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전체DB·데이터 분석장비 절실"…생물공학 차세대 연구자들의 '일성'

이채린 기자 2024. 4. 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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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의 '신진 연구자를 위한 포럼'이 끝난 뒤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왼쪽부터) 이상민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조성민 부산대 바이오소재과학과 교수, 손현철 전남대 생명공학과 교수, 신경철 한국외대 생명공학과 교수, 신기영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기술지원센터 선임연구원, 한성규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 박준혁 가톨릭의대 의생명과학교실 교수, 김민희 경북대 패션디자인학부 섬유공학전공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생물공학 분야 국내 차세대 연구자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 단백질 구조 분석 및 설계, 합성생물학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데이터 분석 장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18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신진연구자를 위한 포럼'에서 차세대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며 이같은 의견을 내놨다. 포럼에는 이상민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조성민 부산대 바이오소재과학과 교수, 손현철 전남대 생명공학과 교수, 신경철 한국외대 생명공학과 교수, 신기영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기술지원센터 선임연구원, 한성규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 박준혁 가톨릭의대 의생명과학교실 교수, 김민희 경북대 패션디자인학부 섬유공학전공 교수 등 8명의 연구자가 참여해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대부분 올해 교수로 임용된 연구자들이다. 

이상민 포스텍 교수는 AI를 이용해 단백질 나노구조를 설계하고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연구를 한다. AI를 기반으로 인공 단백질을 설계하는 연구는 전 세계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단백질 구조 예측 AI인 ‘알파폴드’와 '로제타폴드'가 각각 2019년, 2021년 학계를 들썩이며 등장하며 연구 방법론을 바꾸는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로제타폴드를 만든 단백질 설계 분야 대가인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주립대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 시절을 보냈다.

2013년 화학공학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이 교수는 "학부 전공을 선택했던 때에 생명공학을 전공하면 취업이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최근 AI가 발달하며 생명공학 분야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신약 개발 분야에서 잘 드러난다. 17일 AI를 이용한 빠른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정부의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K-멜로디) 사업단이 출범했다.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고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함께 5년간 348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이 교수는 "AI로 단백질 구조 설계에서 신약 개발을 하기까지 정확도, 상용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최근 소분자와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예측할 수 있는 AI 도구가 나올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AI 신약 개발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했다. 

한성규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AI를 기반으로 유전자 서열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연구한다. 그의 논문은 2018년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한빛사)'에 실린 바 있다. 논문에서 질병 빅데이터 분석과 유전자 스위치의 진화 원리를 이용해 동물모델에서 인간 질병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유전자의 특징을 다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하는 한 교수는 "AI 알고리즘은 1960년대부터 나왔지만 최근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AI가 발달했다"면서 "앞으로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속 다양한 연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AI를 기반으로 한 생명공학 연구에 필수인 데이터 분석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미국의 경우 일종의 데이터 분석 장치인 GPU, CPU 등을 수백개씩 공동으로 관리하며 연구실이 자유롭게 쓰고 지원하도록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은 보통 연구실별로 이같은 장치를 수십개씩 관리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분석이 필요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데이터 분석 장치를 많이 사용할수록 데이터 분석의 속도와 정확도가 빨라진다. 

한 교수는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유전체 데이터가 현재 유럽인 등 특정 인종에 편향된 부분이 있다"면서 "한국인에 맞는 신약 개발 등 연구를 하기 위해서 한국인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데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조성민 부산대 바이오소재과학과 교수는 나노 구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효소 연쇄 반응, 손현철 전남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티올레이즈 효소를 이용한 생물합성, 신경철 한국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인삼의 사포닌 성분 활용, 신기영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기술지원센터 선임연구원은 바이오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발굴, 박준혁 가톨릭의대 의생명과학교실 교수는 나노 의약품 표면개량을 통한 약물전달 및 치료, 김민희 경북대 패션디자인학부 섬유공학전공 교수는 바이오 소재, 조직 공학 및 질병 모델링 등의 연구를 이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인건비 등 여러 문제로 학생들이 연구를 포기하지 않도록 북돋아 주고 열심히 연구를 하는 것의 현재 제 목표"라고 말했다. 신 교수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진 않았다"면서 "그래도 과학 발전에 '티끌'만큼 이라도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구에 정진하고 있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상민 POSTEC 화학공학과 교수가 마이크를 들고 의견을 밝히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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