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규모 조정'에도 의사들 '싸늘'…전공의들 "안 돌아간다"

성서호 2024. 4. 19. 10: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협 "총장들 제안만으론 부족…'원점 재검토' 외 출구 없어"
의대 교수들 "정원 줄어도 사직서 제출 철회 없을 것
전공의들 "사과와 근본대책 없이 어설픈 봉합…복귀 생각 없다"
의사들은 어디로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서혜림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하게 해달라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의사들은 일제히 "수용 불가"의 목소리를 냈다.

단순히 증원 규모를 줄이는 게 아니라, '원점 재검토' 즉 의대 증원의 전면 백지화를 받아들여야만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다.

19일 정부와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는 의대 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줄여서 조정할 수 있게 하자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은 "전보다는 나은 스탠스(입장)이긴 하지만, 의협이 움직일 만한 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이번 제안은 결국 국립대 총장들조차도 (증원으로) 의학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거라는 걸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원 49명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해 폐교한 서남대 의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총장들 제안만으로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북 남원에 있던 서남대는 5개 학과로 출범한 뒤 1995년에 의예과가 신설됐으나, 이사장의 교비 횡령 등으로 2018년 문을 닫았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에 "기껏 생각한다는 게 허수아비 총장들 들러리 세워 몇백명 줄이자는 거냐"며 "'잘못된 정책 조언에 따른 잘못된 결정이었다. 원점 재검토하겠다'라고 하는 것밖에는 출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 역시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사직서 제출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관계자는 "백지화 상태에서 정원에 대해 논의하자는 입장은 처음과 같다"며 "증원이 어떤 데이터에 근거해 나온 숫자가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원이 줄어도 사직서 제출이나 진료 축소 철회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의교협과 별도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도 "정부가 계속 과학적 근거 이야기를 했는데, 이런 식의 조정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정부 주장과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2천명 증원에 근거가 없으니 원점에서 근거를 만들자는 게 우리 입장인데, 갑자기 '이 정도면 적당하지 않냐'고 하며 조정하는 건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숫자 조절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며 "어차피 전공의들은 복귀 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와 정부, 갈등은 언제까지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전공의들의 반응은 더 격하다.

최근 보건복지부 장·차관 고소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정부에서 일시적으로 탈출 전략을 세우는 것 같은데, 우리 여론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에 대한 커뮤니티 내 전공의들의 반응을 전했다.

전공의들은 '과학적 추계 타령하더니, 총장 자율로 50∼100% 룰렛 돌리기?', '정부에서 줄이자고 하면 모양 빠지니까 총장들 이용해서 조정하기?' 등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정 전 대표는 "이런 걸로는 나 자신도 복귀 생각이 없고, 다른 전공의도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비대위원장은 "대학들이 일방적인 증원의 모순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라며 "뒤늦게 사과와 근본 대책 없이 어설픈 봉합을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단체 대화방에서 얘기하는데 (전공의들) 아무도 믿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과 정부가 신용불량 상태로, 대통령 입에서 직접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증원 규모 조정) 얘기를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공의도 "큰 변화도 아니고, 기만 같다"며 "증원을 의사가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렇게 당근 주듯이 줄이는 건 기분 나쁘고, 올바른 협상 태도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울 수련병원의 사직 전공의도 "전공의들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50% 증원은 어차피 증명된 것도 아니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의대 교수들은 정부 편이고, 최근 자기들 사직 기한 다가오니까 전공의들 돌아오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정부와 교수 양측 모두를 비판했다.

soho@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