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73% ‘이재명의 당’ 벌써부터 ‘당권 연임’ 분위기

박나영, 이원석 기자 2024. 4. 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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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선자 175명 전수 분석] 127명이 ‘친명’
대장동 변호사·성남 참모들 국회 입성

(시사저널=박나영, 이원석 기자)

22대 총선 이후 그야말로 '이재명의 시대'가 열렸다. 민심은 '경고장(투표용지)을 날려 정부를 심판해 달라'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바람대로 움직였다. 민주당은 175석(비례연합 포함)을 차지해 원내 1당은 물론이고 야당 단독 최대 의석수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을 포함한 범야권은 도합 192석으로, 21대 국회보다 팽창했다. 민주당 총선을 진두지휘한 이 대표의 존재감 역시 역대 최고조에 이르며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총선을 치르면서 민주당은 이른바 '이재명의 당'으로 탈바꿈됐다. 이 대표는 '비명횡사' 논란에도 공천 과정에서 당 주류를 친명계로 교체하면서 당내 기반을 탄탄하게 구축했다. 총선 결과 현역 의원 절반에 가까운 42.5%가 교체됐는데, '족집게'처럼 비명·비주류 진영 인사들이 걸러졌다는 분석이다. 빈자리는 친명계 원외인사와 공천 과정을 주도한 친명 지도부에 빚이 있는 영입인재들로 채워졌다. 이 대표의 대권 재도전에 힘을 실어줄 친명계가 당내 최대 계파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었던 비명계 대부분이 교체되면서 당내 분열 요소가 제거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초선 73명 대부분 '이재명의 사람들'

'친명(親이재명)계'의 태동은 이재명 대표가 재선 성남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21.2%를 득표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친명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에 당선되며 체급을 키웠고, 이후 안희정·이낙연 등 주목받던 거물급 정치인들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친명계가 신흥 주류로 떠오르게 됐다. 이 대표는 민주당 후보로 20대 대선을 치렀고, 2022년 전당대회 때 박용진 민주당 의원을 트리플 스코어 차이로 꺾고 당대표에 올랐다. 최고위원도 친명계 4명이 당선되면서 당내 확실한 주류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친명 지도부 체제로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더욱 위상이 공고해진 상황이다. 

'이재명의 당'으로 탈바꿈된 민주당에 친명 성향을 띠는 당선자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시사저널은 민주당 당선자 175명(비례연합 포함)의 이력과 행보를 전수 분석해 계파를 분류했다. 그 결과 전체의 72.6%(127명)가 이 대표 체제를 지지하는 행보를 보이는 범친명계로 분류됐다. 친명이 태동한 경기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해온 소위 '찐명'은 물론이고 최근 몇 년 사이 친명 성향을 보이기 시작한 '신(新)명', 이 대표에 의해 새로 영입된 '초(初)명'까지 포함했다. 

비명·비주류 진영 인사들이 비운 자리를 꿰차며 국회에 첫 입성한 친명 원외인사들이 가장 눈에 띈다. '이재명의 사람들'로 불리는 이들인데, 신흥 주류로 세력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당 당선자 175명 중 국회에 처음 입성하는 사람은 73명으로 전체 당선자의 41.7%에 이른다. 지역구 당선자는 60명, 비례 당선자는 13명이다. 대다수가 이 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재이거나 이 대표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다.

가장 먼저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변호해온 '대장동 변호인단' 5명이 일제히 당선돼 이목을 끈다. 박균택 당대표 법률특보(광주 광산갑)와 양부남 당 법률위원장(광주 서을)은 호남 텃밭에서 무난히 당선됐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맡았던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경기 부천을)은 친명 공천에 반대하며 탈당한 설훈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부천을에서 당선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변호한 이건태 당대표 특보(경기 부천병)도 당선자 명단에 올랐다. 장차 이 대표의 대선 재도전에 걸림이 될 사법 리스크를 막는 '호위무사'가 될 인물들이라는 분석이다. 

