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침방울도 수m 날아간다”...WHO, 감염병 전파 ‘IRP’로 용어 통일

이정아 기자 2024. 4. 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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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공기감염'에 대한 정의를 고쳤다.

이전까지 '비말(飛沫·침방울)감염'이라 부르는 경로까지도 공기감염에 포함시켰다.

2021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리워궈 중국 홍콩대 기계공학과 교수 등 과학자 40인으로 이뤄진 WHO 자문단에게 공기감염을 재정의하도록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감염자가 숨을 쉬거나 이야기를 할 때도 공기 중으로 비말이 뿜어져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사람이 이를 들이마셔 전염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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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방울로 전파되는 ‘비말감염’도 공기감염에 포함시켜
한 여성이 팔꿈지 안쪽 소매로 입을 가리고 재채기를 하는 모습./세브란스병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처럼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감염병의 전파 원리를 두고 혼선을 빚고 있는 용어를 통일했다.

WHO는 18일(현지 시각) “코로나19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 인플루엔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모든 병원체 입자를 ‘감염성 호흡기 입자’(IRP)로 지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WHO가 호흡기 감염병을 옮기는 병원체 입자를 통일한 직접적 계기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감염병 전파 원리에 대해 혼선을 빚었기 때문이다.

WHO는 이전까지 세 가지 방법으로 병원체가 전파된다고 봤다. 첫 번째는 감염된 사람이나 오염된 물건을 직접 만져서 감염되는 ‘접촉감염’이다. 이와 별도로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5㎛(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이상의 ‘비말(飛沫·침방울)’이 1~2m 내 가깝게 있던 사람의 눈코입에 직접 닿아 전염되는 ‘비말 감염’도 주요 경로로 구분했다.

마지막으로 ‘공기 감염’은 5㎛ 이하의 작은 비말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다른 이를 전염시키는 방식이다. 결핵이나 홍역처럼 극소수 감염병만 공기 매개 전파가 가능하다고 추정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포함된 비말이 5㎛보다 커서 비말로 감염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유행이 장기화하는 동안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밀폐된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포함된 비말이 크기와 상관 없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숨을 통해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WHO는 2021년 코로나19가 공기 중에서 수 m까지 퍼져 전염시킬 수 있음을 인정했다.

WHO는 ‘침방울’, ‘에어로졸’ 등 병을 옮기는 입자의 형태를 둘러싸고 보건의료계가 제각각 다른 용어를 쓰면서 혼선이 더 커졌다고 봤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1년 11월 리워궈 중국 홍콩대 기계공학과 교수 등 과학자 40인으로 이뤄진 WHO 자문단에게 공기 감염을 재정의하도록 공식 요청했다. 자문단은 2년 이상 논의한 끝에 이날 비말감염 역시 공기 감염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기매개 병원체에 대한 글로벌 기술자문 보고서’를 냈다. 자문단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병원체가 전파되는 경로를 ‘접촉감염’과 ‘공기 감염’ 두 가지로 구분했다.

자문단은 병원체가 든 비말이 공기 감염되는지에 ‘5㎛’라는 기준이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보다 더 큰 비말도 오랜 시간 동안 공기 중에 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자문단은 또 단거리 감염이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서만 전염이 이뤄진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감염자가 숨을 쉬거나 이야기를 할 때도 공기 중으로 비말이 뿜어져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사람이 이를 들이마셔 전염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드워드 나델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보고서는 공기 감염 전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작”이라며 “전문가들의 합의를 통해 공기 감염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고 말했다.

WHO는 병원체 용어를 IRP로 통일하지만 공기를 통한 감염 전파 방식의 유형은 여전히 2가지로 구분한다고 밝혔다. 한 가지는 IRP가 공기 중에 배출돼 다른 사람이 이를 흡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IRP가 공기로 배출된 후 근처에 있는 다른 사람의 입이나 코, 눈에 직접 닿아 감염되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는 공기 감염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권고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사람으로부터 몇 m 떨어져 있으라’는 식으로 비말 전파를 차단하도록 권고해왔다. 전문가들은 공기 감염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내려진 만큼, 이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 자료

WHO(2024) https://who.int/publications/m/item/global-technical-consultation-report-on-proposed-terminology-for-pathogens-that-transmit-through-the-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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