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만 남긴 전공의 ‘집단이탈 두달’… 암환자 “수술 연기될까 불안,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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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응급실 안은 '아사리 판'이에요. 침대도 없어서 의자 앞 바닥에 누운 채로 치료받고 있다고요."
지난 18일 오후 9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위암 환자 보호자 노모(65) 씨는 당황한 눈으로 보호자 대기실을 서성이고 있었다.
다음 주 방사선 치료를 앞두고 있다는 위암 환자 A 씨도 "수술이 밀리지는 않을까 매일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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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와도 대기만 ‘아사리판’
진료취소·병동폐쇄에 노심초사
교수사직 임박… 더 큰 공백 우려
“지금 응급실 안은 ‘아사리 판’이에요. 침대도 없어서 의자 앞 바닥에 누운 채로 치료받고 있다고요.”
지난 18일 오후 9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위암 환자 보호자 노모(65) 씨는 당황한 눈으로 보호자 대기실을 서성이고 있었다. 노 씨는 “남편이 집 근처 인천 암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오늘 아침부터 열이 나 수술받은 병원으로 가라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전원 왔다”며 “온 지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응급실로 들어갔는데 (응급실) 안이 아수라장이다. 피검사는 1시간 뒤에 했고, 남편을 눕힐 침대도 부족해 의자 앞 바닥에 누워서 처치를 받았다”고 전했다. 노 씨는 “CT를 찍어보자고 해 지금 대기 중인데 입원은 장담 못 한다고 한다”며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이) 국민을 볼모로 잡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집단 이탈한 지 꼭 두 달째 되는 19일 오전 다른 ‘빅5’ 병원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인력난으로 응급실은 포화 상태가 됐고 진료·수술은 절반 이하로 반 토막 난 지 오래다. 특히 초기∼중기 암 환자 등 중증 환자와 보호자들의 경우 수술 연기로 극도의 불안감과 좌절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 간 강 대 강 대치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암 환자 노모를 돌보고 있다는 보호자 이모(55) 씨는 매일 암 환자 커뮤니티를 들락날락하며 진료가 취소될까 불안에 떨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병도 파업도 다 지나갈 거라며 엄마를 위로하고 있는데 이제 너무 지친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외래 취소, 병동 폐쇄 소식이 들리고 올 때마다 환자들이 줄어드는 게 보이니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암 환자 천모(62) 씨는 “수술받고 퇴원한 뒤 첫 통원치료인데 나더러 다른 병원에 가라고 하지는 않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다음 주 방사선 치료를 앞두고 있다는 위암 환자 A 씨도 “수술이 밀리지는 않을까 매일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암 환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담낭암인데 수술을 대체 어느 병원에서 해야 하냐. 서울 지역은 예약이 너무 뒤로 밀리거나 초진은 안 받고 있다” 등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역에서는 ‘뺑뺑이 사망’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김해에 사는 60대 A 씨가 대동맥박리 진단을 받아 경남 지역 등에 있는 병원 6곳에 10번가량 연락했지만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모두 거절당한 뒤 숨졌다.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교수들이 ‘진짜’ 병원을 떠나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전후로 3000∼4000명의 교수가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법상 사표 제출 한 달 뒤면 ‘자동 사직’ 처리가 된다. 실제 대학 총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해 자동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교수는 100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방암 환자 박모(71) 씨는 “교수님한테 (병원을 떠날 것인지를) 물어봤지만 답을 회피해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 빅5 병원 교수는 “대부분 교수는 환자를 떠나진 않을 것”이라며 “사직서는 상징적인 제스처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교수들의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라 떠나는 교수들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빅5 병원 교수는 “10∼20%만 병원을 나가도 지금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의료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지운·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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