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또 수정' 160㎞ 파이어볼러 길을 잃었다…20살 최대 시련 찾아왔다

김민경 기자 2024. 4. 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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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시즌 한화 이글스 김서현 ⓒ 한화 이글스
▲ 2023년 시즌 한화 이글스 김서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가볍게 던져도 150㎞가 나오는데 왜 굳이 더 세게 던져서 제구가 안 되게 하냐고 그러시더라고요."

한화 이글스 우완 김서현(20)은 문동주(21)와 함께 팀 내 최고 기대주로 꼽힌다. 문동주는 2022년 1차지명으로 입단해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진입했고, 김서현은 2023년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입단했으나 아직까지 1군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동주와 김서현이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결국 제구다. 두 선수 모두 시속 160㎞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면서 눈길을 끌었는데, 문동주는 제구력이 뒷받침되는 투수라면 김서현의 공은 복불복이었다. 김서현이 아직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유다.

김서현은 올해 다양한 조언을 들으며 오히려 길을 잃은 듯하다. 아직 자기 것이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수 선배들과 코치들로부터 이런저런 조언을 들은 결과다. 김서현의 사례가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다. 기대감이 높은 유망주일수록 구단 내부에서는 빨리 이 선수가 빛을 봤으면 하는 바람에 이런저런 말을 덧붙이곤 한다. 자기 것이 있는 상태에서 듣는 조언은 큰 힘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여러 조언이 뒤섞여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남는 경우가 꽤 있다. 그래서 어떤 구단에서는 유망주가 갓 입단했을 때 틀을 바꿔야 하는 조언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스카우트팀이 주목한 그 선수의 고유한 재능을 지켜주자는 취지다.

김서현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투구폼 수정에 공을 들였다. 최원호 한화 감독을 비롯해 투수 코치진은 김서현이 팔 각도를 높이면 불안정한 제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김서현은 조언을 반영해 팔 각도를 올렸고, 호주 멜버른 1차 스프링캠프와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에 제구도 꽤 안정적이었다. 최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이제 됐다'고 생각했을 법했다.

그런데 정작 김서현 본인은 바뀐 폼에 적응하지 못한 듯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팔 각도가 다시 왔다 갔다 했다. 최 감독은 18일 창원NC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스리쿼터도 안 될 것이다. 아마 스리쿼터하고 사이드암하고 중간 정도 될 것이다. 팔을 올려서 던진다고 했던 게 사실 호주에서 모습이 좋았다. 호주에서 청백전할 때랑 호주 국가대표팀이랑 경기할 때는 모습이 상당히 좋았다. 공도 좋았고, 오키나와까지도 괜찮았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시범경기 시작하고부터 이제 자기가 또 팔을 자꾸 내리더라. 뭔가 이제 조금 불편하다고 느꼈나 보다. 그런데 오키나와까지 만약에 구속이 그때 그렇게 줄어들고 그랬으면 모르겠는데, 그때는 그렇지도 않았다. 구속이 잘 나오면서 제구도 잘됐으니까. 마무리훈련 때부터 계속 (팔 각도 높이는 것을) 준비했고, 그래서 사실은 그대로 밀고 나가려고 했던 것이다. 이제 본인은 그게 또 불편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이며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최 감독과 코치진은 김서현이 팔 각도를 올려야 제구가 잡힐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김서현이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원점으로 돌아왔다.

최 감독은 "팔을 내려서 좌우로 벗어나는 공이 너무 크게 벗어났으니까. 그럼 이제 ABS(자동볼판정시스템)도 도입되니까 좌우를 조금 더 잡고, 오히려 상하 쪽에서 벗어나는 공이 발생할 수 있게끔 그런 쪽으로 이제 본인이 팔을 올릴 수 있는 정도까지 올려본 것이다. 그렇게 해서 또 피칭부터 되게 좋았고. 좋으니까 밀고 나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 한화 이글스 김서현 ⓒ 한화 이글스
▲ 2024년 시범경기 당시 한화 이글스 김서현 ⓒ 한화 이글스

시즌이 개막하면서 김서현의 팔은 다시 내려오기 시작했고, 제구가 매우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구속 저하 현상까지 나타났다. 김서현은 이달 초 "선배님들로부터 '가볍게 던져도 시속 150㎞가 나오는데 왜 굳이 세게 던져서 제구가 안 되게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공을 던질 때 너무 힘이 들어가니 제구가 흔들린다는 뜻이었다. 김서현은 이 조언까지 반영해 가볍게 던지려고 했던 게 수정했던 팔 높이와 전체적인 투구 밸런스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한화 선배들도 코치진도 모두 김서현이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마음에 했던 조언이었을 것이다. 김서현도 잘하고 싶은 마음에 조언들을 흡수해 발전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돌아오게 됐다. 김서현은 올 시즌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1.50으로 낮았지만, 삼진은 단 3개를 잡으면서 4사구 8개를 기록했다. 1군 마운드에 올리기 가장 힘든 선수가 바로 영접이 안 잡혀 계산이 안 되는 선수다. 결국 김서현은 지난 13일 2군행을 통보받았다.

최 감독은 김서현이 다시 잃어버린 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려 한다. 김서현은 지난 17일 LG 트윈스 2군과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해 1이닝 동안 7타자를 상대하면서 2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2실점에 그쳤다. 구속은 150㎞대까지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제구가 잡히지 않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어쨌든 김서현은 한화가 문동주만큼이나 기대하는 선수다. 최 감독은 김서현이 본인의 잠재력만 잘 터트리면 한화의 차기 마무리투수로도 손색이 없는 구위를 갖췄다고 바라봤다. 김서현도 구단도 이 성장통이 오래 가지 않길 바라고 있다.

최 감독은 김서현의 교정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을 묻자 "그렇다. 조금 봐야 될 것 같다. 지금 당장 구속이 어느 정도 되고, 또 스트라이크에 대한 감을 어느 정도 잡으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일단 차분히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화 이글스 김서현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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