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품화” vs “문화일뿐”… 취소된 성인페스티벌 무엇을 남겼나[취재메타]

2024. 4. 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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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페스티벌 주최 측 ‘출연진 신변 우려’에 행사 취소 결정
수원→파주→한강공원→압구정 행사 장소 변경되며 논란↑
찬성 “여성용 행사는 버젓이 두면서 남성 행사 막는 역차별”
반대 “여성을 거래 물건 취급하는 문화만 전파하는 행사”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19일 일본 성인동영상(AV) 배우들이 출연하는 ‘2024 KXF THE FASHION’(이하 성인페스티벌)의 주최사가 논란을 거듭한 끝에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 [플레이조커 주최측 공식 SNS 갈무리]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일본 성인동영상(AV) 배우들이 출연하는 ‘2024 KXF THE FASHION’(이하 성인페스티벌)의 주최사가 논란을 거듭한 끝에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 ‘성 착취 문화 조성’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으면서 지방자치단체는 영업정지·전기 차단 등 금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럼에도 주최사는 ‘행사 강행’을 선언해 왔으나, 출연진의 신변 우려에 취소를 선언했다. 다만 성인페스티벌의 개최지가 옮겨지는 과정에서 젠더 갈등이 과열되고, 정치권에서도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19일 성인페스티벌 주최 측 ‘플레이조커’에 따르면 이날 저녁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 일대 카페거리 한 건물에서 열리기로 했던 성인페스티벌의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을 언급하며 출연진의 신변 우려를 취소 이유로 말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인 페스티벌의 행사가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리며 “일본 여배우 소속사 측은 성인 페스티벌로 인해 각 지자체가 떠들썩하고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여성 단체의 반발이 극에 달한 이 상황에서 행사에 참여하는 여배우의 신변이 보호될 수 있냐는 입장을 전해왔다”라며 “일본 소속사 측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있냐’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싸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배우의 신변 보호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었다”며 “혹시 있을지도 모를 배우의 안전사고를 우려해 이번 행사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여러차례 장소가 옮겨지자 성인페스티벌 주최측에서 행사 장소를 티켓 구매자에게만 알리겠다고 공지하며 올렸던 게시글. 현재는 해당 행사가 취소됐다. [플레이조커 주최측 공식 SNS 갈무리]
수원→파주→한강공원→압구정→취소…주최 측 “법적 대응” 예고

지난해 처음 개최된 성인페스티벌은 한국성인콘텐츠협회와 플레이조커가 출범한 행사다. 지난해 12월에 경기 광명시에서 개최된 1회 행사에는 1300여명이 방문했다. 올해는 규모를 키워 최대 1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성인 페스티벌은 일본 AV 배우들의 속옷 패션쇼와 사인회, 성인용품 체험 부스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행사에는 성인 인증을 거쳐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문제는 올해 개최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 ‘행사 개최지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다’, ‘성 착취 문화를 조성한다’며 여성단체·시민단체의 반발을 샀고, 이에 세차례의 장소 변경이 있었다. 당초 행사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전시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수원시의 압박으로 인해 무산됐다. 경기 파주시의 한 스튜디오로 장소를 변경했으나 이 역시 파주시의 반대로 취소됐다.

파행이 계속되자 주최 측은 서울 잠원한강공원의 한 선상 주점에서 열기로 했다. 서울시는 하천법 등 관련 규정을 근거로 ‘주점에 행사 강행 시 임대 승인을 취소하고 전기를 끊겠다’면서 개최를 막아섰다. 주최사는 ‘티켓 구매자에게만 장소를 공지한다’며 압구정 카페 골목 일대로 페스티벌 개최 장소를 옮긴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강남구도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개최를 막겠다”며 대응했고 결국 행사는 완전히 취소됐다.

주최 측은 지자체 대응이 불합리하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주최 측 대표는 국회 청원을 통해 “수원시는 지난 3달간 민간업자가 준비한 성인 페스티벌에 대해 합법적이라서 금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말을 바꿨다”라며 “행사가 3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이와 관련해 유튜브 채널에서 19일 행사 취소 등에 대한 입장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재준 수원시장(가운데)이 성인페스티벌 개최 반대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성인페스티벌 개최 두고 찬반 갈등·정치권 갑론을박 격화

온라인에서는 성인페스티벌 찬반 논쟁이 젠더 갈등으로 옮아 붙었고,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논쟁은 보다 격화됐다. ‘성인 문화를 경험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과 ‘성 상품화이자 성 착취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성인페스티벌 참여는 ‘성인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최 측은 “대한민국 사람들 첫 경험 나이가 13.6살로 아이들의 성문화는 앞서가고 있는데 부모들만 뒤처지고 있다”며 “올바른 성문화를 위해 성인 관련 회사와 협업이 절실하다”고 했다.

페스티벌 취소를 두고 한 네티즌은 “‘남성 초이스 쇼’와 같은 여성용 행사는 버젓이 두면서, 남성을 위한 성인행사를 막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썼다. ‘와일드와일드’, ‘더 맨 얼라이브 : 초이스’ 등은 지난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진행된 여성 관객을 대상으로 한 19금 뮤지컬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선인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성인이 성인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에서 공연 또는 페스티벌 형태의 성인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라며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여성들의 본능은 정당한 권리인 것으로 인정되는 반면 남성들의 본능은 그 자체로 범죄시되고 저질스럽고 역겨운 것으로 치부되는 이상한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여성전용 19금 뮤지컬 ‘와일드와일드’ 공식 SNS 갈무리

여성단체와 반대 측에서는 ‘여성을 거래하는 물건 취급하는 문화를 전파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수원여성단체네트워크는 “모든 남성이 여성을 대상화하는 형태로만 성을 향유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행사”라며 “어떤 형태로든 여성 폭력에 반대한다”며 행사 반대 의지를 강조했다.

성인페스티벌에 반대하는 네티즌은 “성인물에 나오는 배우를 초청하는 것은 성교육이 아니라 성 착취 홍보”라며 “여성의 몸을 구경하게 하고 신체를 만지게 두는 것은 잘못된 성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다. 취소된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성인 페스티벌은 성인 문화를 향유하는 행사가 아니라 자극적 성문화를 조장하는 AV 페스티벌일 뿐”이라며 “AV 행사 취소가 남성 본성을 악마화하는 것인지, AV 행사를 개최해야 남성의 권리와 본성,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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