2021년 대선 경선 캠프 '열린캠프'에서부터 이 대표와 함께해온 최측근들의 당선도 주목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 논란에 '딸 편법대출' 의혹까지 불거졌던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는 국민의힘 장성민 후보에게 승리했다. 그는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3선 전해철 의원을 경선에서 눌렀다. 열린캠프에서 지역위원장을 맡았던 곽상언(서울 종로)·이상식(경기 용인갑) 당선자도 승리했다. 서울 은평을에서 비명계 강병원 의원을 제치고 공천받아 당선된 김우영 당선자도 열린캠프 정무특보단장 출신이다. 이연희 당선자(충북 청주흥덕)는 경선 캠프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다.

'호위무사' 강성 친명 중진들도 건재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참모들도 대거 당선 명단에 들었다. 정무수석을 지낸 윤종군 당선자(경기 안성), 정책수석 출신 조계원 당선자(전남 여수을),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재강 당선자(경기 의정부을),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 출신 안태준 당선자(경기 광주을), 청년비서관 출신 모경종 당선자(인천 서구병), 경기도신용보증재단 이사 출신 김문수 당선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등이다. 민주당의 향후 정책 추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줄 인물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직접 영입한 27명 중 24명이 출마해 15명이 당선되는 성과를 거뒀다. 민변 출신 변호사 김남근(서울 성북을), 참여연대 출신 변호사 김남희(경기 광명을), 백범 김구 선생 증손자인 김용만(경기 하남을), YTN 앵커 출신 노종면(인천 부평갑), 영입인재 1호인 변호사 박지혜(경기 의정부갑), 문재인 정부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박선원(인천 부평을) 당선자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 언론인 출신 이훈기(인천 남동을),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낸 이재관(충남 천안을),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 손명수(경기 용인을), 변호사 출신 이용우(인천 서구을), '하나원 의사' 출신이자 카이스트 교수인 차지호(경기 오산), '친문 검사' 이성윤(전북 전주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출신 황정아(대전 유성을) 당선자 등도 명단에 올랐다. 친명 지도부에 빚이 있는 당선자들이어서 당내에서 우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도부 중 강성 친명계였던 정청래(서울 마포을), 서영교(서울 중랑갑), 박찬대(인천 연수갑), 장경태(서울 동대문을) 최고위원과 공천 실무를 주도했던 조정식 사무총장(경기 시흥을), 김병기(서울 동작갑), 김성환(서울 노원을) 의원 등도 모두 생환했다. '찐명' 모임 '7인회' 멤버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갑)과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았던 김영진 의원(수원병)도 자리를 지켰다. 

'찐명' 간 주도권 경쟁 예고

당을 장악한 친명계가 당과 원내 주도권을 확실하게 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진행될 원내대표·당대표·국회의장 선출 과정에서 '찐명'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당장 5월3일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로 들썩이는 분위기다. 원내 사령탑은 이 대표와 호흡을 맞춰 여야 관계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역할이니만큼 친명계 색채가 뚜렷한 의원이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직을 두루 거친 3~4선이 주로 원내대표를 맡아왔다.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김민석 의원(4선)과 공천 실무를 맡은 김병기 의원(3선), 당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박찬대 의원(3선) 등이 유력 주자로 꼽힌다. 이들 모두 친명계인 동시에 대여 투쟁을 선명히 해온 이들이다. 

8월로 예정돼 있는 차기 전당대회도 이 대표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정청래·우원식·박찬대 의원 등의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일각에서 강성 친명계가 이 대표의 연임을 위한 군불 때기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당대표 연임은 전례가 없다. 정성호 의원은 4월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또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한다는 의미에서 연임을 한다고 해도 그리 나쁜 카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5선에 성공한 박지원 당선인(5선)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심의 흐름을 잘 봐야 하는데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한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당대표 연임으로 무게감 있는 직책을 맡으면서 대선이 가까울 때까지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것이 대권 재도전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연임 도전이 당내 친문·비명계 반발을 불러와 새로운 당내 갈등의 촉발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선까지 3년이 남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기록적인 총선 압승에도 이 대표는 웃음기를 빼고 국민에게 90도로 인사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당내 '오만 경계령'을 내리기도 했다.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히딩크의 명언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다. 이 대표의 시선은 더 멀리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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