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받는 美 반도체 보조금…좋은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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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 이른바 '칩스법'에 따라 이번 주 초, 삼성전자에 거액의 지원금을 확정 발표했습니다.
앞서 자국 기업인 인텔을 시작으로 대만 TSMC, 그리고 이번에 삼성까지, 반도체 생산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구체화되고 있는데요.
중국 견제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야심이 녹아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선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삼성전자가 미국으로부터 예상보다 많은 보조금을 따냈다, 그래서 호재다.
이렇게만 봐야 하는 걸까요?
이한나 기자와 한발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기업별 미국 보조금 규모부터 비교해 보죠.
어디가, 얼마를 받게 되나요?
[기자]
현재까지 미국 반도체 보조금이 확정 발표된 곳은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삼성전자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액수만 비교하면 삼성이 가장 적습니다.
인텔은 1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85억 달러를, 650억 달러를 투자하는 TSMC의 보조금은 66억 달러입니다.
삼성은 64억 달러로 가장 적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입니다.
인텔과 TSMC, 각각 8.5%, 10.2%인 반면 삼성전자의 비율은 14.2%로 가장 높습니다.
때문에 미 상무부가 당초 내세웠던 "투자액에 비례한 보조금"이라는 원칙에 예외를 둔 큰 규모의 지원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투자 대비 보조금이라는 원칙이 중요한 것 같은데, 그만큼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죠?
[기자]
맞습니다.
대만 TSMC의 경우를 보면요.
당초 400억 달러, 약 54조 원으로 계획했던 투자 규모를 650억 달러, 약 88조 원으로 확대하고요.
이미 400억 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고 있는데, 또 하나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도 미국 투자를 대폭 늘릴 예정인데요.
당초 170억 달러를 계획했는데, 보조금 발표가 나온 날, 투자 규모를 400억 달러 이상으로 대폭 올렸습니다.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외에 새로운 공장을 하나 더 지을 계획이고, 첨단 조립 시설과 반도체 연구·개발 센터도 만들겠다고 합의했습니다.
동시에 미국 국방부 등 국방·안보 부처들이 필요한 반도체를 미국에서 제조해 곧바로 공급하기로 했는데요.
그러니까 삼성은 반도체 생산, 패키징, 기술 개발, 인력 교육 등을 미국 본토에서 한꺼번에 진행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죠.
당장 삼성의 투자로 건설 일자리 최소 1만 7천 개, 제조업 일자리 4천500개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환호했습니다.
[앵커]
삼성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투자해서 뭘 얻어낼 수 있나요?
[기자]
삼성전자는 테일러 신공장을 발판으로 미국 기반 팹리스를 파운드리 고객사로 적극 유치할 계획입니다.
반도체 설계를 주로 하는 회사를 고객사로 유치해서 생산하는 건데요.
미 정부는 공장이 없어 외부에 칩 생산을 맡겨야 하는 애플, 엔비디아, AMD 등 자국 팹리스들에게 "미국에서 칩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이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거죠.
세계 파운드리 매출 약 1천174억 달러의 절반 가까운 일을 차지한 미국 팹리스들은 지금까지 TSMC 대만 공장에 칩 생산을 맡겼는데요.
앞으로 삼성전자가 계획대로 미국 내에서 파운드리부터 패키징 서비스까지 제공하면 삼성 고객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앵커]
이렇게만 보면 '윈-윈'인 것 같은데, 우려되는 부분도 있죠?
[기자]
거액의 미국 지원금을 받는 데 공짜가 아니겠죠.
애초 반도체법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법입니다.
때문에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같은 미국이 지정한 '우려국가'에 반도체 설비를 지을 수 없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에 이익이 돌아가야 하는 독소조항들도 있습니다.
반도체법으로 1억 5천만 달러, 약 2천억 원을 넘는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초과이익을 내면요,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고요.
또 미국산 철강과 건설 자재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보조금 지급 요건에는 수율, 가동률, 사용 소재와 소모품 등 영업 기밀에 해당될 수 있는 내용을 미 상무부에 제출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결국 보조금 선정 대상이 되더라도, 불리한 위치에 서지 않으려면 보조금 협상 과정에서 구체적인 세부 요건을 어떻게 확정 짓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미국 대선도 큰 변수잖아요?
[기자]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누가 당선돼도 미국의 중국 견제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막는 건 미국 여야가 대체로 모두 동의하는 몇 안 되는 목표 가운데 하나고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에 기여한 사례도 있습니다.
특히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 대중국 규제 효과를 증명하는 일은 임기 초반부터 꾸준히 추진해 온 미국 제조업 재건 공약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현재 AI가 군사·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산업 등 전 분야에서 중국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반도체법은 미국의 반도체 굴기를 위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전망입니다.
[앵커]
한 가지 더 지목하자면,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주력 생산거점이 미국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군요.
이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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