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 박찬욱 감독의 美친 미장센 담긴 '동조자'…극찬 받는 이유 있네

장다희 2024. 4. 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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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박찬욱 감독'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의심할 필요없이 신뢰감이 절로 간다는 말이다. 거두절미하고 박찬욱 감독이 '동조자'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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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에서 국내 독점 공개되는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The Sympathizer, 감독 박찬욱)가 지난 15일 첫 공개됐다. 이 작품은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다.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2015년에 발간하고, 2016년 퓰리처상을 받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화부터 3화까지는 박찬욱 감독이, 4화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Fernando Meirelles) 감독, 마크 먼든(Marc Munden) 감독이 5부터 7회를 연출했다. 박 감독은 연출을 비롯해 공동 쇼러너(co-showrunner)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 각본, 연출 등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첫 화에서는 자유 베트남에서 공산주의 스파이로 활동하는 대위(호아 쉬안데)의 독백을 시작으로 그가 앞으로 겪을 이야기의 시작을 알렸다. 독백에는 주변인으로서 겪는 극심한 내면적 갈등과 혼란이 담겨 있다.

특히 "나는 반반이다. 두 가지 피, 두 가지 언어, 나는 모순의 결합체"라고 툭툭 털어놓는데, 여기서 대위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박 감독은 대위의 내면적 갈등에서 오는 혼란을 통해 인간의 양면성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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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넘치고 무거운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박찬욱 감독은 코믹한 연출을 가미해 너무 무겁지만은 않게 풀어냈다. 특히 전화 다이얼이 돌아가다 이내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는 장면으로 이어지고, 과거 서사를 보여줄 땐 빠르게 되감는 편집법을 택해 지루하지 않고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또 대위의 담배불이 섬관탕의 빛과 이어지는 장면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남베트남이 전쟁에서 패하고 대위를 비롯해 남베트남 비밀경찰 고위 간부, 그들의 가족들이 미국으로 피신해야 하는 장면은 손에 땀나도록 주먹 꽉 쥐고 보게 만들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끔 판을 짰다.

한 여성을 극장 무대 위 정중앙에서 고문하는 장면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빼어난 미장센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 고문하는 장면이 나오면 늘 어두컴컴한 곳에서 진행되는데, 박 감독은 고문 당하는 여성에게 스포트라이트 무대 조명을 비춰 영화 속 여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또 여기서 고문 당하는 여성이 대위와 남베트남 경찰에게 꼭 필요한 문서를 삼켜 버리는데, 이 문서를 찾기 위해 취조실에서 대변을 보게 만들고, 문서가 나왔을 땐 열대 과일 두리안을 언급시켜 후각적 감각도 더했다.

박찬욱 감독은 한국어가 아니더라도 영어, 베트남어로 자신만의 화법을 아쉽지 않게 표현해 냈다. 그래. 박찬욱 감독이 누구더냐. 대사를 쓰더라도 대충 쓰는 게 아니라 단어 하나하나를 그 상황에 맞게 신중히 써 완성도를 높이는 감독 아니더냐. 그 예로 영화 '헤어질 결심' 때는 중국 배우 탕웨이가 한국어 대사를 완벽히 구사할 수 있도록 단어, 문장을 일일이 녹음해 전달한 그다. 반면 '동조자'에선 대위를 통해 적절한 영단어와 문장을 짚게 만들었다. 박찬욱 감독이 탕웨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것처럼 대위는 영어를 못하는 장군(토안 레)의 옆에 붙어 서서 상황에 맞는 영단어와 문장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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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가르침을 받은 장군은 베트남에 있을 땐 적절한 단어,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해했는데, 미국으로 간 이후부터는 영어가 일취월장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젠 대위의 도움 없이도 영어로 대화가 가능해지는 것. 박찬욱 감독은 '동조자'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진짜처럼 보이게끔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를 설계하고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다.

베트남계 배우들이 활약, 우리에겐 낯선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 가운데 반가운 얼굴이 등장하는데, 바로 CIA 요원 클로드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다. 그는 '동조자'에서 1인 4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영화 '아이언맨' '어벤져스' 시리즈 등에 출연해 우리에겐 익숙한 배우로 자리잡은 그를 어떻게 '동조자'에 데려올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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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캐스팅과 관련해 박찬욱 감독은 18일 진행된 '동조자' 기자간담회에서 "3화부터 다양한 캐릭터가 나올 예정인데, 한 자리에 모인 백인 남성들과 자기 분야에서 성공해 자리잡은 중요한 인물들, 교수, 영화감독, CIA 요원, 하원의원 같이 중요한 인물들이 결국은 미국 시스템, 미국 자본주의, 미국이란 기관을 보여주는 네 개의 얼굴일 뿐이고, 하나의 존재라는 걸 느꼈다. 그 점을 시청자가 봤을 때 단박에 알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연기는 한 명의 배우가 쭉 연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떠오른 인물이 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고 밝혔다.

모든 제작진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외쳤다고 한다. 박 감독은 "훌륭한 배우들이 정말 많은데 그 중에서 다양한 역할을 구분 짓고, 개성 강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몇 없다"라며 "사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워낙 슈퍼스타라서 큰 기대는 안 했다. 그런데 그를 그냥 생략하고 넘어가면 후회할 것 같아서 '(시나리오를) 일단 보내 보자'고 하고 보냈는데 금방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서 신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만큼 어쩌면 더 시선이 가는 배우가 있다. 바로 대위 역의 호아 쉬안데. 부족함 없는 연기와 중저음 목소리가 인상적인데, 특히 중저음 톤으로 영어를 구사할 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 녹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그의 눈동자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그동안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났냐고 묻고 싶을 정도다. 언론에는 2화까지 공개됐는데, 그의 매력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깊이 빠져들게 만들고, 드라마의 흥미를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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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자'는 공개 직후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누리꾼들은 "역시 박찬욱", "역시 박찬욱. 천재다 천재", "긴장감 미쳤다",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봄", "2편 빨리 주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미국 현지 언론들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타임지는 "대담하고 야심차고 눈부신 TV 시리즈"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인버스는 "올해 HBO 최고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동조자'에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박찬욱 감독이 전 회차를 연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찬욱 감독을 포함해 총 3명이 연출자로 나섰는데, 회차마다 연출자가 다르면 완결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이 부분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그렇진 않을 것"이라며 "연출을 다 하고 싶었지만 7개 에피소드는 무리였다. 다른 감독을 기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부터 쇼 러너의 역할이다"라며 "각본은 내가 쓰니 일관성은 거기서 담보가 된다. 또 후반 작업은 내가 다 했으니 한 감독이 만든 것 같은 균일한 톤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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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동조자'는 총 7부작으로 제작됐고,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쿠팡플레이에서 한 회차씩 공개된다.

iMBC 장다희 | 사진 iMBC DB, 쿠팡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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