기관은 “인증 2∼3년 차에 현장 방문한다”고 말했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후 관리 규정이 모호하고 인력이 부족한 탓에 인증 후 한 번도 점검하지 않은 시설이 넘친다”며 “공공기관의 인력만으로 해결이 안 되면 민간기관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연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