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동맹외교도 뒤흔들 야당 리스크[이미숙의 시론]

2024. 4. 19. 11: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미숙 논설위원
中 위협에 美 동맹 재편 가속화
美의 아시아 동맹 핵심 된 일본
미·일 정상 ‘동맹 일체화’ 합의
총선 후 국제사회 韓 우려 뚜렷
尹 달라져야 외교 레임덕 탈피
이념 당파 넘어 안보 협력해야

4·10 총선이 있던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워싱턴에서 미·일 동맹의 격상을 선언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일본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던 미·일 동맹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과 세계를 위해 함께 행동하는 동맹이 됐다”고 했다. 미·일이 글로벌 파트너로 변화했음을 내외에 알린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국제질서 유지에 미국 리더십은 필수”라면서 “일본이 함께할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이 자유주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미국과 늘 동행하겠다는 다짐이자 약속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기시다 총리 방미 전 내놓은 ‘아미티지보고서’를 통해 미·일 동맹 격상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통합된 동맹을 향하여’라는 부제가 예시하듯 미·일 동맹 일체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인데 자위대와 주일 미군의 지휘 통제 체제 강화, 미·일 무기 공동 개발 등을 통한 동맹 업그레이드 방안 등은 그대로 공동성명에 반영됐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일본은 미국의 글로벌 동맹 체제 핵심축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07년 제안한 인태 전략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으로 채택된 데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미국이 일본을 중심에 놓고 아시아 동맹 틀을 재편하도록 한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다. 회담 전 미·영·호주 국방장관이 일본의 오커스(AUKUS) 필러 2 참여를 발표한 것이나 회담 후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의가 열린 게 대표적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미국이 일본과 한국, 호주, 필리핀 등 가치 공유 국가들과 다층적인 격자형(lattice-like) 전략 구조를 형성하면 중국에 대응하기가 쉬워진다”며 동맹 체제 개편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일 등 아시아국들과 맺은 1 대 1 동맹으로는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힘든 만큼 미국이 허브가 됐던 기존의 바큇살(hub-spoke) 구조 동맹을 바꾸면서 일본을 중심 파트너로 삼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식화한 동맹 체제 개편은 이미 지난해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시작된 움직임이다. 또,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물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과 비교할 때 특기할 만한 것은 아니다. 한미는 워싱턴선언을 통해 핵협의그룹(NCG)을 만들며 ‘한국형 핵 공유’의 길을 열었는데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선 확장억제 의지가 재확인된 정도다. 미국의 아시아 동맹 틀이 촘촘해지는 것은 대한민국에도 큰 힘이 된다.

문제는 총선 후 윤석열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이 떨어지는 것에 비례해 외교 레임덕이 가시화할 위험이 커졌다는 데 있다. 더구나 제22대 국회에는 반미·반일·친중·친북 인사가 대거 진출했다. 조국혁신당에는 “한국이 미국에 가스라이팅 됐다”고 주장하는 동맹해체론자와 죽창가를 앞세우는 반일론자들이 포진해 있다. 더불어민주당엔 ‘중국에 셰셰하면 된다’는 대표부터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인정하지 않는 86 운동권 인사가 즐비하다. 통진당 계열 종북 인사 3명도 민주당을 숙주 삼아 국회의원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새로운 외교 이니셔티브를 발휘하기는 어렵다. 국가안보실의 한 인사는 “선거 후엔 매달 외국 순방에 나설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외국의 인식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힘이 빠진 윤 대통령과 새 합의를 하려는 외국 정상은 없다. 당장 윤 정부를 길들이려는 중국·러시아·북한은 야당을 앞세워 정쟁 분열을 유도할 수도 있다. 4·10 총선 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에 대해 “정권이 바뀌면 동맹 틈이 벌어질 수 있는 나라”로 규정한 것에서도 국제 기류 변화가 느껴진다.

총선 패배로 윤 대통령의 외교 봄날은 갔다. 이제부터는 한미 정상회담 합의와 워싱턴선언, 캠프데이비드 공동성명 이행에 집중하면서 야당의 반미·친중·친북 선동을 잠재우는 데 주력하는 게 현명하다. 그러려면 동맹 및 국제 현안에 대해 야당 세력과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하는 협력 전략으로 외교 안보 초당파적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외교 레임덕을 피하면서 이미 쌓은 외교 레거시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길이다.

이미숙 논설위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