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내고 ‘울산으로 날아온’ 일본 팬 “유상철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였어... 요코하마 팬 가슴 속 평생 남아있을 것”

이근승 MK스포츠 기자(specialone2387@maekyung.com) 2024. 4. 19. 09: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월 17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 1차전 울산 HD FC와 요코하마 F.마리노스의 경기 전이었다. 울산이 고(故) 유상철 감독을 기리고자 양 팀 서포터스에 개방한 ‘헌신과 기억의 벽’엔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남녀노소(男女老少). 울산을 찾은 팬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유 감독을 추억했다.

킥오프 1시간 전인 오후 6시. 한 일본 팬이 눈에 들어왔다. 이 팬은 큰 종이에 유 감독의 영문, 한문, 한글 이름을 적어놨다. 직접 그린 유 감독의 선수 시절 유니폼 위엔 과거 유 감독과 자신이 함께 찍은 사진을 붙여놨다.

4월 17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일본 팬 노부타카 씨. 사진=이근승 기자
고(故) 유상철 감독이 일본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서 뛸 당시 노부타카 씨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이근승 기자
고(故) 유상철 감독(사진 가운데), 노부타카 씨(사진 맨 오른쪽). 사진=이근승 기자
“이 사진을 보세요. 유상철은 정말 친절했어요.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팬들에겐 늘 한결같았죠. 유상철은 팬들의 사인이나 사진 요청을 거절한 적이 없었습니다. 팬들은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데 큰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유상철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팬들이 국적과 관계없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요코하마의 오랜 팬인 노부타카 씨의 회상이다.

유 감독은 한국 축구의 전설이다. 유 감독은 선수 시절 두 차례 월드컵(1998·2002) 포함 A매치 124경기에 출전해 18골을 기록했다.

유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으로 울산 홍명보 감독과 함께 대회 베스트 11에 선정된 선수였다. 22차례 월드컵에서 아시아 선수가 대회 베스트 11에 선정된 건 유상철, 홍명보 둘뿐이다.

울산 HD FC가 고(故) 유상철 감독 유족의 도움으로 ‘헌신과 기억의 벽’에 전시한 울산 시절 유 감독의 유니폼. 사진=이근승 기자
울산 HD FC가 고(故) 유상철 감독 유족의 도움으로 ‘헌신과 기억의 벽’에 전시한 요코하마 F.마리노스 시절 유 감독의 유니폼. 사진=이근승 기자
유 감독은 울산 레전드이기도 하다.

유 감독은 울산에서 9시즌 간 활약하며 팀의 K리그 우승 2회, 슈퍼컵(폐지) 우승 1회, A3 챔피언스컵(폐지) 우승 1회 등에 앞장섰다.

유 감독은 K리그에서 수비수(1994), 미드필더(1998), 공격수(2002)로 한 번씩 베스트 11에 선정된 기록도 갖고 있다. 득점왕(1998)을 차지한 경험도 있다. 유상철이 한국 역대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로 평가받는 이유를 알 수 있는 기록이다.

유 감독은 4시즌 동안 몸담은 요코하마에서도 전설로 남아있다.

유 감독은 2000시즌 요코하마 핵심 미드필더로 J리그 22경기에서 17골을 터뜨렸다. 이 시즌 유 감독은 J리그 득점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 감독은 요코하마에서도 팀 사정에 따라서 중앙 미드필더, 중앙 수비수, 풀백, 스트라이커 등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다.

4월 17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노부타카 씨(사진 맨 왼쪽에서 네 번째)와 그의 지인들. 그들은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고(故) 유상철 감독의 추모 공간을 찾았다. 사진=이근승 기자
울산 원정 온 요코하마 F.마리노스 서포터스. 사진=이근승 기자
“저는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 살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요코하마에서 지내고 있죠. 집에서 요코하마 홈구장인 닛산 스타디움까지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요. 일찍이 홈경기를 빼먹지 않고 다녔죠. 그런 제가 제일 처음 좋아했던 선수가 유상철이었습니다. 유상철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였어요.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상대에 맞서는 선수였죠. 팀을 위해서라면 희생을 아끼지 않는 선수였고요. 유상철은 팬들의 가슴을 울리는 그런 선수였습니다.” 노부타카 씨의 설명이다.

노부타카 씨를 비롯한 요코하마 원정 팬들은 17일 유 감독을 기리는 행사에 빠짐없이 함께했다. 전반 6분. 요코하마 서포터스는 열화와 같은 응원을 멈추고 울산 팬과 함께 박수를 쳤다. 울산이 유 감독의 선수 시절 등번호였던 6번을 기억하며 전반 6분부터 1분간 기획한 박수 세리머니였다.

이날 경기는 울산의 1-0 승리로 끝났다. 요코하마 팬들은 원정석을 찾아 인사를 건넨 울산 선수단에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한국을 찾았던 노부타카 씨도 마찬가지였다. 노부타카 씨는 “울산을 비롯한 한국 축구 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바람을 이야기했다.

‘유상철 형과 함께’란 걸개를 내건 요코하마 F.마리노스 팬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요코하마는 유상철이란 선수를 가슴속 깊이 새긴 팀입니다. 울산처럼 말이죠. 울산과 좋은 관계를 이어나갔으면 합니다. 우리 홈에서 펼쳐지는 ACL 준결승 2차전에 많은 울산 팬이 찾아주셨으면 해요. 꼭 그날 경기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많은 한국 축구 팬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요코하마 홈구장을 꼭 한 번 들러주셨으면 합니다. 요코하마 참 좋은 팀이거든요.”

울산=이근승 MK스포츠 기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