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2억 간다면서요"…폭락 날벼락에 '멘붕' [신민경의 테마록]

신민경 2024. 4. 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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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감기에 홍콩 현물 ETF 상장까지…코인 더 오를 줄 알았는데
비트코인, 전날 한때 6만달러 밑돌기도
美현물 ETF서 '자금 이탈' 러시…나흘간 4344억 넘게 빠져
금리 인하 지연 우려·지정학적 불안 여파
"예상된 호재…반감기로 큰 상승 어려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감기 앞두고 전쟁이라니", "걱정돼서 잠도 안 오고 차트만 보게 된다", "비트코인 10만달러 쉽게 갈 줄 알았더니, 이러다 10만전자(삼성전자 주가 10만원)가 먼저 오겠다"… (코인 커뮤니티)

비트코인 가격이 '반감기'(공급량 절반 감소)와 '홍콩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라는 대형 호재를 직면하고도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란 간 갈등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연기 등의 악영향이 더 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반감기 이후로 조정은 끝날 수 있지만 시세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19일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인 코인글라스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미국 시장에 상장된 주요 비트코인 현물 ETF들에선 1억6500만달러(약 2277억원)이 순유출됐습니다. 지난 12일부터 4거래일 연속 순유출 흐름을 보인 것으로 이 기간 총 3억1480만달러(약 4344억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습니다.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IBIT'에서는 이달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지만 그레이스케일의 ETF인 'GBTC'에선 반대로 매일 돈이 빠져나갔습니다. '돈나무 언니' 캐시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의 'ARKB'에서도 최근 자금 유출이 두드러졌습니다. ETF에 들어오는 돈보다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아지기 시작한 겁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순유입·순유출 추이 (USD 기준). 자료=코인글라스


이날 오전 7시52분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3.1% 오른 6만3502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최근 일주일 사이로 기간을 늘려보면 비트코인은 약 10% 밀렸지만 반감기가 임박한 가운데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가는 지난달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7만3797달러) 대비 약 14% 떨어진 수준인데요. 전일 새벽 비트코인은 5만9769달러까지 밀려난 바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6만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 2월 말 이후 처음입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호재만 예정됐던 터여서 기대감은 더 컸습니다. 투자자들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반감기를 앞두고 가격 추가 상승에 예상했습니다. 코인가격은 일반적으로 4년에 한 번씩 오는 반감기를 즈음해선 희소성이 높아지기에 가격이 오르곤 했습니다. 여기에 지난 15일 홍콩 당국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했다는 소식은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홍콩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은 전 세계에선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 국가 중에선 첫 번째 사례입니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홍콩 증시 상장 시엔 보수적으로 잡아도 현물 ETF에 첫 1년간 최대 28조원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줄이어 나왔습니다.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당초 오는 6월 예상됐던 Fed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힘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공습으로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냉탕과 온탕을 넘나들며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국내 코인 커뮤니티에선 "대형 악재들로 그야말로 혼비백산이다", "마음이 너무 쓰여 결국 앱을 삭제했다" 등 의견이 올라왔습니다.

해외 가상자산 전문 매체 디크립토는 "코인이 조정에 들어가면서 ETF 내 자금도 이탈하는 모양새"라며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반감기 이벤트가 시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가상자산 전문 헤지펀드인 레커 캐피털의 창업자 퀸 톰슨(Quinn Thompson)은 "전쟁 확전 우려보다 미 Fed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코인 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준 듯하다"며 "비트코인은 주식보다도 더 금리 등의 유동성 요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 최근 미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세는 시장 유동성 증발을 뜻하기 때문에 코인 시장에는 좋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반감기 이후 시세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반감기가 대형 호재인 것은 맞지만 이미 연초 이후 보인 폭등세에 기대감이 대부분 반영됐다는 이유에섭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도이치뱅크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비트코인 알고리즘이 이미 반감기를 예상했었기에 상당부분 시장에 반영된 상태이고, 급격한 가격 변동을 기대하면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미국의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금리 인하 등 호재가 등장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여전히 높은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카비타 굽타 델타블록체인 펀드 창업자도 "장기적인 전망은 낙관적"이라면서도 "이미 반감기 재료가 시장에 반영돼 있을 수 있어, 비트코인이 15~25% 추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편 국내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발행의 승인 기대감도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다음 달 중 미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내준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만나 조언을 구할 계획입니다.

총선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 상장을 허용하도록 하는 공약을 내놓았던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가운데, 이들 움직임도 주목됩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장은 예금자 보호 등 시급한 과제를 먼저 풀 예정이지만 제22대 상임위가 꾸려진 뒤 현물 ETF에 대해서도 본격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정책당국인 금융위원회는 현물 ETF 승인에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됩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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